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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추무진 회장…두 번째 탄핵위기에서 벗어나다
‘불사조’ 추무진 회장…두 번째 탄핵위기에서 벗어나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2.10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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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임시총회, 불신임안 처리 위해 개최됐지만 정족수 미달로 상정조차 안돼

추무진 의협 회장(사진)이 임기 중 두 번째 맞은 탄핵위기에서 벗어나 두 달여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됐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임수흠)는 △회장 불신임의 건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관련 보고 및 입장 정리 등 2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2018년도 임시 대의원 총회’를 10일(토) 오후 5시 더케이호텔 3층 거문고홀에서 개최했다.

이번 임시 대의원 총회는 추무진 집행부 임기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회장 불신임안건 등을 처리하기 위해 긴급히 열려 개최 전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추 회장 임기 중 불신임안 처리를 위한 총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16일에 이어 5개월 만에 다시 열린 것으로 추 회장이 당시 임시총회 의결의 효력을 전면 부정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최상림 경남대의원 등에 의해 불신임안이 발의돼 의협 정관 제17조에 의거하여 요건이 충족돼 추 회장이 두 번째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의협 임수흠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의협 집행부 임기가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본 총회를 개최하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임기 중 두 번이나 회장 불신임 안건이 상정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고 누가 뭐래도 의협 집행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무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두 번이나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작성 및 의견수렴 과정에서 일부 오해로 회원들에게 혼란을 드린 점이 있었지만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은 쓰러져가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함이었고 의원급 입원실과 수술실을 없앤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집행부는 비대위의 원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비 6억 원 편성과 6억 9000만 원의 추가경정 편성, 대의원회 서면결의 요청과 전담직원 4명 배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대의원들이 직접 뽑은 회장 불신임은 협회 위상과 미래에 대한 문제로 신중해야 한다. 부디 집행부가 얼마 안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읍소했다.

이후 추 회장 불신임 안건 처리가 진행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종료됐다. 

임수흠 의장은 대의원 정족수를 조금이라도 늘려보기 위해 안건 처리 순서를 바꿔 두 번째 안건인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관련 보고 및 입장 정리’를 먼저 처리하고 이후 불신임 안건 처리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총회 시작 시 확인된 130명의 참석 대의원 수에서 5명이 더 총회장에서 이탈해 버려 참석 대의원은 125명으로 나타났다.

추무진 회장의 '운명'을 결정지은 참석대의원 수 확인. 이날 의협 재적 중앙대의원 232명 중 125명이 참석해 회장 불신임 처리를 위한 3분의 2 이상 참석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투표 진행 당시 232명의 재적대의원 중 125명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회장 불신임안을 처리하기 위한 정족수 3분의 2가 충족되지 않아 표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추무진 회장은 임기 중 두 번째 탄핵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의원회는 이번 총회 개최 전부터 대의원들의 참석을 적극 독려했다. 각 지부와 의학회 및 각 협의회장에 대해 대의원 변동사항 및 정·대의원 결석 시 교체대의원 참석자 및 명단을 대의원회에 통보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상정을 위한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했다.

이번 총회에 참석 대의원 수가 부족했던 것은 주로 의학회 소속 대의원과 일부 시도의사회 소속 대의원이 불참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학회 소속 대의원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텅 빈 공석이 한 눈에 들어왔고 참석했더라도 표결 전에 총회장을 빠져나가 일부 대의원들은 회장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의도된 집단적 불참이 아니냐는 의혹과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텅빈 의학회 소속 대의원 좌석. 이날 불참으로 추무진 회장의 탄핵 저지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한편 이날 총회장에는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대표를 비롯한 의사회원들이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시위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반대로 “임기 2개월 남은 시점에 회장 탄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탄핵 반대 피켓시위를 한 의사회원도 있었다.

추무진 회장 불신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와 불신임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는 의사회원들.

회장 불신임안과 함께 올라온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관련 보고 및 입장 정리’ 안건은 반대 입장이 압도적인 우세를 나타내 의협 집행부는 임기 내에 더 이상 권고문 채택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의협 정관에 따라 재적대의원 중 과반 수 이상 참석으로 총회가 성원돼 진행된 찬반투표 결과는 참석 대의원 130명 중 반대 120표, 찬성 6표, 기권 4표로 나타났다.

표결 전 마련된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한 토의시간에서부터 집행부의 행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의 의견이 봇물을 이루듯 쏟아져 나와 마치 성토장을 연상케 해 표결 전부터 그 결과를 짐작케 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관련 의협 집행부를 비판하는 의사 진행 발언을 하고 있는 대의원들.

이동욱 경기대의원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에 대한 협의체 논의는 지난 2년여간 줄곧 비공개로 추진되다가 지난해 말이 돼서야 공개되기 시작했다”고 의협의 소통 부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는 의료계 백년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으로 1개 과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가 반대할 정도로 의료계 반대가 심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처럼 집행부가 회원들을 압박해 졸속으로 강행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기훈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의원은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은 병상총량제 개념의 확대로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통제기전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잘 알고 받아들일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의협은 (집행부 임기 중 결정하라는)정부의 협박에만 놀아나고 있고 의료계 내 직역이기주의로 하나된 목소리도 나오지 못하고 있어 부끄럽다. 이런 일을 처리하라고 만든 의협 KMA 폴리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한 의협의 행보에 이토록 강한 분노를 나타냈던 대의원들은 이날 찬반 투표 종료 이후에도 반대 입장으로 정리된 이번 대의원회 의결 사항을 집행부가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추 회장이 의결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더 이상 권고문 채택을 추진하지 않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김창훈 전남대의원은 “임시 대의원 총회 의결 사항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지난번처럼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추무진 회장에게 묻고 싶다. 집행부가 대의원회 의결사항을 따르지 않아도 제어장치가 없다면 회장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추 회장을 압박했다.

대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 추 회장은 결국 이번 표결 결과와 관련해 “대의원회의 의결사항을 준수하는 것은 회장의 필수 의무로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현 집행부에서 권고문 채택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고 이미 추진하려 해도 추진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했다.

의협 중앙대의원 일동이 결의문 채택을 낭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편 의협 중앙대의원 일동은 이날 총회 종료 직전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의과 의료기기 사용 허용입법’, 그리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의료진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의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13만 의사들은 불합리하고 의료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들을 쏟아내어 대한민국 의료를 무너뜨리려는 정부의 시도에 맞서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고 우리의 의료제도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의료전문가의 경고와 조언을 무시한 '문재인 케어'는 현실적인 재정확충의 뒷받침 없이는 그 실현이 불가능하며 졸속으로 그 시행을 강행할 시에는 의료체계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면서 "즉각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보장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모든 비급여를 폐지하고, 예비급여라는 편법으로 국민들의 눈만 속이려는 포퓰리즘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국회에 대해서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사용 허용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의료인에 대한 진료책임과 행정책임을 명확히 분리하여 고의에 의하지 않은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책하라"면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있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관계 당국은 해당 교수와 전공의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즉시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끝으로 대의원회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법기관은 우리의 이러한 결의를 엄중히 받아들여 필요한 조치들을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이라면서 “만약 당국이 우리의 결의를 외면하여 일방통행식 정책을 강행하고 힘없는 의사들에게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집단인 13만 의사들의 거센 저항에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임시 대의원 총회 시작 전인 오후 4시경부터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속 의료진과 동문들은 총회 현장에 나와 신생아 사망 사건 관련 피의자로 전환돼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교수 및 전공의 등 의료진에 대한 당국의 부당한 처벌에 반대하는 호소문 배포와 서명운동을 펼쳐 현장에서 약 2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신생아 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처벌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및 동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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