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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도 급하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필요강경 투쟁도 좋지만 `나홀로 싸움' 아닌 `회원 결집' 중점
의사신문 | 승인 2018.04.16 13:18
정지태고려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지난 3월 23일 필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투표를 마치고 결과가 궁금했는데, 시차를 극복하지 못해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나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네이버 검색 순위 1위에 의협회장 당선인의 이름이 올라있고, 그 아래 연합뉴스, 중앙일보, 네이버뉴스, 이코노믹리뷰… 평소에 의협회장 선거에 관심조차 두지 않던 미디어들이 다투어 기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악의에 차서 의사와 의료계 단체를 욕해대는 댓글이 다수 달려 있었다. 일단 이번 의협회장선거 자체는 사회적이든 정치적이든 국민의 관심을 끈 것은 확실하다. 욕이야 하든지 말든지…

당선인도 알고 있고, 많은 회원들이 알고 있듯이 지금 우리 사회를 끌고 가는 집단은 이번 결과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부는 적개심까지 드러내며 욕하기도 한다. 그들이 광화문에서 하던 촛불 시위나, 요즘의 태극기 시위나 광화문에 교통 정체만 일으키는 시위라며 진저리 치는 시민도 많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의사단체가 당선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는 보건 당국, 욕하고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는 언론과 대중, 표계산이나 하며 자기들 갈 길을 가고 있는 정치인이 합작해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선출되었든 정당한 방법을 통해 선출된 우리의 대표다.

의사 사회에는 의협 말고도 다른 단체들이 많다. 병원협회도 있고, 의학회도 있다. 당선인이 속한 전의총도 있고, 많은 협의회들이 나름대로의 역사를 갖고 스스로는 합리적이라 믿으며 활동하고 있다. 이들과 소통을 통한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가기에는 그들도 힘이 있다. `힘이 있다'는 말은 언제든지 분란의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의협회장은 집행부를 이끄는 사람이고, 의결기관은 대의원회이다. 이것이 의사협회 기본 구성이다. 회장이 모든 결정을 마음대로 끌고 가기 힘든 구조이며, 수장이 투사라고 의협 구성원 전체가 투사가 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회원은 대의원회를 갈아치워야 의사가 산다고 하고, 정관을 통째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것은 대의원회에서 결정하는 일이다. 대의원회를 물갈이 하고 싶다면 전국적으로 전폭적 지지를 받는 집행부가 되지 않고서는 꿈꾸기 힘들다. 많은 회원들은 의협이 무슨 일을 해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관심도 없고, 회비를 납부할 생각도 없다.

13만명 의사 중 1/20의 지지를 얻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전체 의사의 뜻과는 다른 사람이 선출됐다고 해석될 수 있고, 구심점이 되어 조직을 한 방향으로 끌기 힘들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당국자들은 의협이 과격해지고, 의견이 달라지면 의협을 파트너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른 파트너를 찾아 나설 수도 있으며, 의협은 개원의들의 이익단체로만 취급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당선인이 해야 할 첫 번째 순서는 의료계 전체를 감싸고 집단의 힘을 키워야 한다. 강력 투쟁도 좋지만 집행부가 외톨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극우로 분류되는 의사가 있듯이 좌클릭 된 의사도 주변엔 많다. 양극에 서서 서로를 욕하고, 헐뜯어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의사 사회에는 양극에 서서 핏대 세우는 회원보다는 아무 관심이 없는 회원이 더 많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로 알 수 있다. 전자투표가 어려운 수학 공식을 푸는 일이 아니었는데도 과반수가 투표에 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매번 회비를 내며 회원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투표는 하지 않았다. 그동안 회비를 내지 않다가 투표를 위해 급히 지난 2년간의 회비를 낸 회원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기본 의무인 회비 납부조차 않는 사람을 끌어들여 힘을 모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수 있으나, 꾸준히 회비를 납부하던 회원이 얼굴을 돌리는 사태는 없도록 살펴야 할 것이다.

당선인의 열정과 투쟁성, 선명성은 이미 다 알고 있다. 합리성과 설득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회원들은 당선인을 무대에 올리고 왜 공약대로 안하느냐고 비난하며, 몰아가기를 해서 선택의 폭의 좁히면 안 될 것이다. 대의원회에서 탄핵을 받았던 앞선 집행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열사의 탄생을 바라지 않는다. 험난한 길을 슬기롭게 헤쳐가기를 빈다.

또 한 가지 바라고 싶은 것이라면, 의사협회에는 우리가 일정한 방향을 향해 나가야 할 장기적인 연구를 시행하는 기구가 없다. 물론 정책연구소에서 일부 하기는 하지만 자체 과제보다는 외부에서 기획된 단기적인 과제다.

예를 들면 의·한방 문제를 장기적으로 꾸준히 연구하는 집단이 없다. 의료 보험 정책도 정부를 압도할 깊은 연구가 지속되고 있지 않다. 집행부의 구성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우리의 앞날에 영향을 줄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팀이 생겨나 운영되는 것이 나의 두 번째 바람이다. 발등의 불도 급하지만, 미래에 대한 구상이 없는 집단을 표류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건강한 미래를 제시할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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