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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파가니니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b단조 작품번호 7
니콜로 파가니니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b단조 작품번호 7
  • 의사신문
  • 승인 2018.04.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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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2〉

■종의 맑은 울림이 바이올린 현에 녹아 들어가는 느낌
`작은 이교도'라는 의미를 지닌 파가니니(Paganini)라는 이름과 함께 매부리코의 기묘한 용모, 마술과 같은 기교 연주에 이르기까지 그의 행동이나 모습은 사람들이 섬뜩함을 느낄 정도였다. 시인 하이네는 “그의 인상에는 고뇌와 천재와 지옥의 징조가 역력히 나타나 있었다”면서 그의 운명을 예견하기도 했다.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의 현을 두 개만 사용하는 곡을 선보이자 그의 연주만 들으면 기절했던 것으로 유명한 나폴레옹의 여동생 엘리사는 “현 하나로만으로도 연주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정말로 G현 하나로만 연주하는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만들었다.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초절적인 기교를 샀다는 주장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의 이름 앞에 `악마'니 `사탄'이니 하는 별명이 따라다녔고, 교회를 중심으로 그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세력도 생겨났다. 공연 때마다 관객들은 혹시 악마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느라 바빴다.

이러한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파가니니의 일생은 베일에 싸인 듯한 자신만의 독특한 연주 기법과 매우 화려한 연주로 낭만파 음악 시대의 황금시기를 누린 예술가로서의 명성만큼이나 여자와 돈, 도박으로 얼룩진 생활로도 악명이 높았다. 이러한 파가니니의 파행적 행동은 그가 네 살도 되기 전 앓았던 홍역에서 유래한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홍역 중에 `강직경련'의 증상이 나타난 그가 이틀 동안 송장처럼 뻣뻣하게 누워 있자 그의 어머니는 수의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때 `홍역병원체에 의한 만기성 뇌염'이 발병하였는데 여러 학자들은 이 치명적인 질병으로 인해 그가 성인이 된 후 비사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극에 과잉으로 반응하고, 언어나 동작이 경직되어있고, 문란한 성적 탈선을 자행했고, 그 외의 파행적인 사생활을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파가니니는 여섯 곡의 바이올린협주곡과 수많은 바이올린 독주용의 소품을 작곡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또 널리 연주되는 곡이 바로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과 2번이다. 대개의 낭만파 바이올린협주곡은 그 작곡가 주변에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나 동시대의 명연주가들을 염두에 두고서 작곡되는데 반해, 그는 오로지 자기 자신이 개발한 초인적인 바이올린 연주 기교를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하여 곡을 만들었다. 그가 남긴 바이올린협주곡은 모두 10 여 곡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과 제2번 등 2곡만이 전해져오다가, 전쟁 후 4곡이 발견되어 현재 바이올린협주곡 제6번까지 확인되어 있다.

그의 협주곡들 중 이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은 그의 첫 번째 빈에서의 연주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1828년 이전에 작곡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작품에는 바이올린 기교의 진수라 할 만한 것들이 모두 들어있어 다른 협주곡들에서 나타나는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카프리치오와 더불어 왼손 및 오른손을 위한 바이올린 기법의 고급교본으로도 이용된다.

특히 이 곡은 마지막 악장에서 리토르넬로가 나올 때마다 그 앞에 종(라 캄파넬로)이 울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종의 맑은 울림이 바이올린 현에 녹아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파가니니를 특히 존경해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결심한 리스트는 당시 파가니니가 현란하게 연주하는 이 협주곡을 듣고 마지막 악장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은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이다. 모두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 중 3번째 곡이다. 지금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원곡보다 리스트의 피아노 편곡으로 더 유명한데, 마치 종소리가 들리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피아노의 맑은 트레몰로가 지극히 인상적이다.

△제1악장 Allegro maestoso 고전적인 협주곡의 형식에 따라 관현악의 긴 전주로 시작되는데, 주제부에 있어서도 정연한 제1주제와 관현악의 간주가 이를 대행한다. 제2주제에 해당하는 장조의 주제와 재현부에서 독주 바이올린은 스타카토와 반음계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진행된다.

△제2악장 Adagio 오케스트라 전주에 이어 그들과 대화하는 듯 독주 바이올린의 밝은 아리아풍의 선율이 정겹게 흐른다.

△제3악장 Rondo (La Campanella) 다양하고 화려한 초절기교 바이올린의 집합체로서 특히 제2주제와 함께 리토르넬로가 나올 때마다 직전에 울리는 맑고 독특한 종소리는 마치 바이올린의 현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느낌이고 이어 후주풍의 짧은 코다로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살바토레 아카르도(바이올린), 샤를 튀투아(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5) △예후디 메뉴힌(바이올린), 알프레도 에레데(지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65) △사무엘 아쉬케나지(바이올린), 헤르베르트 에세르(지휘),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76) △이브리 기틀리스(바이올린), 스테니슬라브 비슬로츠키(지휘),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Philips,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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