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혹독한 겨울일 수록 봄은 더 아름답다
[기자수첩] 혹독한 겨울일 수록 봄은 더 아름답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3.1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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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드디어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선출됐다. 6명의 걸출한 후보들을 이기고 뽑힌 만큼 최대집 당선자가 그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의협 신임회장이 나아갈 길이 그리 녹록해보이지만은 않는다. 문재인 케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다양한 이슈들로 국내 의료계가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밀양세종병원 화재 등 각종 사건‧사고로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제도적 규제의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극단적인 ‘의료 포비아’ 현상이 팽배해지면서 이제는 병원도, 의사도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예전 같은 국민들에 대한 의사들의 존경심과 권위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2000년 의약분업사태를 시작으로 의사단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국민 건강 지킴이로서 의사의 ‘전문가적 지위’는 시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권리의식’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즉 시민의식의 발달로 더 이상 정부와 의사단체만이 주도하는 ‘깜깜이’ 정책 수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정부와의 협상도 난항 중이다. 의협은 문 케어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9차 실무회의까지 진행하며 복지부를 상대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체 합의에 실패했다. 본래 정부와 친화적 관계를 유지하며 전문가적 권위를 지켜 오던 과거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며 나날이 의료권에 대한 개입과 자율성 또한 축소가 가속화 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내 의료계는 현재 의사협회, 국민, 국가가 체계적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모순상태에 빠져있으며 앞으로도 유기적이지 못한 지금의 상호관계가 지속된다면 의료계의 앞날은 어둡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 혼란스러운 나라를 구하는 인물을 말한다. 영웅이란 보통사람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신비로운 사람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위대한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 집단의 추앙을 받게 되는 인물이다. 현재 총체적 어려움에 빠진 의료계에 영웅이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며 더 나아가 선험적이기도 하다. 리더를 중심으로 흩어진 의료계의 의심(義心)을 한 대 모아 의료전문직으로서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바로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협은 외부적 모순상태 못지않게 심한 내부 분화 상태에 처해있다. 지난 여러 집행부에서 회장 불신임안 논의가 줄곧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40대 의협 회장은 다양한 내부 목소리를 통일하고 방향성을 맞춰 대표성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이는 의협회장의 대표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1인미디어는 신임 의협회장이 나아가야할 길을 잘 보여준다. SNS, MCN 등 1인미디어의 발전은 대중적 상호작용을 가능케 했다. 댓글을 통한 실시간 상호작용은 기존 매체의 수동적이고 단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해 능동적이며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했다. 이 같은 상호작용은 아무런 힘이 없는 대중으로 하여금 권한(empowerment)을 갖게 해주는 행위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이처럼 신임 의협회장은 앞으로 1인미디어적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필수적으로 수반해야한다. 아무리 좋은 리더십이더라도 고인 물은 썩듯, 소통 없는 집행부는 지지 받지 못할 것이다. 통합 체계를 통해 효과적인 의견수렴 방법을 모색하고 의논의 장을 활성화해 자신이 아무 권한도 갖지 못한다는 생각이 아닌 내 작은 생각까지도 충분한 가치를 갖고 고려된다는 생각을 회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옛말에 ‘집사광익(集思廣益)’이란 말이 있다.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량이 쓴 글에서 전해진 고사성어인데 제갈량이 촉나라 승상이 된 후 나랏일을 독단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널리 의견을 구하고 소통했다는 내용에서 유래됐다. 삼국시대 최고의 지략가였던 제갈량은 그의 글 ‘교여군사장사참군연속’에서 "무릇 관직에 참여한 사람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나라의 이익을 넓혀야 하며 생각이 다른 경우에는 열 번이라도 와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소통을 통한 화합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바야흐로 힘든 시기이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일수록 그 겨울이 지나면 더 강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법. 혹여나 내가 생각한 회장이 아니라하더라도 이제는 새로 선출된 신임 회장을 믿고 힘을 실어줘야 할 때이다. 또한 최대집 당선인도 집사광익의 정신으로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협을 꼭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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