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7번 C#단조 작품번호 131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7번 C#단조 작품번호 131 
  • 의사신문
  • 승인 2018.02.26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428〉

■예술적 깊이와 통찰력이 담긴 원숙한 마지막 교향곡
프로코피예프는 23세 무렵 스스로 이미 자신만의 음악 언어를 만들어냈다고 천명한 바 있다. 자신만의 음악 언어로 고전성, 독창성, 운동성, 서정성, 그리고 그로테스크로 이 다섯 가지의 요소를 중시하였다. 이 가운데 특히 그로테스크함은 그만의 유머이자 독특한 취향이었다. 그는 이들 요소에다가 근육질적인 운동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두터운 음악적 구조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특별한 촉각 기능까지 요구했다. 외부적인 변화와 사건들은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혁명 전의 러시아에서 글라주노프, 라흐마니노프, 미야콥스키 등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러시아 교향곡 전통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스크랴빈의 그 엑스터시 넘치는 종말론적인 세계관과도 거리를 두었다.

본격적으로 그가 교향곡에 혼신의 힘을 쏟기 시작한 시기는 교향곡 제5번을 작곡한 1944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17년 연습적인 측면이 강한 교향곡 제1번 〈고전적〉을 완성하고 1925년 호화롭고 화려한 교향곡 제2번을 발표한데 이어 1928년 작곡한 교향곡 제3번은 오페라 〈화염의 천사〉로부터, 1930년 완성한 교향곡 제4번은 발레음악 〈방탕한 아들〉로부터 주제를 인용하였다. 1918년 5월 서유럽으로 진출한 이후 당시 접한 다양한 교향곡의 전통들에 대한 반격과 아방가르드적인 실험 모두가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1935년 러시아로 돌아온 후에는 비로소 자신이 나아가야 할 교향곡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스탈린의 피비린내 나는 대대적인 숙청과 험악한 강압이었다. 특히 교향곡 제5번과 그 이듬해에 작곡한 교향곡 제6번은 당시 감시가 심한 고문과도 같은 사회에 대한 비틀린 감성과 왜곡된 삶을 풍자한 것으로 이 시기 그의 음악에서 비로소 예술적인 깊이와 통찰력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전쟁 피아노소나타들과 바이올린소나타 제1, 2번과 작곡가 최후의 대작으로 작곡가가 세상을 뜨기 직전인 1952년 완성한 교향곡 제7번이 특히 그러하다. 이 작품에서 생각이 보다 넓어지고 훨씬 깊어졌지만 스탈린의 리얼리즘이라는 대원칙에 부합하는 필요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단순성과 우수 어린 노스탤지어가 스며들어있어 자신의 명예와 인간성을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20세기 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공연스캔들 이후 러시아풍의 유행은 파리의 청중들과 평론가들에게 충격을 주기 힘들어졌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문화로 19세기의 전통과 부르주아 문화를 경멸하게 되었고 고매한 것보다는 모방적인 것과 천박한 것들로 취향은 기울기 시작했다. 그는 ‘바흐로 돌아가자’는 당시의 운동과 파리의 음악경향을 비웃었다. ‘강철과 무쇠로 만든’ 교향곡을 구상한 그는 교향곡 제2번 초연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새로운 단순성을 찾기 시작했고, 이러한 노력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면서부터 구체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1952년 10월 모스크바에서 초연된 교향곡 제7번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서방세계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당시 1948년 주다노프 비판과 1953년 스탈린 서거 시기는 그가 교향곡을 작곡하는 데에 훨씬 불리한 조건이었던 반면 서방세계의 평론가들은 음악의 현격한 단순화를 스타일적인 퇴보로 평가하였던 것이다.

△제1악장 Moderato 구조적 단순성으로 포장되어 있는 은밀한 의도에 대한 실마리는 제시부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오보에와 글로켄슈필, 실로폰의 앙상블 음향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구조와 화성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풍자적인 오페라이자 마지막 작품인 〈금계〉에 등장하는 점성술사의 음악과 닮아 있는, 동화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제2악장 Allegretto - Allegro 그의 발레음악 〈신데렐라〉나 오페라 〈전쟁과 평화〉에서 등장하는 비통하면서도 달콤한 왈츠처럼 보인다.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호른과 팀파니, 작은북 등이 클라리넷과 플루트, 피아노,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명료한 왈츠 리듬과 대조를 이루며 어두운 분위기를 도입하여 이질적인 요소들이 그로테스크하게 춤을 추는 듯 끝을 맺는다.

△제3악장 Andante espressivo 일종의 음악적 화자의 삶에 대한 회상이다. 오보에를 비롯한 목관악기들이 향수를 자아내며 과거에 대한 동화적이면서 낭만적인 추억을 상기시키고, 호른과 바이올린의 길고 풍부한 프레이징과 짧은 하프의 여운은 일종의 몽상적인 여행과 같다.

△제4악장 Vivace - Moderato marcato 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는 이 악장에 대해 “당시 몹시 가난했던 프로코피예프는 무려 10만 루블이 걸린 스탈린상을 타기 위해 즐겁고 발랄한 22마디 이상의 갤럽을 원래 의도한 악상 대신 집어넣었다” 라며 증언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종소리와 함께 여운을 남기며 조용하게 사라지듯 끝을 맺는 코다 부분은 작곡가가 의도한 극중 화자의 과거로의 소멸로서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 제13번 `바비야르'의 마지막 악장에서 이를 모델로 삼았고 마지막 교향곡 제15번에서 프로코피예프의 이 교향곡에서 드러나는 의도적인 단순성과 신랄한 풍자의 그로테스크한 조화를 고스란히 차용하기도 했다.

■들을 만한 음반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지휘),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Erato, 1987) △게나디 로제스트벤스키(지휘), 모스크바 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Melodiya, 1967) △네메 에르비(지휘), 스코틀랜드 국립 오케스트라(Chandos, 1992)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