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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길을 함께 걷다
역사의 길을 함께 걷다
  • 의사신문
  • 승인 2018.04.3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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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27〉  경주 벚꽃길

천년 신라 역사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도 경주는 언제 가든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대도시의 빌딩 숲에서 느껴지는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신비한 역사의 숨결이 자연과 어우러진 내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도시다.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유적지인 경주는 문화를 테마로 한 걷기 길로는 최적의 장소다. 겨울 내 조용했던 경주는 연분홍의 어여쁜 벚꽃과 함께 깨어나고 있었다.

■푸른 호수와 벚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보문호
날씨 변덕이 심한 요즘에는 봄꽃 개화 일정을 미리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봄꽃축제를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크다. 경주도 마찬가지여서 벚꽃축제는 1주 후인데 벌써 꽃이 만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정을 당겨 경주행 KTX에 올랐다. 창 밖 풍광은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
신경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화려한 벚꽃 가로수들이 만개한 경주 시내를 창문 너머로 감상하다보니 어느덧 보문단지이다. 길가의 벚나무들로 만들어진 벚꽃터널을 지나 보문호수 산책길로 향한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수많은 인파들이 벚꽃축제를 즐기려 전국에서 모여든 느낌이다.

푸른 보문호수를 둘러싼 산책길에 늘어선 벚나무들이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고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아름다운 배경으로 멋지게 사진작품을 만드느라 모두들 정신없다. 우리 부부도 화려한 풍광에서부터 조그마한 들꽃까지 알뜰히 사진기에 담아본다. 바람을 타고 호수에 떨어진 꽃잎들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니 수면에 비추어진 꽃들을 마치 자기의 집으로 착각하여 찾아 헤매고 있는 듯하다. 길에는 꼬마자동차를 모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호수 위에서는 어른들이 오리보트를 타며 봄나들이를 즐긴다. 호수가 너무 넓어서 끝없을 것 같았던 산책길은 2시간여 만에 끝났다. 

■반월성의 하얀 벚꽃 숲과 역사의 보고 경주국립박물관
시내로 가는 버스로 첨성대쪽으로 이동하여 두 번째 코스를 시작한다. 먼발치에서 첨성대를 눈으로 감상하면서 벚꽃 숲이 있다는 반월성으로 향한다. 이곳은 신라시대 궁궐이 있던 곳으로 지형이 초승달처럼 생겼다하여 신월성 또는 월성이라 불렸으며 조선시대부터 반월성(半月城)이라 불려 오늘에 이른다. 성벽 사이 길을 오르니 눈앞에 하얀 숲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나타난다. 벚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상상할 수 없는 하얀 숲 세계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어 저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나오는 배우가 되어본다. 어떤 사람은 무대감독이 되어 나뭇가지를 살짝 흔들어 하얀 꽃눈을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총감독이 되어 사진 구도를 잡으며 포즈를 명령하기도 한다.

경주국립박물관으로 방향을 틀어 정문에 다다르니 제주도에서 수학여행을 온 많은 학생들이  기다린다. 입구 정원에 있는 아담한 석탑과 석불을 잠시 감상하고 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커다란 얼굴만 남아 있는 불상을 꽃과 함께 미인 각도인 45도로 찍어 예쁜 증명사진을 만들어본다. 박물관에 들어가서 신라의 화려한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왕관을 비롯한 많은 유물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미술관 바닥을 유리로 마감해 예전에 이곳을 발굴하면서 나온 수레바퀴 자국을 그대로 보존해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에는 유물에 등장한 동물의 다양한 형상들을 기획전 형태로 전시 중이다. 그 중에도 개구리의 뒷다리를 물고 있는 뱀의 모양이 재미있으면서도 인상적이다. 미술관을 나와 선덕여왕신종 앞 의자에 앉아 봄바람을 맞으며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

여행 TIP. 어르신이나 아이가 있어 오래 걷기가 부담스러울 때는 보문수상공연장에서 선착장 입구까지만 둘러보고 유람선을 이용해 호수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잘 되어 있어 버스여행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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