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4:28 (목)
난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25>
난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25>
  • 의사신문
  • 승인 2010.05.19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소옆풍란과 자란
풍란을 하나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무실에서 키우던 풍란의 향을 맡으며 감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키우기 쉽게 심어서 보내준다면 크게 마음 쓰지 않아도 가끔은 흐뭇하게 바라보며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키울만한 나도풍란 한 촉 분양 받으려면 몇 만원은 줘야 했습니다. 소옆풍란도 한 화분 꾸밀 만큼 구입하려면 조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을 치러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나마도 그리 흔하게 보이지도 않았지요.

요즘은 화원에 가면 나도풍란과 소옆풍란을 비교적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2천원에 나도풍란 한 촉을 사고 보니 잎이 동그란 변이종 풍란이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한 촉에 이천 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둘러보니 소옆풍란 큰 덩어리들이 보입니다. 조금 비싸서 3만원을 부릅니다. 그리고 그 뒤쪽에 있던 화분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란들. 십여 촉이 넘게 심어져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그것 역시 한 화분에 3만원이었습니다.

욕심내어 난을 사고 보니 이 난들을 심을 화분과 재료도 필요합니다. 수반과 난을 붙일 돌, 화분 등 필요한 만큼 사고 보니 훌쩍 10만원이 넘습니다. 애초에 만원쯤으로 난과 화분을 사서 꾸미려다 지출이 과해졌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풍족했습니다. 난과 화분을 양 손에 두 보따리로 나누어 들고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의 예산으로 10년이 넘도록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즐길 거리를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 키우고 있는 난 중 소옆풍란 한 분은 키우기 시작한 지 15년이 되어갑니다. 앞으로도 15년은 더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운이 좋아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가는 그 순간에도 제 곁을 지키고 그 후에도 또 누구의 손에서 그의 삶을 바라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제일 먼저 선물할 화분을 꾸몄습니다. 어른 주먹만한 화분 속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성긴 플라스틱 그물을 받쳐 깔고 그 위에 풍란을 앉혔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수태 이끼를 물에 흠뻑 적셔 가장자리로 살살 채워 넣으며 풍란을 화분 위로 올려 보내고 나니 제법 모양이 갖추어 졌습니다. 자리도 넓게 차지하지 않을 것이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자랄 것이니 키우는 이도 이 정도면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음엔 잎이 동전처럼 동그란 변종 나도풍란을 심었습니다. 옆으로 긴 오지 화분에 나란히 네 촉을 올렸는데 난이 워낙 작아 그래도 충분히 여유가 있습니다. 화산석 하나에는 나도풍란을 붙이고 좀더 큰 다른 하나의 돌에는 소옆풍란을 올렸습니다. 두 돌을 수반에 담고 물을 채우니 제법 보기에 좋습니다.

그날 밤이 이슥하도록 난을 붙였습니다. 풍란은 본래 바위틈과 나무등걸에 붙어 뿌리를 뻗으며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습기를 먹고 살아갑니다. 돌에 붙이든 화분에 올리든 뿌리가 습기만 흡수할 수 있다면 잘 자랍니다. 함께 키워보시지요.

오근식〈건국대병원 홍보팀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