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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 사는 지혜
아버지로 사는 지혜
  • 의사신문
  • 승인 2018.03.2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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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모든 것 - 의료인을 위한 금융을 말하다 〈26〉
박 낙 원 온에셋 대표이사

어려서 누군가의 절대적인 신뢰속에 자란 아이들은 자존감이 강해서 시련과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바르게 성장한다. 나는 어려서 아버지의 절대적인 신뢰속에 자랐다. 아버지는 쉰살의 나이에 큰 아들이 장가가서 손자가 있는 상태에서 나를 낳으셨다. 우리집은 부농이어서 과일나무도 많았고, 닭을 비롯한 가축이 많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앞 가게에는 먹고 싶은 과자들이 많았다. 나는 매일 부모님 몰래 계란을 훔쳐와서 과자를 바꿔 먹었다. 처음에는 계란을 하나 가져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개, 세개 갖고 와서 과자를 많이 바꿔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생색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닭들이 모이를 많이 주면 알을 안낳는다. 요즘 계란을 잘 안낳는 걸 보니 모이를 너무 많이 주었나 보다. 오늘부터 모이를 주지 마라.”
그날부터 애꿎은 닭들은 모이를 못 먹게 되었다. 나는 닭이 불쌍해서 계란 훔치기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몇일 후 아버지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낙원아 닭들이 모이를 안주니 알을 잘 낳는구나. 오늘부터 모이를 주도록 해라.” 나는 아버지가 내가 훔친 계란을 모르는 줄 알고 안심했다. 다시는 계란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막내아들이 계란을 갖고 과자 바꿔먹는 것을 아셨지만 아들 마음 다칠까 봐 닭 모이를 주지 못하도록 하여 아들 스스로 깨닫게 만들었다. 만약 그때 아버지가 나를 계란 도둑이라고 야단치거나 때리거나 했다면 나는 반항심이 생기거나 아버지와 마음의 간격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 마음 다칠까 봐 닭모이를 주지 못하게 만들어 나의 못된 버릇도 고치고 아들과의 관계도 돈독하게 만드셨다.

이민규 교수는 `표현해야 사랑이다'라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가 돼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식에게 상처받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버지 역할에 대한 공부를 한적 없이 아버지가 되었다. 젊어서 일에 쫓기다 보니 아이들 잠자는 모습을 보고 출근해서 저녁에 집에 오면 아이들은 잠자고 있었다. 주말에도 회사일로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어쩌다 시간이 나면 아이들 상태가 궁금해서 물었다.

`너는 커서 뭐가 될거니?”, “이런 성적으로 그게 가능하겠니?”, “이렇게 해라” 등등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해 주면서 나는 아버지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내게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아들과 대화가 필요했지만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빠와 대화가 필요할 때 아빠는 회사일, 친구들과 재밋게 보내기 바빳고 내게 신경쓰지 않으셨어요. 왜 이제 와서 나를 괴롭히세요” 참 괴씸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들이 군대가고, 빈방을 보면서 나는 아버지로써 역할이 많이 부족했음을 느꼈다. 휴가 온 아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아들아 아버지가 마음에 안들지?”
“아빠와 나는 세대가 다르니까 이해해요.”

“내가 생각해보니 자식으로 너를 처음 낳았더구나. 만약 내가 아들을 서너명 키워보고 너를 낳았으면 너에게 아버지 역할을 잘 했을텐데… 너에게 처음으로 아버지 역할을 하다보니 실수가 많았다. 미안하다.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앞으로는 내가 아빠 역할 잘하도록 노력할께. 지나간 아빠의 실수는 용서해주면 좋겠다.”
아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자지간에 무슨 용서예요. 군대에서 생각해보니 내가 결혼해서 나 같은 아들 있으면 골치 아플 것 같아요. 저도 아버지에게 잘하겠습니다.” 그날 우리 부자는 밤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는 돈의 가장 많은 부분을 자식에게 투자한다. 자식 한 명 낳아서 대학 졸업시키고 결혼시키는 비용으로 생명보험 연금을 든다면 노후에 최소한 매월 200만원정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 중에 자식에게 매월 200만원씩 용돈을 평생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자식은 잘 키우면 금전적 보상보다 더 큰 보상을 준다. 내가 살다간 가장 큰 흔적을 남기는 것이고, 자식이 주는 자랑스러움과 보람은 노인의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이다. 노후를 자식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부모 노릇을 정성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 허락없이 계란으로 과자 바꿔 먹는 막내 아들을 즉흥적으로 혼내지 않고 스스로 깨닫게 했듯이 아버지는 자식의 심리를 읽고 상처받지 않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배려하며 가르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이 들어 자식들과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지혜는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는 경제력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늦둥이 하나 낳았다고 생각하고 생명보험 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자식들과 더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한 지혜다. 생명보험 연금은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죽을 때까지 연금을 평생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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