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31 (금)
<기고> 공단 수진자조회의 법적 문제점
<기고> 공단 수진자조회의 법적 문제점
  • 승인 2005.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공단 수진자조회의 법적 문제점

 

박영우<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분별없는 조회 자제 선별 이용 `절실'

 

의사/환자간 신뢰 깨고 오해 유발 가능성

 

의료인 명예훼손/환자 사생활 침해 다분

 

 

 

 2005년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 본부에서 18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서를 환자에 송부하여 수진자조회를 실시한 결과 환자들이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데도 일반 피부과 진료 내역을 수술한 것으로 전제하여 조회함으로서 의료인들이 또다시 환자에 의해 항의 받거나 부정 청구한 의료기관으로 의심을 받게 되었다.
 꼭 필요한 조회를 제외하고는 무차별적인 조회를 자제하여야 함에도 우월적 지위를 가진 권력적인 행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수신자 조회 건수를 보면 2001년 249만 6766건, 2002년 65만1612건, 2003년 68만8599건, 2004년∼2005년 6월 말까지 약 80만건 ; 진료내역 통보 건수는 제외)
 공단은 통상적인 수진자조회에 불과할 뿐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며 환자의 알 권리로 돌리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험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부당행위이며 환자의 알 권리는 환자가 직접 진료내역을 확인하는 수진자조회 시스템을 통하여 진료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있기 때문에 인정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를 해치게 되고 조사형식을 가지고 의사의 부당행위를 전제로 조회내용이 구성되어 있어 그 속성상 조회결과가 과장되거나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 따라서 보험재정 확보를 위한 무차별적인 수진자조회는 그 효과에 의한 가치보다 반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수진자조회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의사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 환자의 사생활 침해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다.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의 문제

 일반적으로 명예는 인격적 가치에 대한 규범적 가치개념으로서 명예훼손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킴으로서 법익 침해를 가져오게 된다.
 형법에서 명예훼손죄(제307조)는 공연히(공연성)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이며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성을 위한 때에는 위법성 조각사유(형법 제310조)가 될 수는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적시한 내용이 공익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적시행위 자체가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현재 공단의 진료내역통보와 수진자조회는 자칫 잘못된 현행 의료체계와 심사기준을 이해하지 못한 부지 또는 불인식, 착오 등으로 심사기준을 벗어난 청구 등에 대한 오해를 가져올 소지가 충분히 있어 의료인의 인격에 손상을 주게 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인격권은 그 속성상 일단 침해되면 원상회복이 어려워 명예가 훼손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인권은 국가가 보호하여할 절대적 가치로 본다면 의료인에게도 그러한 보호의무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공단의 진료내역통보와 수진자조회에 있어서 명예훼손에 대한 법리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사실의 적시(摘示)는 사람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데 충분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서 이는 반드시 단정적으로 표현할 것을 요하지 않고 공단의 수진자조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회적 표현에 의하여 의사의 부정행위를 암시하거나 추측·의혹 또는 질문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단순한 확인 대답만으로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대법원 1983. 8.23 83도1017) 수진자조회는 의사의 부정행위에 대한 의심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실사를 통한 처벌을 전제하기 때문에 사실의 적시가 성립된다고 본다.
 둘째, 적시한 내용과 행위가 공익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는 다만 보험재정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결과 의사와 환자의 선량한 신뢰관계에 상당한 해를 끼치고 있고 환자의 사생활 침해로 인한 많은 항의가 있어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과는 전혀 무관하며 직접적인 비방의 목적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의료기관이 비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공익성은 인정될 수 없다고 본다.
 셋째, 공연성(公然性)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구체적으로 적시한 내용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면 되는 것인데 비록 수진자조회가 개개인 수진자에게 전달이 되었더라도 같은 내용의 수진자조회의 경우 한 의료기관에 대해 적시한 사실을 다수의 수진자가 인식하게 될 뿐 아니라, 환자 개인에 국한한 내용의 수진자조회이었더라도 그러한 잘못 인식된 내용이 또다른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전파성의 이론) 공연성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생활 침해 문제

 헌법 제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사생활 비밀보호를 개인의 기본적 인권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연관하여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보통신 수단의 발전에 따라 사생활침해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의 침해로 볼 수 있다.
 최근 국정원의 X파일 불법도청사건으로 온 국민의 사생활 비밀이 위협받고 있으며 그 중 정보통신의 성격상 대량처리 및 고속처리, 원격전송이 용이하여 개인정보의 침해 기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이 1991년에 제정되어 있으며 공공부분과 관련되어 있을 때 보호대상이 된다.
 진료와 관련하여서는 모든 의료인의 환자 개인 정보에 대한 비밀누설죄는 의료법 제19조(비밀누설금지)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정밀히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료에서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형법 제317조에 의하여 규정된 비밀누설죄를 재차 의료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높은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환자의 진료정보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명예와 인격에 관계되기 때문이며 이익형량에 있어 환자의 진료정보 보호가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단의 진료내역통보나 수진자조회는 개인 진료정보 누출의 위험으로 인하여 심각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진료정보는 환자의 사회적 평가와 관계없는 병명이라도 환자 자신이 어떤 병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였는지에 대해 가족을 포함한 타인이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밀에 해당되며 환자 본인이 본인의 병에 대해 진작 알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었더라도 객관적으로 보호해 주어야 할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환자의 비밀에 해당된다.
 또한 만일 공연히 비밀을 누설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업무상 비밀누설죄와 명예훼손죄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86조에 `공단 및 심평원에 종사하였던 자 또는 종사하고 있는 자는 그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는 국민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
 왜냐하면 건강보험 업무에는 개인의 질병·과거 병력, 소득 및 재산 등 개인의 사생활과 관계되는 사항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관련하여 그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본인의 승낙이 없는 한(형법 제24조) 그 어떠한 위법성 조각사유가 될 수 없으며 이러한 위법성 조각사유는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될 수 있고 비교형량을 통하여 이익우월성의 원칙에 따라 결정될 수는 있으나 개별법에 개인정보 제공의무의 근거가 있다고 해서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무조건 비밀 유지의무가 면제될 수는 없다.(대판 80도2822)
 결론적으로 위와 같이 볼 때 공단의 수진자조회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의료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명예훼손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며 환자의 진료정보 누출에 따른 사생활침해 문제에 있어서도 위법성을 다루어 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충분히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이며 의료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환자의 사생활에 대한 법익침해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공단의 진료내역통보나 수진자조회는 그 내용에 있어 극히 신중하여야 하며 무차별적으로 강화할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최소화하여야 한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