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보다 느린 자동차라는 존재
자전거보다 느린 자동차라는 존재
  • 의사신문
  • 승인 2010.05.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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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한 도시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할수도

얼마 전 자전거를 다시 배우기 시작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한 필자는 예전보다 확실히 차를 적게 탄다.

자전거는 시내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차와 막힌 도로들 때문이다. 차를 세우는데도 고민이고 도로 위에서도 고민이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장거리 운전이나 물건의 운반 아니면 여행용이 아닌 한 차의 효용은 감소하고 있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차라는 것이 걷는 것보다 느리고 자전거보다 확실히 느리다면, 사람들이 점차 차를 사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겠는가?

차를 유지하는 것도 싫고 차를 새로 사는 것은 메이커들의 염원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 온다면 메이커로서는 악몽인 셈인데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라나이족(필요없다족으로 번역가능하다)이라는 새로운 세대는 불필요한 것들을 싫어한다. 소득과 교육수준이 웬만큼 되도 대중교통이 있으면 차같은 것은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해 버린다. 바로 전 세대의 사람들, 그러니까 차라는 것은 하나의 로망이며 중요한 신분적인 목표이자 자신의 표현이라는 생각을 갖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대가 등장했다.

단일 인구로서도 중요한 시장인 일본에서 일본의 메이커들은 항상 매출증가에 실패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도 잘나간다. 미국에서 토요타 쇼크가 있었지만 그래도 일본차의 매출이 급강하한 것은 아니다. 토요타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일본내 판매량이 늘거나 개선되지는 않았다. 사실은 줄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올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보조금까지 줘야 차를 바꾸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나이 지긋한 선생님의 차는 BMW 530 2003년 식이었다, E39라는 타입의 차인데 현재의 BMW 5시리즈의 바로 앞 모델이다. 필자가 “감가상각이 심해서 억울하시죠?”라고 묻자 “어차피 계속 탈 터이니 쓸만한 공장이나 하나 소개해주면 어떨까요?”하고 되묻는다.

웬만한 세일즈맨은 이분에게 새 차를 파는 일이 아주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랜저나 소나타를 모는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중소형차도 웬만해서는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인구층이 늘면 K5, K7 아니라 K70이 나와도 소용이 없다. 차는 시내를 느리게 다니거나 가끔 여행을 다닐 때 필요한 물건 정도다. 젊은 사람들에게 이번에 나온 몇 종류의 신차종이 어필할지도 모르고 꼭 품위유지를 해야하는 직장인이나 비즈니스맨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업 같은 경우는 이런 일조차 필요 없다. 귀찮아서 몇 년이 아니라 몇 십년이 지난차를 타고 다녀도 영업에 지장은 별로 없다. 조금 더 젊다면 차라리 차가 아니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더 관심을 가지려 할지도 모른다. 일에는 차라리 이런 기계들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으니 자동차 메이커의 발상전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자전거보다 훨씬 느리고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하지만 아직 완전히 불필요한 것은 아니고 고장이 너무 많이 나면 바꾸어주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AS문제로 차들의 수명은 점차 늘어난다. 메이커들은 더 많이 팔기를 원하지만 고장이 나지 않는 차를 만들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현재에도 자동차산업은 생산과잉이 심한 업종이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된다면 증상은 점차 심해지고 만다. 그리고 실제로 오고 있으며 유럽의 도시들이 겪었던 현상이다. 도시의 행정가들은 자전거 같은 교통수단을 선호한다. 15Km 이내의 출근거리에서 자전거는 압승을 거두었는데 과밀해지는 도시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차들이 시내를 달리는 평균속도도 이 정도다.

사람들의 무의식은 매우 예민한 계산을 해서 교통수단의 균형을 옮겨 놓는다. 운동삼아 MTB를 타던 사람들이 시내로 생활자전거나 약간의 고급 생활자전거, 패션 자전거를 타고 나오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너무 일반적인 자전거로는 속된 말로 체면이 떨어지니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종으로 치장을 하기도 한다. 자동차에만 패션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전거도 현란하게 변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면.

자동차 매니아로서는 걱정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변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도시가 점차 체증과 혼잡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마 차들이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메이커들이 광고하는 차의 대부분의 기능과 사양들은 필요가 없다. 차 자체가 필요한가 아닌가하는 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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