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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김선민 기획이사 임명이 주목되는 이유는?
심평원 김선민 기획이사 임명이 주목되는 이유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4.04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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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G로 의료계와 극심 갈등…서울대 의료관리학 출신이자 심평원 내부 출신

심평원 신임 기획상임이사에 포괄수가제 도입을 위해 정부 측 대표로 앞장섰던 김선민 상근평가위원(사진)이 임명돼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월 공모과정을 거쳐 김선민 상근평가위원을 신임 기획이사로 3일 임명했다. 윤석준 전 기획이사가 임기를 남겨놓고 지난 2016년 7월 고려대 강단으로 복귀한 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김선민 위원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서울대 의대와 동 대학원(예방의학)을 졸업했고, 한림의대 조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연구담당관 등을 거쳤으며 심평원과는 지난 2006년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상근평가위원으로 입사해 인연을 맺었다. 이후 OECD프로젝트지원단장, 국제협력단장, 인재개발단장, 세계보건기구(WHO) 서비스제공 및 안전국 수석기술관(2016~2018) 등을 역임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 도입 당시 김 위원이 정부 측 대표로 나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며 의료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이력이 깊이 인상에 남는다.

특히 당시 김 위원은 포괄수가제 도입을 주제로 한 TV토론 패널로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대한의사협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노환규 전 회장과 대한의원협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윤용선 전 회장의 맞수로 출연해 한바탕 설전을 벌였고 이 사건은 결국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졌다.

김 위원이 TV 토론 패널로 출연해 가정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히고 포괄수가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자의적으로 그려 왜곡된 도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전국의사총연합이 김 위원의 상근위원직 사퇴와 정정보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은 자신이 가정의학과 의사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의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던 유태욱 전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방송 출연 이후 불특정 다수로부터 문자·전화·인터넷글 등으로 협박과 모욕을 당했다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김 위원의 기획이사직 임명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심평원 기획이사는 심평원 내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자리로 통한다. 심평원 조직의 기획·예산·인사·경영·홍보·정보통신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기획이사 외에도 개발이사, 업무이사 등 2인의 이사가 더 있지만 업무 성격상 기획이사가 사실상 심평원 2인자로 통한다. 심평원장 유고 시 원장직 대리수행도 관례적으로 기획이사가 맡는다.

이번 ‘내부출신’ 심평원 기획이사 임명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일이라는 게 심평원 안팎의 중론이다. 심평원 기획이사직은 한때 보건복지부 퇴직 공무원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공직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이른 바 ‘관피아 방지법(공직자 윤리법)’으로 더 이상 관료 출신 인선이 어려워졌고 대신 학자 출신 공공기관 임원직 인선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고려의대 교수 출신 윤석준 전 기획이사의 임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고려대 내부 규정상 윤석준 전 이사가 더 이상 외부 파견을 위한 휴직을 연장하기 어려워져 임기 중간에 기획이사직을 사임한 이후 물망에 올랐던 모 보건대학원 교수 임명이 내부 사정으로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19대 대통령 선거, 새 정부 출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취임 등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기획이사직 공모도 함께 계속해서 늦어졌다.

심평원은 ‘전문성’이 강한 기관 업무 특성상 외부인사 영입도 쉽지 않다. 이런 마당에 유관기관 공직자 출신 영입도 가로막히고, 교수 출신 영입도 어려워져 비중 있는 외부 인물 발탁이 어려워진 마당에 심평원 내부 출신으로서 ‘전문성’과 ‘교수’ 출신이라는 타이틀까지 고루 갖춘 김선민 위원의 임명이 시기적절하게 이뤄진 셈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김선민 위원이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보건의료 관련 요직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른 바 ‘김용익 사단’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김용익 사단’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출신을 뜻하는데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이진석 청와대 비서관,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 이영성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등이 그 일원으로 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윤석준 전 심평원 기획이사, 심평원장을 역임한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안형식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건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상이 제주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박기동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국가지원전략국장 등이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 출신으로 알려졌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포괄수가제’ 등 의료계를 옥죄는 각종 제도 및 법령으로 의정관계가 경색돼 강성 의사단체 전의총 출신 의협 회장을 탄생시켰던 지난 2012년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문재인 케어’ 논란으로 의정관계가 극심한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이로 인해 정부와 한바탕 일전을 벼르고 있는 최대집 전 전의총 대표가 의협 회장으로 당선돼 전의총 출신들이 대거 의협 집행부에 재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와중에 의협을 점령한 전의총과 악연이 있는 김선민 위원이 심평원 기획이사로 임명돼 앞으로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 출신 A씨는 3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이 의료계와 갈등을 겪은 전력이 있지만 과거의 일이다. 어찌됐든 이 방면 최고 전문가이면서 심평원 내부 사정에도 밝고 관련 인적 물적 네트워크도 두루 갖춘 김선민 위원이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기획이사직을 맡아 훌륭히 수행함으로써 심평원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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