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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로 1450m 정상 올라 눈꽃송이에 감동 가득
곤돌라로 1450m 정상 올라 눈꽃송이에 감동 가득
  • 의사신문
  • 승인 2018.03.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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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25〉  발왕산 눈꽃길

가족과 함께한 발왕산 설국 여행

새 마음으로 새해의 목표를 다짐하는데 설경만큼 좋은 배경이 있으랴. 특히 힘든 고 3 수험생활을 무사히 마쳐준 둘째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한 터라 코스를 고르는 데 더 많은 신중을 기했다. 그리하여 온 가족이 함께 떠난 곳은 `발왕산 눈꽃길', 눈꽃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나무들이 우리 가족을 환영하고 또 축복해 준다.

■동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는 하얀 눈꽃길
발왕산은 강원도 용평에 있는 해발 1450m의 높은 산이다. 정상까지 곤돌라로 올라가 눈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매우 좋은 코스다. 용평 리조트에 도착해 먼저 준비해 온 핫팩으로 손과 발을 중무장한다. 곤돌라 매표소로 향하니 벌써부터 스키와 보드를 즐기러 온 인파와 중국, 일본 관광객이 섞여 북새통이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정상으로 향하는 곤돌라를 탔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곤돌라에 오르니 벌써 정상에 오른 듯 마음이 설렌다. 곤돌라 위에서 오늘의 여행 계획을 가족들에게 설명하니 아이들도 추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정말 신난 모습이다.

정상에 도착해 바깥 상황을 살펴보니 눈바람이 생각보다 심히 거세다. 스키를 타러 올라왔다가 매서운 바람에 넘어져 미끄러진 한 꼬마는 우리 가족이 도와줘 겨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거센 바람을 대항할 마음의 준비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따끈한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창밖 상황을 살펴본다. 2차 시도로 밖으로 나가봤지만 몇 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쫓기다시피 안으로 되돌아온다. 아무래도 겨울바람이 우리 가족의 눈꽃 여행을 시샘하는 기세다.

결국 가족회의를 거쳐 정상까지는 남자인 나와 둘째만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세번째 시도 끝에 아들과 나는 정상으로 향한다. 나무에 핀 아름다운 눈꽃들은 우리 부자를 반겨주나 바람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는다. 이렇게 바람이 거세고 추운 날씨에도 겨울산행을 즐기는 산악인들은 텐트를 치고 눈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설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주목과 푸른 소나무 위에 앉은 하얀 눈꽃송이의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다.

■푸른 하늘에서 하얀 마을로 내려가는 곤돌라 여행
잠시 얼었던 몸을 녹이고 내려가는 곤돌라에 몸을 맡긴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내려오는 곤돌라는 비교적 한가해 우리 가족만을 태운 아늑한 곤돌라 여행이 시작됐다. 눈보라 때문에 정상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푸른 하늘과 산봉우리들이 어울린 아름다운 풍경이 멋지게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가족은 제각기 사진작가가 되어 촬영하기에 바쁘다.

창문을 열고 열심히 작품 사진에 몰두하다보니 어느덧 손가락이 꽁꽁 얼어버렸다. 스키장 한편에서는 미래의 스키선수를 꿈꾸는 꼬마소년이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눈 쌓인 비탈길을 내려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두 아이와 함께 왔던 스키장에서의 옛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언 손을 녹이며 우리는 한창 옛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못 다한 능선길 산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리조트 호수길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새벽녘 해 뜨는 호수의 절경을 우리 가족의 행복한 추억 속 사진으로 남긴다. 아침 일찍 돌아오는 고속도로 주변 풍경은 살아있는 `크리스마스트리' 그 자체다. 특히 은발을 한 듯 한 가로수 모습이 가족 모두의 뇌리 속 깊이 남는다. 아마도 영하 20도의 매서운 동장군이 만든 걸작인가 보다.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겨준 발왕산 눈꽃길 여행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따뜻한 보금자리로 향한다.

걷기 TIP.  발왕산 코스의 경우 시간 여유가 있으면 곤돌라로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겨울 산행도 좋은 선택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장소로 의미 있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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