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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가득한 '동백'이 반기는 마음심 닮은 섬
꽃망울 가득한 '동백'이 반기는 마음심 닮은 섬
  • 의사신문
  • 승인 2018.03.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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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26〉 동백꽃 붉은 지심도

세한지우(歲寒之友)를 만나다

앙상한 가지, 바싹 마른 풀잎들, 찬 기운 막으려 코트를 여미며 단단히 경직돼 있는 행인들의 모습이다. 물러가기를 거부하고 있는 겨울의 끝에서 문득 추위 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요염한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동백꽃이 보고 싶어졌다.

한겨울에 만나는 친구라 하여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불리는 동백꽃, 동백꽃이 피는 섬은 우리나라에 몇 군데 있지만 조금이나마 봄과 더 가까운 거제도의 지심도를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5시간이 족히 걸려 운전으로 인한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지심도 주변을 더 둘러보고 보고 싶은 마음에 1박 2일의 자동차 여행을 결심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거제도라는 반가운 표지판이 나타났다.

■색다른 매력으로 손짓하는 지심도
지심도(只心島)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모양이 마음 心자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 8경 중 하나이자, 원시 상태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기도 하며, 전국에서 걷고 싶은 길 17선에도 선정된 바 있다. 한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인 〈1박2일〉에도 소개돼 관광객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걷기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4월까지 피고 짐을 반복해 아름다운 동백섬을 유지시켜 준다. 오솔길을 따라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바다에 떠있는 천혜의 자연 휴양섬이라 할 수 있다.

주말 아침,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일어나자마자 지심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8시 30분 첫 배를 타니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지심도에 도착한다. 먼저 지심도 일주도로 코스를 확인 후 발길을 옮겼다. 처음에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가파른 콘크리트 벽의 민박촌을 지난다.

민박촌을 벗어나자 방송이나 사진 이미지로 많이 봐왔던 익숙하고 반가운 해안절벽의 풍경이 펼쳐진다. 국방과학연구소를 지나 포진지와 탄약고로 향하는 길은 동백나무와 금솔나무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숲길을 완성하고 있었다. `걷기에 참 좋은 길이구나'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며 지나가는 이 길은 사실 우리의 뼈아픈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섬의 위치 때문에 군사 요새로 사용됐고 아직도 잔재가 남아있다. 지금은 지심도 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해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겨울에 더 아름다운 자연의 축복
활주로 길을 지나 환상적인 해안선 절경을 바라 볼 수 있는 해안선 전망대에 다다르니 파도 와 숲, 해안 절벽의 하모니가 정말 아름답다. 지심도 일주도로의 끝 지점이자 반환점인 그곳에 서서 바닷바람 맞으며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그간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섬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어우러지니, 지심도는 그야말로 자연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별난 2월 한파로 인해 아쉽게도 아직은 동백꽃이 만개한 상황은 아니다. 군데군데 꽃망울을 터뜨려 피어있거나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동백꽃 망울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동백길 주변 대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꼿꼿이 뻗어 그 곧은 절개를 자랑하고 있다.

겨울에 만나 더 아름다운 지심도의 자연, 감히 그들에게 세한지우의 연을 맺고자 청해본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다시 지심도의 선착장을 향하고 있다. 여유롭게 즐겼는데 지심도 일주도로를 감상한 시간은 딱 2시간, 약속이나 한 듯이 정기 운항 배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Tip: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지심도의 민박촌에서 하루를 묵으며 즐기는 바다낚시를 추천할 만하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에는 유람선으로 한려수도 국립공원을 감상하는 것도 좋고 배가 싫다면 통영에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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