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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적령 부근서 길 잃어…완주해준 선두조에 감사
묘적령 부근서 길 잃어…완주해준 선두조에 감사
  • 의사신문
  • 승인 2018.05.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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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2018년 2월 25일 백두대간 묘적령-저수령-벌재 구간
노 민 관서울시의사산악회 회장

작년 10월 17일 이후 4개월여 만의 백두대간 산행이다. 한 해를 정리하느라 긴 산행을 하지 못했고, 시산제 등으로 백두대간 산행에 나설 여유가 없었던 게다. 특히 월악산과 속리산 국립공원 구간은 탐방금지 구간도 많아 조각조각 이어가려니 산행 횟수가 많아져 늘어지기 십상이다. 이번 구간도 더 아랫구간인 지름티재-이화령 구간과 어느 곳을 먼저 가야할 지 고민 끝에,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

대간 길은 항상 시간과 긴 산행거리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 남진 또는 북진을 결정하고 매주 금요일 밤에 산행을 하는 일반 백두대간산악회가 부러울 따름이다. 시산제 공고 때 백두대간 참여신청을 받았는데, 한 분이 신청을 하셨다가 사정상 취소를 하셨다고 한다. 의사들에게 백두대간 길은 여러 가지로 쉽지않은 도전이다.
들머리를 어느 쪽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탈출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묘적령을 들머리로 잡고, 다시 묘적령까지 접근로를 사동유원지와 고항치 중에서 고항치로 결정하고, 평소보다 1시간 빠른 6시에 집결하여 출발하였다.

아침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박영준 총무와 황홍석 재무가 김밥과 달걀, 따뜻한 캔커피를 준비해와서 버스 안에서 해결하고 단양휴게소에서 휴식 후 바로 고항치에 도착하니 9시. 여기서 묘적령까지 대략 30분이면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벌목 중인 지 산속 나무들이 헤집어져 있고, 묘적령 인근까지 닿아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임도길은 오히려 반대쪽을 향한 듯하고. 안되겠다 싶어 일단 능선을 향해 벌목된 곳을 따라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길이 아닌 듯도 싶고. 어찌어찌 위로 올라 정상 등산로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하여 GPS를 연결해보니 묘적령은 아직도 한참 멀리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마루금치유숲길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아마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이란 곳에서 이 곳을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용한 치유숲길로 조성하는 중인가 보다. 아무튼 다시 한참을 오르니, 이전과는 완전히 상이하게 갑자기 새하얀 눈천지가 펼쳐지고 상고대가 지천으로 보이는 숲속에 다다랐다. `아 ! 1000M 고지에 이르렀나 보다' 싶다. 눈 감았다 뜨니 새로운 세상에 도착한 느낌. 임계점이란 게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듯하다.

12명이 모두 묘적령에 모여 인증 사진을 촬영하고 출발! 30분이면 묘적령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 외의 알바(산에서 길을 잃는 말을 일컬음)와 계산 착오로, 1시간30분이 지났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선두조에겐 반드시 완주를 부탁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무리하지 않고 삼삼오오 자연스럽게 중간조, 후미조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유승훈 등반대장이 무전기를 나누어주며 안전산행을 당부하였다. 미리 살펴본 이번 대간 산행의 고도표는 850고지에서 1100 고지를 오르내리는 표고차여서 그리 힘들지 않고 평이하게 진행하는 코스라 크게 긴장하지 않고들 있었다. 역시 모시골을 지나고 솔봉, 흙목, 싸리재까지 7∼8km를 지날 때까지는 예상대로 평이했다. 하지만, 초반에 묘적령까지 너무 힘을 뺐는지 일부 팀원들은 조금 지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싸리재를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되며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은 모두 시루봉인 양 시루떡 엎어놓은 모양인데, 3번째에 도착했을 때에야 시루봉이었으니, 63빌딩을 3번 오르내린 느낌이었다.

몇일 전까지 눈이 내린 듯 깊게 쌓인 눈도 발목을 잡아 산행을 힘들게한 요인이 되었다. 북사면에서 불어온 바람에 쌓인 눈이 남사면으로 몰리고, 다시 남사면의 눈은 녹아 빙하의 한 면을 보는 듯 주상절리 마냥 절벽을 이룬 모습은 보기엔 멋지나, 산행로를 빼앗아 이리저리 우회해야 하고 눈 속 깊이 발을 빠지며 진행하다 보니 힘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투구봉과 촛대봉을 지나고 완연한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저수령을 향할 땐 마음은 느긋해졌지만, 따뜻한 날씨에 녹은 땅이 진흙이 되어 길이 많이 미끄러웠다. 그 동안 겨울 산행도 많이 해보았지만, 오늘처럼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에 상고대를 많이 본 적도, 또 상고대가 따뜻한 햇살에 우박처럼 떨어져 내리는 장면을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1000M 고지의 비교적 따뜻한 충청지역 백두대간 코스에서나 가능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저수령에 내려서니 중간조가 옷들을 다 갈아입고 우리를 맞아준다.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싶었지만, 저수령 휴게소와 주유소가 모두 영업이 어려웠는지 문을 닫았다. 백두대간 팀들에게는 물과 식량을 공급해주는 곳인데…. 아무래도 백두대간 팀들 만으론 생계가 곤란한 모양이다. 이런 곳에서 영업을 하는 분들께는 어느 정도의 지원금도 주어 작게라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저수령에서 벌재까지 완주를 하고있는 선두조가 하산할 즈음에 맞춰 버스가 출발하였다.

선두조는 다시 63빌딩 하나 높이의 문복대를 올라 제2롯데타워 정도의 고도를 낮춰 벌재에 도착하여야 하니 6Km 이상을 거의 오르내리막 길로만 더 가야하는데… 거의 우리와 별반 차이없이 도착하였다.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서로 같이 출발해서 같이 하산하는 산행이어야겠지만, 이번처럼 완주의 소명을 띄고 의무로 가야하는 경우도 있어 죄송하고 안타깝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분들이 있어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이제 앞으로 약 10회 정도 백두대간 코스를 더 진행하면 백두대간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10회가 적지않은 횟수지만, 그래도 34회를 완료하였으니 얼마 남지않았다고 느껴진다. 진부령 백두대간완주탑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그 날을 고대해본다.

함께하실 분들의 참여 신청도 계속 받고 있습니다. 유승훈 등반대장이나 저에게 전화나 메시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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