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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82번 C장조 `곰' 호보켄번호 I-82
요세프 하이든 교향곡 제82번 C장조 `곰' 호보켄번호 I-82
  • 의사신문
  • 승인 2018.05.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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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4〉

■프랑스 파리 청중을 위해 작곡한 혁신적 음악기법과 재치 넘치는 야심작 교향곡 제82번을 작곡하던 1786년 당시 하이든은 작곡가로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었다. 여전히 에스테르하지 궁정악장으로 외부와 절된 생활을 하며 궁정의 모든 음악 행사를 관장하고 있었지만 궁 밖의 상황은 달랐다.

그의 뛰어난 음악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외국의 음악 애호가들은 그의 신작 듣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그의 명성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의 작품을 허락도 없이 외부로 빼돌린 궁정악단 단원이 생기는가 하면 무명 작곡가의 작품을 하이든의 작품이라 속여 파는 출판업자들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의 고용주인 에스테르하지 후작도 어쩔 수 없이 고용계약 조건을 변경해야 했다.

본래 에스테르하지 궁정만을 위해 작곡할 수 있었던 그는 1779년 1월 새로 맺은 계약 이후에는 외부 의뢰를 받아 작곡할 수 있었고 자기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교향곡 제82번은 이런 상황 속에서 탄생한 하이든의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프리메이슨 그룹 `올림픽 동맹' 오케스트라로부터 의뢰받은 6곡의 `파리 교향곡'(교향곡 제82번∼제87번) 중 한 곡이다. 그는 궁정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스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아 익명의 파리 청중을 위해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에게 교향곡을 의뢰한 파리의 `올림픽 동맹' 오케스트라는 에스테르하지 궁정 오케스트라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컸다. 이 오케스트라는 40대의 바이올린과 10대의 더블베이스를 갖추었고 관악기와 타악기의 규모 역시 에스테르하지 궁정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이 오케스트라의 규모에 맞게 플루트와 오보에, 바순 등의 목관악기뿐 아니라 호른 2대와 트럼펫 2대, 팀파니까지 추가한 대 편성으로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 관악기가 늘어나고 팀파니가 추가됨에 따라 더 많은 현악 연주자들이 연주에 참여하면서 오케스트라 음향은 더욱 화려하고 풍부해졌다.

이 곡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화려하고 충실한 음향효과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푸가와 이중변주 등의 고도의 작곡 기법이 잘 어우러지고 있어 `파리 교향곡' 전 6곡 가운데서도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다. 시작부터 강한 대조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교향곡의 선율은 당대 파리 청중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대중성과 예술성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성공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이 곡은 `곰'이란 부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부제는 1812년경 독일의 작곡가 에른스트 루트비히 게르버가 집필한 음악사전에서 비롯되었다. 게르버는 이 사전에서 하이든의 교향곡 제82번의 마지막 악장이 `곰의 춤'에서 유래한다고 언급하였다. 아마도 이 교향곡 마지막 악장을 장식하는 백파이프 같은 베이스 음형이 옛 행상인들이 구경삼아 끌고 다니던 곰의 서투른 춤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제1악장 Vivace assai 하이든이 작곡한 전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힘차고 격렬한 음악으로 꼽힌다. 도입부에서부터 트럼펫과 팀파니가 가세하고 현악기들이 묵직하고 강한 음량으로 연주하면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마치 로켓을 쏘아 올리듯 급격히 상승하는 4마디 악구에 이어 이와 대조되는 여리고 부드러운 악구가 쌍을 이루며 강한 대비가 된다. 인상적인 서주가 연주된 후에는 전체 오케스트라가 팡파르풍의 리듬을 강박적으로 반복하면서 음악을 이끌어간다. 이 팡파르 리듬은 악장 전체에 걸쳐 강한 역동성을 부여하며 긴장감을 연출하는 역할을 한다. 플루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제2주제는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절름거리듯 부점이 붙은 여린 리듬이 나타나는데 갑자기 악센트가 나타나 허를 찔러 하이든 특유의 재치가 느껴진다. 먼저 현악기가 주제를 연주하고 곧바로 관악기들이 이를 모방하면서 흥미롭게 서로가 서로를 추격하다가 전 오케스트라가 제1주제를 힘차게 연주하면서 끝을 맺는다.

△제2악장 Allegretto 일종의 변주곡 형식으로 두 개의 주제로 되어 있어 매우 독특하다. 단순한 제1주제가 여리게 연주되고는 이와 대조적인 제2주제가 심각하게 연주되면서 강한 대조를 이룬다.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주제와 심각하고 격정적인 주제는 변주가 진행될수록 더욱 강한 감정적 대비를 이루며 점점 음악 속으로 끌어들인다. 독특한 형식과 감정 표현은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제2악장을 연상시키며 훗날 19세기 음악을 예견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제3악장 Minuet e trio 전형적인 궁정 미뉴에트 형식으로 미뉴에트 주제의 여러 장식음이 귀족적인 취향을 드러내고 금관악기가 팡파르풍의 악구를 연주하며 권위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제4악장 Finale vivace 장식음이 붙은 베이스 음형은 이 교향곡에 `곰'이란 별명이 붙여졌고 이 악장 전체에 걸쳐 추진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베이스 음형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경쾌한 음악은 시골풍 무곡의 소박한 느낌을 준다.

■들을 만한 음반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1999)
△안탈 도라티(지휘), 필하모니아 훙가리카(Decca, 1974)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Harmonia mundi, 2006)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9)
△아담 피셔(지휘) 오스트리오-헝가리안 하이든 오케스트라(Nimbu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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