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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시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레오시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 의사신문
  • 승인 2018.04.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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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30〉

■소콜 체전과 조국의 새로운 미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는 1984년 일본 도쿄의 고속도로에 올라간 택시가 극심한 교통 정체에 휘말리는 대목에서 출발한다. 여주인공 아오마메는 우연히 택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고, 문득 이렇게 중얼거린다.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첫 부분을 듣고 이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고 알아맞힐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아주 적다'와 `거의 적다'의 중간쯤이 아닐까. 사실 〈신포니에타〉는 오랫동안 야나체크의 대표적인 관현악 작품으로 꼽혀 왔지만, 소설에 나오는 듯이 대중에게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최근 늘어나는 이 곡에 대한 인기는 아마 소설 `1Q84' 덕분일 것이다.

〈신포니에타〉는 야나체크가 72살 때인 1926년에 쓴 곡으로 다섯 악장으로 구성된 디베르티멘토 형식이다. `신포니에타(sinfonietta)'는 이탈리아어로 교향곡을 의미하는 단어로 `신포니아(sinfonia)'에서 나온 용어로, 일반적으로 교향곡에 비해 간소한 규모나 형식을 취한 관현악곡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 곡의 악기 편성은 그와 어울리지 않게 정규 편성의 현악과 목관, 타악기들에 더하여 네 대의 호른, 열두 대의 트럼펫, 두 대의 베이스 트럼펫, 네 대의 트롬본, 두 대의 테너 튜바, 한 대의 베이스 튜바 등 다양하고 많은 금관이 가세한 대규모 편성이다. 〈신포니에타〉는 비록 악기 편성은 거대하지만, 흥미롭게도 팡파르를 제외하면 대체로 경묘한 느낌으로 모든 악기가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차분하고 명료한 음색과 절제된 음량을 내도록 세심하게 다듬어져 있다.

이처럼 악기 편성이 커진 데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이 작품은 야나체크 `만년의 3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글라골 미사〉, 현악사중주 2번 〈비밀편지〉와 더불어 그 창작 동기는 `소콜'과 관련이 있다. 체코어로 `매'를 뜻하는 `소콜(Sokol)'은 체코슬로바키아의 국민체육 운동을 가리키는데, 소콜은 1862년 프라하에서 시작되어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각지로 급속히 번져 나갔으며, 그 결과 1889년 체코 소콜 연맹이 결성되었고 각 지역을 관할하는 연맹이 조직되었다. 이렇게 소콜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이 운동의 직접적인 목적이 체코슬로바키아의 해방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독일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꾸준히 투쟁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그 일환으로 체육활동을 통해 체력을 증진하는 한편 민족정신과 독립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그 역시 이 곡이 “이 시대의 자유민, 그의 영적인 아름다움과 환희, 힘과 용기, 그리고 승리를 향한 투쟁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25년 피세크에서 열린 소콜 체전에 참석한 그는 브라스밴드의 연주를 듣고 영감을 얻었다. 그때 스케치해 놨던 아이디어들을 소콜 체전 조직위원회의 위촉을 계기로 발전시켜 이 작품을 완성했다. 당시 그의 조국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의 결과로 독립을 쟁취한 직후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었고, 그런 조국에 대한 긍지와 기대를 이 곡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른바 `국민악파'에 속하지만, 후기의 전위적인 작품들을 보자면 체코 현대음악의 선구자이다. 그의 음악 어법은 체코 동부 모라비아지방을 기반으로 하는데, 보헤미아 출신이지만 러시아 음악에 더 가깝다. 보다 슬라브적이며 모라비아의 자연환경과 토속적인 정서가 투영되어있다. 각 악장에 부여한 제목은 모라비아의 중심도시인 브르노(Brno)의 특정한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다.

△제1악장 Allegretto(팡파르) 25대의 금관과 팀파니의 앙상블로 연주되는 팡파르이다. 야나체크가 체전에서 접한 군악대의 연주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 곡을 처음에는 `군대 신포니에타'로 명명하려 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제2악장 Andante(성) 재빠르게 움직이는 반복음형 위에서 펼쳐지며, 두 개의 주제가 다섯 개의 변주로 변화되고 야나체크의 독자적 구성의 편성을 이루며 점차 확대되어 팡파르가 된다.

△제3악장 Moderato(여왕의 수도원) 약음기를 부착한 현악기를 사용한 은밀한 느낌으로 고전적인 양식이다. 몽환적인 흐름 속에서 야나체크 특유의 오묘한 시적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온다.

△제4악장 Allegretto(거리) 관악기가 중심이 되는 트럼펫 독주의 폴카로 출발하여 투티에 의해 대위적 선율과 화음이 반복되면서 마무리된다.

△제5악장 Andante con moto(시청사) 지속되는 저음 위에서 제1악장 주제를 단조로 변조한 멜랑콜리한 주제가 전개된 후 처음의 팡파르가 다시 나타나면서 제1악장과의 연관성을 부여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한 후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라파엘 쿠벨리크(지휘), 바이에른 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71)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CBS sony classic, 1966)
△프란티세크 지레크(지휘), 브루노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Supraphon, 1986)
△찰스 마케라스(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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