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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맞는 의료기기 필요성 인식 국산화 도전”
“한국인에 맞는 의료기기 필요성 인식 국산화 도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2.26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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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별난 사람들> `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10〉 -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강자헌 교수 

녹내장 검사기 서양인 기준 제조돼 부정확한 검사 결과 불만족
 해외제품 가격 1/20 수준인 P C 기반 `아이케어' 개발성공 특허
 D B 구축도 가능 질병 진행상태 비교 분석 등 장점 상품화 박차

 

`임갈굴정(臨渴掘井,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답답한 사람 또는 아쉽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일을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불편한 것이 있으면 개선해 `편리함'을 추구한다. 이것이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발명'에 이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발명은 `생각의 전환'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발명은 `시도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독립의 의지'라고 이야기 하는 이가 있다. 그는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강자헌 교수이다.

강 교수는 전공의 시절부터 `의료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좁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해외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대한 불편함(고장, 수리)이 컸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의료기기 시장에 큰 이변은 없었다.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고, 연구밖에 모르는 강 교수에게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불편함은 있어도 그 뿐, 발명은 남의 이야기와 같았다.

그는 `성인지미(成人之美, 남의 뛰어난 점을 도와 더욱 빛나게 하는 일)'라는 말처럼 우연히 `의료기기 개발'에 눈을 뜨게 됐다. `좋은 친구는 보배'라는 말처럼 특별한 인연도 한 몫 했다. 강 교수는 2011년 `녹내장 검사기-아이케어'를 개발했다.

■“의료기기…`국산화' 시켜보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뜻하는 바가 있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해결될 방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강 교수에게 의료기기 개발은 `뜻 하는 바'는 아니었다. 다만 녹내장 검사기를 `국산화' 해보자는 생각이 제품개발에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강 교수는 국내 IT산업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는 데에 비해 의료기기 산업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영세해 고부가가치 개발의 역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 의료기기의 가장 큰 문제는, 10년, 20년이 지나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예컨대 녹내장 형태는 물론 약제에 대한 반응이 인종마다 다르며 질병에 대한 패턴도 틀리다. 또 같은 동양인이더라도 한국과 일본사람은 비슷하지만 중국사람은 조금 다르다고 한다. 해외의료기기 제품의 경우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제작됐고, 임상실험을 마쳤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100% 정확한 검사 결과를 내지 못할 수 도 있다.
강 교수의 머리 속에는 해외 의료기기에만 의존하는 안과 의료기기를 `국산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넌 아이디어-난 `기술제안'…`윈윈'”
`사람에게는 살면서 3번의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행운을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강 교수가 포항공대 교수를 만난 인연 자체가 행운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미국 연수시절, 강 교수는 이웃이었던 포항공대 교수와 대학은 달랐지만, 출퇴근을 같이 하는 사이였다. 출퇴근 시간동안 두 사람은 소소한 일상부터 서로의 전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강 교수는 “포항공대 교수는 늘 나에게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보자'라는 제안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만 해온 내가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도 없어 매번 웃고 넘기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2009년 두 사람은 한국에 돌아왔다. 강 교수가 녹내장 기기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포항공대 교수가 제품화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발명 대회에 응모했던 제품이 큰 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하게 됐다.

■“아이케어 개발, 국제 발명왕 수상”
강 교수의 `아이케어'는 제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각 대회에서 다양한 상을 거머쥐었다. `2011 대학창의발명대회'에서 최고상인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201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학생 사업화 경진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제네바 국제 발명전시회에서는 금상과 우수과학기술 특별상을 수상했다. 아이케어는 디자인 등 제품 상용화를 전담하기 위해 2015년 2월 `아이피아'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마친 상태다.

강 교수는 “2012년 수상을 하면서 아이케어에 대한 개발에 더욱 매진하게 된 것 같다”며 “이후 아이케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더 가볍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나아가 수상을 기반으로 국내 특허는 물론, 미국과 유럽 특허를 출원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임상연구도 진행할 수 있었다”며 “국내 녹내장 환자들에게 최적화 할 수 있는 제품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PC기반 제품, 가격도 1/20 수준”
세계녹내장협회에 따르면 녹내장 발생률은 40대부터 매년 0.1%씩 증가해 80대에 이르면 인구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녹내장 환자의 수는 매년 증가해 2015년 기준으로 약 70만 명에 달한다.

녹내장은 최근 연구와 의학 기술의 발달,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 증대로 인해 과거에 비해 조기발견 비율이 높아졌다. 정기적인 시야 검사를 진행하고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녹내장을 검사하는 `시야 진단검사 시스템 기기'는 부피가 크고 무거울 뿐만 아니라 암실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 `안과 전문병원' 등 외에는 구매와 운용이 힘들다. 때문에 국민들이 시야 진단검사를 통해 녹내장을 조기에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아이케어는 개인용 컴퓨터로 본인의 시야를 간단하게 검사하고 녹내장 진행 여부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PC기반 녹내장 검사기'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부피도 냉장고 반만한 작은 크기로 암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해외의료기기의 20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녹내장 조기 발견에 기여할 수 있게 했다.

■“환자 특성 반영한 개인 맞춤형”
강 교수가 개발한 아이케어는 노인성 안질환인 `녹내장'을 조기에 쉽게 별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이케어는 시야 검사를 `최초 검사'와 `차후 검사'로 구분해 환자에게 최적화하는 `개인 맞춤형 시야' 검사 방법이다.

이런 아이케어는 기존 기기와 달리 환자의 이름, 연령, 성별과 검사안과 등 인구학적 정보 및 검사 기본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초 검사지 기록이 남아 향후 재검사 시 개인의 시야 검사 결과를 추적해 지속적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시신경 손상 진행 정도의 평가에 활용, 환자들의 녹내장을 관리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국내 사용되고 있는 녹내장 시야 검사기기의 경우 병원을 처음 방문하든 재방문이든 새롭게 검사를 해야 해서 과거와 현재 검사가 자세히 비교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또 기존 시야 검사 방법은 검사기에 내장된 알고리즘에 따라 시야 검사가 수행될 수 있어 시야가 손상되지 않은 영역까지 포함해 시야 영역 전체에 대해 검사를 수행하므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아이케어는 PC에 환자의 기록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의 녹내장 진행 상태를 심도 있게 비교 분석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의료기기는 시야 검사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할 수 없지만 아이케어는 향후 검사 결과를 환자별로 검사 순서에 따라 시야 검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환자의 선호에 따라 시선고정용 시표 종류, 시선고정용 시표 위치 및 시야측정용 시표 제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시선고정용 시표 위치의 경우 환자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미세 조정도 가능하다.

■“상용화 준비 완료, 한류열풍 목표”
강 교수는 “아이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1위를 석권하고 있는 녹내장 시야 검사기기와 비교 실험한 결과 모든 기능에서 `최고' 성적을 얻어 환자에게 바로 적용해 사용해도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강 교수의 1차 목표는 아이케어가 국내 상용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제품개발과 상품화는 의미가 다르다. 현재는 아이케어는 상업화를 위한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동안 정부 및 복지부의 지원으로 아이케어를 상용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해 왔다. 아이케어가 출시되면 국내에서라도 사용빈도가 높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나아가 동남아에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데, 의료기기도 한류열풍을 등에 업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선진국에도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추가연구를 통해 LED 기반 자동시야계의 기능을 강화하고, 환자 개인에 맞춤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노인복지시설이나 보건소, 병의원 등에 널리 보급해 앞으로 국산 검사기가 녹내장 조기 진단에 활용돼 국민보건의료 향상에 이바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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