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미투 운동' 초읽기 
의료계 `미투 운동' 초읽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3.13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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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여성들 사이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이 벌인 성적 일탈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 전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여성 검사의 폭로로 법조계에서 시작된 `나도 당했다(# MeToo)'라는 의미의 미투 운동은 삽시간에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충격을 안겨주더니 급기야 지난 대선 유력 주자였던 여당 소속 현직 충남도지사까지 연루돼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의료계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당장 의료계 최초로 미투 운동에 따른 가해자로 폭로된 서울 강남 대형병원의 임상강사가 최근 해직됐고, 또 다른 의대교수는 지난 1999년 여자인턴을 성폭행하려 했던 것으로 실제 피해자에 의해 폭로돼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굳이 미투 운동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의료계에는 크고 작은 성 추문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례까지 합치면 현실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자신의 치부가 폭로될 것이 두려워 밤잠 설치는 의료인들도 꽤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수행한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전공의 비율이 28.7%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전공의 중 48.5%가 성희롱을 당했고, 16.3%는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도제식 교육 환경과 사·제간 또는 선·후배간 엄격한 상하 관계가 유지돼 온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특성을 고려할 때 권력형 성폭력 발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의료계 특유의 폐쇄적 분위기로 인해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의 얼굴을 계속해서 마주 보고 일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가해자로부터 교육이나 평가까지 받아야만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때마침 의료계는 의협회장과 시도의사회장 등을 선출하는 선거기간이어서 각 후보들은 미투 운동과 관련해 의료기관 내 성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대책을 공약으로 선보이고 있다. 누가 지도자가 되더라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돼 이번 기회에 의료계도 오랜 기간 지속된 악습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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