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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쇼팽 피아노소나타 제3번 B단조 작품번호 58 
프레데리크 쇼팽 피아노소나타 제3번 B단조 작품번호 58 
  • 의사신문
  • 승인 2018.04.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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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1〉

■바흐의 전통 형식과 새로운 구조의 결합
19세기 중반 피아노소나타 양식은 점차 시대에 뒤진 낡은 양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유행에 민감했던 작곡가 쇼팽은 당시 유행하던 연습곡, 주제와 변주, 론도, 녹턴 같은 비르투오소 형식의 작품들을 통해 연주 테크닉과 작곡 기법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였다. 동시대 보다 서정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감수성으로 낭만주의를 몸소 실천했던 작곡가 슈만은 모음곡이나 연작 형태의 작품들을 고안해낸 한편 소나타 같은 고전 양식에도 승부수를 던지기도 하였다. 쇼팽 역시 슈만처럼 고전적 열망을 완벽히 떨쳐내진 못했다.

쇼팽의 피아노소나타는 고전적 스타일의 이론과 구조, 발전 방식, 대위법 등등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낭만주의적 이디엄과 자신의 개성적인 감수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특히 그 구조적 통일감에서 공간과 쉼표에 대한 활용이 특이하다.

쇼팽에게 이것은 단순히 빈 공간 이상의 구조적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소나타 양식을 보다 창조적인 방식으로 다루었다. 구조적 측면에서 새로운 완결성을 추구한 모습과 음향적 측면에서 이전의 음색이 이어지는 음색과 겹치면서 새로운 공간감을 형성해내고 있다.

피아노소나타 제3번은 1844년 노앙에서 작곡된 후 페르시우스 백작부인에게 헌정되었고 이듬해 1845년 5월 출판되었다. 쇼팽이 이 작품을 창작해내는 데에는 바흐의 음악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매일 아침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인벤션 등을 연습하면서 사실상 바흐는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음악적 본령이었다.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쇼팽은 바흐처럼, 바흐는 쇼팽처럼 연주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러한 역학 관계를 가장 잘 이해한 현명한 통찰력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한 배경으로 쇼팽의 그 어떤 작품도 피아노소나타 제3번만큼 대위법적이고 고전양식에 충실한 두터운 텍스추어를 갖고 있지 않다.

18세기 바흐 시대에는 곡의 주제 선율은 뒤따라 등장하는 발전부의 모체 역할을 하였고 대위법에 있어서 지나친 감정 표현은 작곡가의 의도와는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개인적이거나 표현적인 주제는 회피했다. 그러나 쇼팽은 이를 극복하고 제1악장에서 대위법적인 구성을 사용하면서도 내면적이고 처연하며 감상적인 주제를 사용했고 이는 마지막까지 환상적인 발전과 순환을 이끌어냈다. 피아노소나타 제3번은 앞서 작곡한 피아노소나타 제2번을 모델로 완성한 만큼 전체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 곡의 진행과정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나갈 방향에 대한 확신과 완벽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maestoso 구조적이고 표현적인 중요성에서 주제들이 충격적일 정도로 대조적이다. 첫 단조 주제는 절망의 낙하를 비유하는 듯하고, 두 번째 장조 주제의 선율은 평온하다 못해 초연한 듯 오히려 긴장감을 더한다. 이후 발전부에서는 이러한 대비되는 주제를 강조하다가 두 번째 주제를 더 내세우게 되고, 결국 첫 주제는 궁극적으로 소멸되고 만다. 이렇듯 두 번째 장조 주제가 피아노소나타 제2번의 흔적을 지워 나가며 확신에 찬 승리로 돌아오는 방식은 소나타 제3번에서 보다 더 발전되었다. 쇼팽연구가 하네커는 “이것은 아침의 야상곡이다. 즉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색깔과 향기에 아침의 신선미가 있다”라고 평했다.

△제2악장 Scherzo: Molto vivace 우아하고 경쾌한 짧은 스케르초로 아름답고 빠른 8분 음표가 상하좌우로 쉬지 않고 감미롭게 질주하는 리듬은 즉흥곡적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

△제3악장 Largo 마치 조용한 거실에서 상드와 쇼팽 두 사람이 달콤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행복에 취해 있는 듯하다. A-B-A 형식으로 중간 B부분은 길고 화려하며 낭만적인 성격을 머금고 있어 처연함을 더한다. 상대적으로 앞뒤 A부분은 짧고 간결하게 보이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평범하면서도 말쑥한 선율은 그의 녹턴을 연상시킬 정도로 개성적이고 아름답다.

△제4악장 Finale: Presto non tanto 쇼팽의 감정이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대목으로, 처음과 끝이 같고 반복되는 소나타 론도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비록 조성은 바뀌어 나가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통일성을 띠고 있다. 엄청난 테크닉과 힘을 요구하면서도 치밀한 구성과 불타오르는 듯한 열정적인 악장으로 쇼팽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가장 당당한 최고의 걸작이다.

■들을 만한 음반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노)(DG, 1967)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DG, 1984)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RCA, 1961)
△디누 리파티(피아노)(EMI, 1947)
△샹송 프랑수아(피아노)(EMI, 1964)
△에브게니 키신(피아노)(RCA,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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