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학회·중환자의학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 철회 강력 촉구
신생아학회·중환자의학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 철회 강력 촉구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4.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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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확보와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최우선 순위로 추진해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교수 2명과 간호사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대한중환자의학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 감염 관련 사건으로 인한 의료진의 법정 구속은 전례가 없는 일로 검찰은 즉시 신청된 구속 영장을 기각하라”며, “현재 진행 중인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과 중환자 진료 체계 개선안은 전문 의료 인력의 확보와 이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향후 의료진에 대한 실질적 처벌로 이어질 경우 막중한 사명감 하나로 중환자 진료에 임해 온 의사들이 진료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국내 중환자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잘못된 제도를 방치해 온 보건 당국과 비상식적인 사법적 판단을 한 형사 및 사법 당국에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국가 및 병원의 중환자실 감염 관리에 대한 총체적 실패”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간호사는 수액 준비 지침을 지키지 못했고 의사는 잘못된 관행을 묵인 방치한 지도 감독 의무의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해 조사 중이던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2명(교수)과 수간호사 1명, 간호사 1명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수사는 신생아들의 사인이 지질주사제 준비 과정의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생아학회·중환자의학회는 “우리는 본 사건을 국가 및 병원의 중환자실 감염 관리에 대한 총체적 실패로 정의한다. 학회는 보건 당국 및 정치권의 요청에 따라 사건의 근본 해결을 위한 방안을 작년 12월 말 이후 열린 수차례 전문가 공청회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제시했다”고 밝혔다.

학회는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본 학회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료감염관련 종합대책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설 및 장비 투자, 아울러 감염 관리 규정 강화만으로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학회는 “중환자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의료 인력의 전문가적 사명감이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중환자 전문의가 없는 중환자실의 패혈증 사망률은 전문의가 있는 곳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현실 ‘두렵다’

신생아학회·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근무 의사와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강도와 환자의 죽음이라는 일상화 된 스트레스 속에서도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은 의사들뿐인 점을 강조하며 현 상황에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학회는 의료진들의 신상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너무 쉽게 노출됐고 사건의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어 밤샘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비판하며 “우리는 담당 환자가 혹시나 감염으로 사망하게 되면 너도 나도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진료 현장에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우리들의 자존심과 의욕은 땅에 떨어졌다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부모, 형제, 자녀를 의료진에게 맡긴 보호자들의 감정이 전보다 한층 예민해 진 것을 느낀다”며, “수련 전공의들은 중환자 진료에 점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중증 환자 치료의 교육 현장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문의들의 업무는 가중됐다”고 밝혔다. 

학회는 종합 병원의 고질적 문제였던 중환자실 경력 간호사들의 사직과 이직이 가속화 되고 있고 그 공백은 갓 대학을 졸업한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면서 현재 구속영장 심사 중인 의료인에 대한 구속 및 형사 처벌이 현실화 될 경우 기존 중환자 의료 인력이탈 문제도 우려했다.

신생아학회·중환자의학회는 “선진국들은 사회적 파장이 큰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의료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아왔다”며, “최근 시행된 ‘전공의 특별법’과 ‘환자 안전법’은 모두 의료인의 과중한 업무가 곧 환자의 사망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에서 제정된 것들이며 두 사건 모두 해당 의사의 구속이나 형사처벌로 귀결된 전례는 없다”고 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정의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본질 은 의료 감염 관련 사망 사고인 점을 강조했다. 

학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주사제인 지질 주사제에 의한 신생아 사망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이 지질 수액 설명서에 미숙아에서 사망 위험을 경고한 것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기존에도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학회는 의료계가 목표로 하는 쾌적한 진료 환경과 합리적인 인력 운영 시스템을 갖춘 선진국 중환자실도 항생제 내성균 발생과 이로 인한 패혈증 및 사망이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현 상황에 대해 참담하다고 했다. 

이어서 학회는 “국내 성인 중환자실의 패혈증 사망률은 40%에 육박하며 이는 다른 선진국 통계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중 상당 부분은 환자를 맡고 있는 의료 인력의 접촉이나 기구를 통한 원내 전파에 기인하는 것이 사실이다”며, “앞으로도 발생할 여지가 있는 모든 원내 감염 사건 그리고 의료 감염 관련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이번과 같은 잣대로 의료진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두렵다”고 덧붙였다.

근본적 문제는 누구의 책임인가

학회는 “아기들의 연쇄적 사망을 막지 못한 의료진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아기의 치료에 관여했던 의료진만이 입건되고 구속의 위기를 앞둔 현 상황은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고 했다.

이어서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들은 지난 수년간 지질주사제 및 다른 바이알 제제에 대한 분할 투여를 유지해 왔고 실사용 분 이외 청구분에 대하여 삭감을 함으로써 분할 및 과다 청구의 빌미를 제공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책임은 없는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격리실 등 제대로 된 감염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이대목동병원에 지난 수년간 최상위 등급의 위상을 유지시켜 줬고 왜 해당 병원은 전공의 인력이 이탈된 상황에서도 중환자실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없었는지 전공의의 혹사를 통해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국내 대형 종합병원의 의사 인력 공급과 관리 체계의 근본적 문제는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토로했다.

학회는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에 대한 경찰의 구속 영장 신청에 분노하하고 감염 관련 사망 사고에 대한 의료진 사법처리는 전대 미문의 상황이라며 세가지의 요구 사항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나. 의료 감염 관련 사건으로 인한 의료진의 법정 구속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은 즉시 신청된 구속 영장을 기각하라.

하나. 이번 사건이 향후 의료진에 대한 실질적 처벌로 이어질 경우 막중한 사명감 하나로 중환자 진료에 임해 온 우리들은 진료 현장에서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국내 중환자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잘못된 제도를 방치해 온 보건 당국과 비상식적인 사법적 판단을 한 형사 및 사법 당국에 있게 될 것이다.

하나. 현재 진행중인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과 중환자 진료 체계 개선안은 전문 의료인력의 확보와 이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되어야 한다.

송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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