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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진료를 할 권리마저 박탈당할 위기상황
최선의 진료를 할 권리마저 박탈당할 위기상황
  • 의사신문
  • 승인 2018.04.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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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회성·개원가만 참여했던 실패의 투쟁 철저히 분석해야
이건홍대한임상피부치료연구회 보험이사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와 문재인 케어

제 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최대집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가 당선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최대집 회장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최 회장의 정치색이 극단적이고 과거 활동이 이색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의협 회장 선거의 결과는 현재 의사들의 단상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2012년의 포괄수가제 사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문재인 케어의 여파가 클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당연히 파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최대집 회장에게 표가 몰렸을 것이라 단순히 생각할 수 있지만, 개원가 의사들의 민심이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과거 수 차례의 의협 회장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장 순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소위 보수 세력이 우선 순위에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보수-진보의 대결에 있어 진보 세력의 표가 갈려 있는 상황에서 최대집 회장의 당선이 압도적일 것이라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의협회장 선거의 결과는 그만큼 개원가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반증인데 4-5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개원가의 몰락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개원의 비율에 비해 폐업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아지고 실제로 진검, 영상 수가 인하의 여파로 내과계 수익이 감소했으며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로 인한 수입 감소가 직격타로 올 가능성이 높은 과의 경우 비급여의 급여화가 당장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과거 포괄수가제를 박근혜 정부에서 밀어부쳤을 때 총액계약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비급여는 정부에서도 건드리지 못할 파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 문재인 케어를 반강제로 밀어부치면서 총액계약제는 기정 사실화하고, 비급여의 급여화로 남은 예비 파이마저 없애버리니 실제 개원가에서 힘들게 환자를 진료하며 근근히 생활하는 의사들 입자에선 얼마나 힘에 부치겠는가. 문재인 케어는 의사들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의 빛을 끊는 의약분업급 사태이다.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문제는 직접적인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그렇게 한 번 급여화된 부분은 정부의 엄청난 통제 속에 컨트롤 되는 불법적인 의료 요소로 남게 되어 버린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급여화가 진행될 때는 통상 수가의 70% 미만,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정해진 수가는 절대 오르지 않으며, 그 뒤로는 엄청난 삭감 속에 괴롭힘 당한다는 것을..이런 엄청난 불안감 속에 의사들이 살고 있으니 최대집 회장이 제 40대 의협회장으로 당선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중환자실 주치의 구속 사건

 그리고 이어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사망 사건 주치의가 법정 구속되는 일이 일어났다. 수 개월간의 수사가 진행된 후에 의료진 구속 영장 심사가 통과된 일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부가 얼마나 예민하게 여론의 눈치를 보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보라매 사건 이후로 의료진의 책임을 무한지우는 중요 사건이다.

의사들은 최근 SNS를 통해 '근조, 대한민국 의료계, 대한민국 중환자실'이라는 문구를 단 리본을 공유하기 시작했는데, 단 0.1%의 의료 사고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법정 구속의 가능성을 생각해야만 하는 현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살인을 교사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고의로 세균을 주사하지도 않은 의사에게, 관리 감독 부주의를 책무로 구속 영장을 통과시켜 구치소에 수감시키면 세상에 어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다룰 수 있겠는가? 지금도 선의로 밤을 새워가면서 단 한 명이라도 살리고자 뛰어다니면서 일하는 응급실, 중환자실의 의사 선생님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는 못할 망정,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실수를 했으니 구속을 시켜야 한다는 이 나라를 보며 이민을 생각하지 않는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의 중환자실, 응급실에서 환자를 위해 희생을 한 댓가가 바로 이런 것이라면 굳이 국가에서 대신해 주지 않는 이상은 민간 병원이 중환자실을 운영을 할 이유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의사도 사람이다. 편하게 쉬고 싶고 법적인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근거가 명확한 성추행범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는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구속하는 이런 나라에서 어떤 의사가 중환자를 책임지고 싶겠는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vs 최선의 진료를 할 권리

항상 의사들이 파업을 이야기 할 때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어떻게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가?'

하지만, 의사들은 파업을 해도 응급실, 중환자실을 비우고 파업을 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과거 의약분업 사태 파업 당시에는 성난 젊은 의사들이 길거리에 뛰쳐나왔을 때 대학병원의 중환자 케어 시스템은 오히려 더 완벽하게 돌아가기도 했었다.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사들에게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눈 앞에서 환자의 숨이 넘어가는데 그 환자를 버리고 길거리에 나와서 파업을 한다?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의사들이 파업을 준비한다면 병원에 남아 있는 환자들을 더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당직 체계 또한 보완하게 된다. 의사들은 생각보다 윤리적이다. 한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 신뢰도 1위 직업이 의사였을 정도로 의사들은 공부 밖에 하지 못한 바보이다.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를 두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의사들에게는 최선의 진료를 다 할 권리가 있다고. 한정적인 건강보험재정으로 인한 급여 파이의 삭감으로 그 동안 의사들을 괴롭히다 못해 남겨둔 부분이 비급여였다고 속시원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현 정부를 상대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전 박근혜 정부에서 보험 급여 계통에서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로 나름의 성과를 만드니, 있는 부분 없는 부분 다 모아서 비급여 부분을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냐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비급여 부분은 법적인 강제 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요양기관당연지정제로 인한 대한민국 건강보험법은 급여 부분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저수가로 강제한 급여 부분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사들이 노력하여 미국 수준만큼이나 올리고 그나마 비급여로 퀄리티를 보전한 것인데 이마저도 끊어버리면 말 그대로 환자들은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수가 부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 연봉 1억 6천의 의사가 파업을? vs 돈보다는 생명 윤리를 위해

의사들은 아직도 일반 노동자에 비해 돈을 많이 번다. 맞다. 의사들은 돈을 많이 번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아직도 돈 벌이를 위해 파업을 준비한다고 이야기 한다. 배부른 돼지들이 더 배부르게 살찌기 위해, 돈 욕심 많은 의사들은 아직도 게으르고 나쁜 직종인 것처럼 언론에서는 이야기 아니 호도를 한다. 하지만, 의사가 파업을 하는 것은 직업 윤리 때문이라는 것은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최선의 진료를 할 권리 뿐만이 아니라 비급여의 급여화가 진행이 되면 퀄리티가 떨어지는 제품이 강제로 낮은 가격에 공급이 되고 의사들은 그 가격에 맞추어 환자에게 무조건 치료를 해야 하는 현실이 되는 것인데 아무도 그런 현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단지 의사들은 돈이 많은데 왜 더 욕심을 내느냐는 것 뿐이다. 하지만 자세히 한 번 생각을 해 보시라. 적어도 의료계에서는 의사들만큼 전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언론 기자들보다 훨씬 더 돈보다는 생명 윤리를 위해 움직인다. 비급여의 급여화, 즉 문재인 케어가 진행되면 당장 수준급의 치료와 검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연봉 1억 6천의 의사들이 1억 6천에서 1억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하소연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의학적 처치를 받지 못할 환자를 위해 전문가인 의사들이 나서는 것이다.

# 의사 지도자들에게 바란다

최대집 회장이 의협회장에 당선된 이후로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하게 파업의 분위기가 감돌자 정부에서도 언론에서도 더 크게 경계하는 모양새다. 과거 의약분업 당시에는 의협과 병협, 의학회 모두 하나된 힘으로 파업을 하였지만 결국에는 파업의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하였고 그 여파가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의약분업을 하면 의료비가 감소된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것은 현재 명명백백 밝혀졌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 그 결과에 주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 의료계 지도자들은 파업을 준비한다면 의약분업 투쟁 백서를 참고하여 실패하지 않는 투쟁을 하여야 할 것이다. 단회성 투쟁, 개원가만 참여하는 투쟁은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 시행 당시 토요 휴무 투쟁의 결과가 어땠는지 뻔히 알 수 있다. 일부 투쟁에 참여하여 의원 문을 닫은 곳은 직접적인 수입의 타격을 입고, 참여하지 않은 곳은 주변 회원들에게 질타를 받았으며, 결국엔 회원들이 분열된 결과만 가져왔었다. 물론, 현재 문재인 케어라는 중차대한 사안은 당시의 투쟁의 로드맵과 시행 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큰 것이지만 참고는 분명히 해야만 한다. 필자는 최대집 회장이하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자 한다.

1) 비통합의 통합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의협, 병협, 의학회 세 단체를 따로 따로 분류하는 정부의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집 패싱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되는데, 따라서 40대 의협 집행부는 선제적으로 나서서 세부 계층 직역을 하나로 묶고 신구 조화를 이루어 전 의사 직역에 대한 공감대를 하나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행동력이 강한 단체를 미리 배제하는 정부라면 협상의 원칙에 어긋나는 바, 의협에서 먼저 나서서 전 의사 직역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인다면 최대집 패싱이 아닌 문재인 패싱이 오히려 가능할 수도 있다.

2)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를 포용하라, 대의원회 또한 의협 집행부에 최대한 협조하라.
과거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와의 반목,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라는 매머드 급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현재는 그 이전과는 완연하게 다른 시기이므로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협조가 필요하다. 우선은 대의원회 의장 선거가 원만하게 치뤄지고 난 후 새로운 대의원회 의장과 최대집 의협회장이 합심하여 대한의사협회를 민초 의사들을 위해 이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시도의사회의 협조가 없으면 필패한다.

의사협회 파업은 의협 집행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 모임에서부터 시작해 민초 의사들 모두가 합심해서 일어나야 한다. 문재인 케어의 심각성은 대한민국 의사라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최대집 회장 이하 의협 집행부에서 최대한 시도의사회장단과의 반목, 분열 없이 투쟁을 이끌어간다면 13만 의사 모두가 합심해서 파업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시도의사회장단을 패싱한다면 절대로 이 파업은 성공할 수가 없다. 지난 토요휴무투쟁 말고, 여의도에서 벌어졌던 일요일 투쟁 당시 참여했던 의사들 대부분이 시도의사회의 독려와 협조 덕분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4) 병협, 의학회도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위해 나서자.

문재인 케어는 의원급 의료 기관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선후배 모두 합심해서 병의원급 모든 의료기관 의사들이 나서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보건복지부는 병협과는 협상하고, 약사회, 한의협과는 같이 가면서 의협은 패싱하는 전략으로 나설텐데 우리 모두가 고심해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부디 선배 의사들께서 후배들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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