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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 A장조 작품번호 141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 A장조 작품번호 141 
  • 의사신문
  • 승인 2018.02.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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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27〉

■길고 험한 여정을 거쳐 처음으로 회귀한 마지막 교향곡
이 교향곡은 음악 형식면에서 전형적인 교향곡 스타일이다. 첫 교향곡인 교향곡 제1번의 뉘앙스를 풍기면서 두 교향곡이 서로 맞물려 있는 특이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교향곡이 절대음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의미는 음악적으로 퇴행의 길을 걸었다는 뜻이 아니고 그 길고도 긴 교향곡 여정의 마지막 이정표를 세우고 영원한 음악적 순환의 굴레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확대된 타악기 파트를 포함하는 오케스트라의 표준에 가까운 네 악장의 교향곡”이라고 설명했다. 이 언급은 순수 기악곡으로서 교향곡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의 전체 교향곡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는 역할은 바로 자신의 모든 교향곡에 대한 결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을 작곡함으로써 교향곡 장르의 새로운 진보에 대한 그동안의 시도를 처음 상태로 다시 되돌려 놓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작곡가의 철학이 깃든 교향곡이란 장르는 무조라는 현대적 음악언어로 펼치기보다는 오히려 고전적 음악언어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피력하였다. 그는 현대음악이 새로운 형식을 통해서 재탄생될 것임을 확신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교향곡의 존재 영역에 대한 명백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교향곡 제15번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은 우화적인 면과 함께 따뜻하고 쾌활한 분위기이다. 또한 대부분의 작곡가들의 최후 작품에서 풍기는 삶에 대한 영원성, 종교성, 경건함과는 달리 매우 긍정적인 생각과 실내악적인 경향을 풍기고 있다.

이 곡은 교향곡 제14번이 발표된 후 2년이 지난 69세가 되던 해인 1971년 여름 매우 빠른 속도로 작곡되었다. 급한 작곡은 금물이라던 자신의 반성을 무색하게 하였으나 “심혈을 기울여 매우 빠른 시일 안에 완성했다”는 말로 변명을 대신했다. 교향곡 제15번에 대응하는 교향곡 제1번을 작곡한 것은 불과 그의 나이 19세였고 그 후 46년 동안 모두 열다섯 곡의 교향곡을 완성한 금세기 최대의 교향곡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비록 그에게는 4년이라는 생명이 더 남아 있었지만, 교향곡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초연은 1972년 모스크바에서 아들 막심의 지휘와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연주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제1악장 Allegretto 매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며 로시니의 〈월리엄 텔〉 서곡 마지막 부분의 주제 ‘금관의 선율’을 인용하고 있어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매우 선명하고 경쾌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시도는 곡 전체의 구성은 고전적이지만 세부적인 형태는 소나타 형식에 구애되기보다는 자유로운 형식 표현을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쇼스타코비치의 과거 회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어릴 적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이 선율을 통해서 쇼스타코비치는 과거로 날아간다. 아들 막심은 “〈윌리엄 텔〉은 아버지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멜로디였다”고 말했다. 이 선율은 다섯 차례 반복되며 매우 다양한 인상을 남기면서 전체 악장을 이끈다.

△제2악장 Adagio - Largo - Adagio - Largo 장송행진곡 분위기로 진행하지만 전통적인 장송행진곡과는 달리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이 장송행진곡은 교향곡 제1번의 제3악장, 교향곡 제4번의 제3악장, 교향곡 제11번의 제3악장에서도 쓰인 바 있다. 주요 악상은 금관의 코랄로 첼로의 레치타티보와의 대화가 세 차례 이루어진 다음 다시 장송행진곡으로 이어진다.

△제3악장 Allegretto 바순으로부터 시작되는 목관의 도입부와 현을 중심으로 하는 재현부, 바이올린 독주로 시작되다가 타악기로 마무리 짓는 피날레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면을 증폭시킨다. 실로폰, 캐스터네츠 등 타악기가 끝맺는 부분은 그렇게 음량이 크지 않다. 여러 악기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등장하지만 실제적인 효과는 그리 과장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부분은 마지막 악장에도 포함되어 있어 괴기하고 장난기 어린 느낌을 준다.

△제4악장 Adagio - Allegretto - Adagio - Allegretto 이 악장에서는 수많은 타악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과 바그너의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중 `운명의 동기'를 인용하였고 〈신들의 황혼〉 중 `지그프리트의 장송 행진곡'의 리듬을 사용하면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주를 암시하는 음형도 등장한다. 또한 팀파니를 포함해서 무려 13종의 타악기가 등장한다. 그렇지만 타악기 특유의 강렬하다거나 투박한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산뜻하고 명료한 음색이 울려 퍼진다. 제1악장에서 로시니의 `금관의 선율'이 다섯 차례에 걸쳐 나타나듯이 바그너의 이 금관 선율은 여덟 차례나 반복된다. 쇼스타코비치가 윌리엄 텔이나 지그프리트 같은 영웅들을 음악적 소재로 인용한 것은 20세기는 영웅의 시대가 아님을 웅변한다. 마치 영웅은 영웅의 시대에서나 빛나듯 교향곡도 마찬가지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분명 이 작품을 통해서 더 이상 고전 교향곡과의 교감은 접어두고 새로운 형체를 찾아 나서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Melodiya, 1976) △제나디 로제스트벤스키(지휘), USSR 문화성 오케스트라(Melodiya, 1983)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Teldec, 1989) △쿠르트 잔데를링(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Erato, 1991) △키릴 콘드라신(지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elodiya,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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