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소나타 제29번 b플랫장조 106 '함머클라비어'
베토벤 소나타 제29번 b플랫장조 106 '함머클라비어'
  • 의사신문
  • 승인 2010.05.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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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의 한계를 요구하는 장엄함

베토벤은 일생동안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다. 그 하나하나가 각각 개성과 다양함을 갖고 있어 그의 전 생애에 걸쳐서 어떤 변화가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피아노 소나타는 그의 인간적 의지, 정신적 고백을 토로하는 거울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피아노 음악의 `신약성서'라 할 정도로 후세에 피아노를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감히 넘을 수 없는 에베레스트와 같이 우뚝 선 존재로 남아있다.

쉰두 살의 나이에 완성한 피아노 소나타 제32번의 1악장은 교향곡 제5번 `운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더욱 괴롭고 아픈 긴장으로 점철되어 있다. 엄숙하고 짓눌린 감정이 빠져나갈 틈을 찾지 못하고 오레스테스를 쫓는 복수의 여신들처럼 무섭고 불안하게 헤매다가 그 해결을 2악장으로 넘겨버린다. C장조로 시작하는 `아리에타'는 인간세계를 초월하면서 조용하고 평온한 베토벤의 자기 고백이다. 모든 얘기가 끝난 후에 뭐라 할 말이 더 남았겠는가? 이 두 악장은 서로 대립된 세계를 구현하면서도 유기적으로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 즉 이 작품에서는 `침묵의 서곡'과 `소나타의 최후 증언'으로 대변되는 인상을 느끼게 된다. 베토벤 스스로도 이 작품을 `실제와 신비의 세계', 남녀의 원리로 서술하였으며, 피아니스트 에드윈 피셔는 `이승과 저승', 폰 뵐로우는 `번뇌와 해탈'로 해석한 연주로 묘사하였다.

토마스 만의 소설 `파우스트박사'에서는 피아노 소나타 제32번의 2악장 `아리에타'를 연주하며 그 의미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는 변주 악장인 `아다지오 몰토 셈플리체 에 칸타빌레'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아리에타'의 주제는 모험과 운명이지만, 목가적인 소박함은 결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주제는 16분 음표로 되어 있으며, 전반부 마지막에 나타나는 외마디의 절절한 외침과도 같은 짧고 영혼에 가득 찬 절규로 집약되어 있다. 그저 8분 음표, 16분 음표, 점4분 음표로 되어 있다…그것이 전부이다…(중략)…3악장이라고? 이 결말 후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이런 이별 후에 다시 돌아온다? 불가능하다…그리고 그가 말한 `소나타'란 비단 이 C단조 뿐만 아니라 전통 예술 형식으로서 소나타 전체를 의미한다. 소나타 자체가 종말에 달한 것이다. 자기의 운명을 달성하고 이미 넘어설 수 없는 목표에 도달했다. 자기를 억누르고 해체하고 이별을 고한다. C#의 선율로 위로 받은 d-g-g 동기의 이별의 눈짓, 바로 위대한 소나타와의 이별이다.” 이만큼 피아노 소나타 제32번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설명한 사람은 없을 듯하다.

피아노 소나타 제32번은 베토벤의 만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의 마지막을 용해시켜 놓은 듯 농도 높은 걸작이다. 베토벤 중기 이후부터는 거대한 형식을 지니면서 베토벤 자신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격렬한 투쟁 의지의 표출이었던 반면 베토벤 후기로 갈수록 고전주의 형식 붕괴를 시도하고 낭만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베토벤은 이미 계몽 시대의 요구를 초월한 영웅이었고, 육체의 고뇌와 싸워 이긴 승리자였다. 물질적인 욕망과 연인과의 사랑을 다스려 스스로 완성된 인간이 예술의 정점에 도달하면서 푸가와 변주를 통한 내면의 고백으로 내재된 베토벤 자신의 내면세계와의 고투와 고담한 종교적 해탈의 경지를 표현하였다.

제1악장: Maestoso - Allergro con brio ed appassionato 격렬한 긴장감으로 일관된 쓰라린 감정의 표현이 두드러진다. 제2악장: Arietta 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베토벤 만년의 모습을 해탈한 정화의 모습으로 최후를 장식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박하우스(피아노)(Decca, 1961); 빌헬름 캠프(피아노)(DG, 1954);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philips, 1991);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DG, 1977); 백건우(피아노)(Decca, 2005); 아르투르 베네딕티 미켈란젤리((Decca, 1965)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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