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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인력문제 해결·다학제 진료 기반 구축”
“중환자실 인력문제 해결·다학제 진료 기반 구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4.2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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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성진 신임 회장(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1980년 대한마취과학회 산하에 `대한구급의학회'란 이름으로 창립된 학회는 1996년 `대한중환자의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10년 전 200명에 불과했던 회원은 지금은 2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중환자의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만큼 학회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환자의학회는 8개 전문 과목(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신경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전문의가 학회에 합류하면서 `단일 과' 학술모임이 아닌 `다학제 학술모임'을 구성하게 됐다. 올해 38주년을 맞이한 중환자의학회는 창립 4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중심엔 지난해 4월 대한중환자의학회 평의원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홍성진 신임회장이 서 있다. 2018년 5월부터 대한중환자의학회를 이끌어 갈 홍 회장을 만나 향후 2년 임기동안 추진해나갈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중환자의학회 신임회장이 되신 소감은.

1997년 대한중환자의학회 간행위원회 간사로 학회 회무에 참여하면서 10여년간 학회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해 20년 간 학회 발전과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동안 중환자실 진료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그만큼 어깨가 무겁지만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 같다. 학회장 역할이 주어졌으니 우리나라 중환자의학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특히, 국민과 `소통'하며 `의료계와 함께 하는 학회'로 거듭날 것이며, 중환자실 수가 개선과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의료인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환자가 더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앞장서 나겠다.

■중환자의학회는 어떤 학회인가.

중환자의학회는 3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많은 발전을 해 왔다. 학회 출범 당시에는 구급의학 연구에 뜻을 모은 17명이 모여 만들어졌는데, 현재 평생회원 2231명의 규모로 성장했다.

학회는 2004년 제13차 서태평양 중환자의학회에 이어 2015년 제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를 개최해 학회의 위상을 전 세계적으로 드높였다.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2008년 중환자실 전담의 가산수가제와 간호수가제를 이끌어냈다. 또한 대한의학회 인증을 받아 세부전문의 제도를 도입했다. 2014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상 중환자실 인력 요건이 강화돼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전문의 배치가 의무화됐다.

학회는 다른 의료분야에 비해 열악한 중환자실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진료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학문적 근거에 기반해 정책 개선을 위해 앞장 서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학회가 공부하며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면 이제는 `진료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이에 중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환자실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학회도 함께 성장해 나아갈 것이다.

■중환자의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과거에 비해 중환자의학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가 개선됐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중환자실 인력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1인당 병상 수는 평균 44.7병상이며 종합병원 178개 기관에는 전담전문의가 없다. 현재 의료법령 등 규정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두는 것이 의무사항이지만 종합병원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병상 수는 평균 1:1병상이지만 통상적인 간호사 근무 형태(3교대 등)를 고려했을 때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는 3∼4명 정도이다(심평원 2016년 기준). 여기에 더해 중환자실 간호업무량이 과중하다 보니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아 숙련된 간호사가 많지 않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들도 대부분의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2명을 넘지 않는다. 우리는 의료법 상 기준이 간호사 한 명이 3∼4명의 환자를 보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실제는 전담간호사당 병상 수가 일반 병실과 다르지 않게 운영되는 중환자실도 다수 존재한다.

시시각각 예후가 변하는 중환자실 환자들을 1차적으로 처치하고 관리하는데 간호사 1명이 3∼4명의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즉, 중환자실 환자들은 패혈증, 신부전, 호흡부전 등 흔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 잠깐 사이에도 삶과 죽음이 엇갈리기 때문에 집중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돌보기 위해서는 중환자실 간호 인력을 늘려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환자가 두명이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전담전문의 담당 환자 수 비율'과 `종합병원 전담전문의 인력 강제화'를 통해 `전담전문의'에 대한 인력기준도 변경해야 한다.

제도가 개선되면서 의료법상 상급종합병원은 전담전문의를 두어야 하지만 전담전문의의 자격이나 전문의 한 사람이 환자 몇 명을 보고,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기준이 전무한 상태다.

상급종합병원은 전담의 1명을 의무적으로 둬야 하지만 종합병원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전공의나 간호사들이 1차적으로 중환자를 처치 및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중환자실을 갖춘 병원이라면 전담전문의가 반드시 상주해야 하며, 우리나라 전담전문의 1인 당 환자 비율이 1:15이하로 규정돼야 한다.

■앞으로 2년간 중환자의학회 `계획'은.

아직도 많은 의사들의 중환자실에 대해 장비와 간호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때문에 중환자의학에 대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독립된 분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단연, 의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료기관들도 중환자실은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의료법상 입원병상 수의 5% 병상만 확보하여 의무적으로 운영해 가고 있다. 때문에 중환자실은 낮은 수가와 함께 진료과 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중환자의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

그러나 최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이 선진국에 비해 높았다. 지난 2010년 신종플루의 경우 선진국 중환자실 입실 환자의 사망률은 14.3%였던 반면 우리나라는 42.6%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는 의료기관의 형태, 전문 인력의 수준 차이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결국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라 중환자의학은 미래 의료분야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중환자의학과 중환자실이 중요하다. 우선 의료계 내부적으로 비교적 인식이 낮은 `중환자의학회'의 이미지와 중요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내부 관심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중환자실 주요 임상 분야도 영양과 통증, 약제와 재활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만큼 `다학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과거 `의사-간호사-환자' 시스템에서 `의사-간호사-약사-영양사-물리치료사' 등 의료관련 직종이 함께 환자를 돌보는 `중환자의학'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학회는 `중환자 진료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고 교육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세부전문의 수련 프로그램 내실화를 통해 양질의 중환자 진료인력을 양상하고 전담의 자격요건 및 간호사의 전담 1인당 병상 수가 현실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책 개선에 앞장서겠다. 이를 통해 숙련된 간호사와 전문의료인이 늘어나도록 하겠다.

중환자 병실 운영 개선을 위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병원 중환자실은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항상 몇 베드는 비어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중환자실이 병상가동률 100%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중환자실 병상수가 모자라기도 하지만, 중증도가 높지 않은데도 일반병실로 보내기 어려운 환자들이 중환자실 베드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는 중환자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중증도에 따른 중환자실 등급 구분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준 중환자실제도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학회의 본분은 학문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학술대회는 학회의 꽃이자 회원들의 축제이다. 학술대회를 내실있고 규모있게 개최하도록 하고 해외 학회와 교류를 증진하겠다. 아시아에서 중환자의학을 하는 의료인들 사이에 인기있는 학술대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또한 우리 학회의 숙원사업인 중환자의학회지 학술지 등재에도 힘쓰겠다.

중환자의학은 상당한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진료를 수행하지만 열악한 수가와 더불어 환자와 동료가 알아주지 않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그러나 중환자의학은 어렵고도 숭고한 분야로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학회는 회원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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