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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다 연비를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다 연비를 생각한다
  • 의사신문
  • 승인 2010.05.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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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에 맞춘 공인연비의 '허상'

요즘은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에 빠져있다. 실제 다이어트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BMX를 시작한 덕분에 체중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에는 MTB를 많이 탔다. 그러다가 마당에서 트렉(TREK) MTB 자전거를 잃어버린 후 당분간 BMX로 기본기술을 연습하기로 한 후 새로운 길에 우연하게 접어든 셈이다.

MTB 시절의 소원은 언덕을 올라가는 업힐을 잘하는 것과 평지의 속도를 조금 더 내는 것이었다. 업힐은 무게가 가벼우면 유리한 점이 많다. 무게가 10%만 줄어도 1∼2단의 기어변속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물론 숨도 훨씬 덜 차다. 평지에서도 약간의 올라가는 경사만 있어도 가벼운 편이 더 낫다. 하지만 몸무게라는 것이 잘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가벼운 자전거를 타는 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언덕을 올라갈 때 1∼2Kg의 차이는 크게 느껴질만 하다. 심폐기능의 테스트나 마찬가지다. 사람을 엔진으로 생각해보면 출력의 마진이 적은 엔진이라 조금만 무리하면 완전히 지쳐 버린다. 기어 1∼2단의 차이는 아주 크다. 자전거의 기어가 27단 이나 24단으로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단수를 갖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MTB를 빌려 타보면 언덕을 오를 때 분명히 숨이 덜 차다. 자동차로는 절대 이렇게 예민하게 느끼지 못한다. 언덕은 엔진 RPM이 오르고 기어가 한단 내려가는 도로일 뿐이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 확실하게 체감하는 것은 서울은 언덕이 많다는 점이다. 소달구지를 끌어도 언덕이 있으면 올라가지 못하고 지게를 지어도 언덕은 버거운 존재였다. 예전에 언덕이 심한 곳은 사람들이 잘 살지 않으려 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게 만든 것은 석유다. 기름을 조금 더 쓰면 언덕은 쉽게 극복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연비는 악화된다. 결국은 지출로 이어진다. 자동차 회사들과 석유회사는 분명히 사람들이 더 큰 차로 자주 바꾸고 많이 타기를 바라겠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일반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스타일이 좋으면 연비가 좋은 작은 차가 나은 것이다. 마케팅과 사람들 마음속의 불안정한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예전에는 큰 것이 좋은 것이라는 슬로건이 맞아들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변하기 시작했다. 작은 차와 경차의 판매량이 놀랍게 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연비에 대해서 정말로 예민한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이유는 모르지만 상당히 좋게 생각한다. 필자같이 기름을 주유하고 기름의 양과 주행거리를 적는 사람은 연비에 대해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히 차의 연비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시내 주행위주의 중형차 연비는 대략 5킬로에서 8킬로미터 정도다. 그리고 조금 밟는 스타일이면 연비는 좋아질 수가 없다. 2000cc 수동을 모는 냉엄한 드라이버인 내 친구에게 물어보자 5킬로라는 대답이 나왔다. 대부분 자동을 모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낮은 수치를 낸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면 이보다는 훨씬 좋은 연비를 보인다. 마구 밟지만 않으면 더 좋은 연비를 보인다. 그리고 적당히 달리는 길은 실제 공인 연비와 비슷하다.

차에 붙어있는 연비는 일반적인 주행을 가상한 코스를 달려서 계산한 값이다. 언덕을 오르내리거나 차의 정체가 상습되는 주행은 배제된다. 일반적인 주행이 아니라는 이유다. 그런데 서울은 이 비일반적인 주행코스가 더 일반적이다. 차들마다 다르겠지만 공인연비는 도심지역 운행 차량의 실제연비보다 40%가량 거품이 있다. 예로 현대 YF쏘나타의 도심 실제연비는 8.9㎞/L로 추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공인연비는 12.8㎞/L이다. YF소나타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플랫폼인 NF 소나타는 추정연비보다 덜 나왔다. 7Km도 안나올 때가 많았다. 물론 개인적인 데이터, 수첩에 적고 계산한 데이터다. 3500cc SM7 RE 같은 경우는 이보다 더 낮았다. 메이커는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5Km도 안나왔다.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연비는 제원표에 붙은 공인연비의 영향이 크다. 공인연비를 보면 연비가 좋다고 막연하게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착시 현상을 조금 더 심하게 일으킬만한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2012년 새로운 자동차 연비측정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의 연비측정 방식을 `콤바인드 모드'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새로운 방식에 대한 발표에 따르면 같은 차량이라도 연비가 10∼15% 올라가게 된다. 새로 도입되는 측정 방식은 미국처럼 도심과 고속도로용 연비를 따로 산출한 뒤 이를 가중 평균한다. 고속도로에서의 연비가 높기 때문에 공식 연비는 자연히 지금보다 더 올라가게 된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연비에 맞추는 것이다. 대신 규정을 강화해서 2015년까지 생산되는 차량의 평균연비가 업체별로 17㎞/L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 역시 미국 수출 규정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새 측정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글로벌 스탠더드' 때문이라고 한다. 생산의 60% 이상을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의 사정을 감안했을 때 국내 연비 측정 방식을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발표의 이유라고 한다. 국내에 다니는 차량과 수출차량의 연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측정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MPG(MILES PER GALLON 으로 1 MPG 0.425 km/l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면 현재 소나타의 공인연비는 12.8㎞/L 에서 14∼14.7㎞/L로 올라간다. 숫자 놀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도로에서는 반이 조금 넘는 수치에서 1/3 보다 조금 더 높은 연비를 보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혼동은 불보듯 뻔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효율이 아주 좋은 엔진과 가벼운 차체가 나오는 편이 더 낫고 근본적인 변화다. 그러나 과잉경쟁인 자동차 업계는 아직 이런 마음의 여유를 부리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 자동차의 뉴스들을 보면 신차들은 그득하지만 혁신적인 신차들은 간간이 눈에 뜨일 뿐이다. 그래도 작은 차나 준중형차에서 40MPG을 넘는 차들이 조금씩 증가한다.(미국 수출형 아반테는 29MPG다. 골프의 TDI는 40MPG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차들을 보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요즘의 필자는 언덕을 오르거나 막혀있어도 기름을 적게 소비하는 착한 차가 진정한 신차이며 이런 차들을 우리나라 메이커들이 만들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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