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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 타는 의사, 노민관 서울시의사산악회 회장“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산 내음 맡는 다는 것은 큰 축복”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2.09 16:58

세상에는 많은 의사들이 있다. 독서하는 의사, 골프 치는 의사, 피아노 치는 의사 등 그들의 취미 또한 다양하다. 언젠가 ‘일하는 시간과 취미 시간을 구분하고 충분한 사적 공간과 시간을 갖는 사람이 훨씬 건강한 삶을 산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삶의 시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면 삶의 균형이 깨져 더 나은 행복감과 만족에 다다르기 힘들다는 얘기다. ‘저녁이 있는 삶’을 주장하는 요즘 회사원들의 목소리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첫 비박산행에서 바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이 느긋하게 아침을 맞는 이들을 보며 삶의 여유와 산행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사람. 여기 일과 취미의 경계선 위에서 누구보다 산을 사랑하고 산행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의사가 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겨울 어느 늦은 저녁, ‘산 타는 의사’ 노민관 서울시의사산악회 회장을 만나봤다.

‘서서하는 모든 활동을 싫어해 바둑 두고 술 먹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 산을 알기 전 자신에 대해 노 회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천성이 격렬한 운동보다 정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노 회장의 첫 산행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워낙 기본적인 운동조차 하지 않던 터라 2011년 처음 지인의 권유로 산악회에 간 뒤 온몸이 아파서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남들은 1시간 반 만에 가는 코스를 나는 3시간 이상 걸렸다”고 노 회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힘든 몸을 이끌고 3번 정도 산에 다녀오고 나니 산의 매력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노 회장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가장 시원한 물과 바람은 정수기 물도, 에어컨 바람도 아니다”라며 “고된 산행 뒤 마실 수 있는 물과 느낄 수 있는 바람의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고 산행의 매력에 대해 털어놨다.

또한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과 직접 그 안에 들어가 몸으로 겪는 경치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흔들리는 가지의 역동, 바위의 촉감, 그날 그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산 내음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설명하며 “산이 술보다 중독이 더 강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원시림과 자작나무 숲을 지나 수목한계선에 이르면 풀과 야생화만으로 이루어진 녹색의 대평전과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흰색과 검은색의 어우러짐이 장관을 이룬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색의 향연이랄까’

-백두산 산행기 중-

노 회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으로 백두산을 꼽았다. 2012년 서울시의사산악회 해외산행을 통해 처음 오르게 됐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천지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했다. 다른 이는 100번 가봐야 2번 보면 많이 본다는 천지를 자신은 3번 올라 3번 다 봤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정말 사진 같았다. 맑은 날의 백두산과 천지는 정말이지 실물이 사진 같이 주는 그 어떤 묘한 느낌이 있다. 마치 커다란 맹수를 웅장한 산이 휘감고 있는 듯 했다”고 노 회장은 말했다.

아름답지만 왠지 모를 처연한 기분 또한 들었다고 전했다. 눈이 시리게 파란, 너무 파래서 짠한 바다 같은 백두산 천지의 물. 또 그 천지를 둘러싼 녹색의 옅고 짙은 회색 백두산 분화구를 보고 있자니 정말 대단하긴 했지만 마음 한편에서 이상한 울렁거림이 이렀다고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이 날은 액자의 사진으로 보던 그 천지보다 더 파랗고 선명했다. 내가 진짜 천지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눈앞의 정경이 낯설다. 평균깊이 213.3m, 높이 2,257m, 최대지름 3.6km, 수량 약 20억 톤, 산 정상에 있는 칼데라 호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천지의 명성과 위용은 정말 대단하지만 왜 이리도 처연한 느낌이 들까. 절세미모의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이럴까”라며 노 회장은 당시의 감정을 묘사했다.

노 회장은 4계절 중 봄 산이 특히 좋다고 말했다. 활짝 핀 꽃도 아름답지만 겨우내 움츠려있던 초록빛 봉우리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유다.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만개를 위해 태동하는 생명의 위대함 앞에서는 누구나 초연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4계절 모두 각자 나름의 위세와 절개를 가지고 있어 같은 장소라도 다른 계절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겨울 산행은 추울 법도 한 대 오히려 봉우리마다 탁 트인 조망, 산과 들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쌀쌀하다 싶은 겨울바람도 눈앞에 전경과 어울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했다. 송송이 맺힐 이마의 땀방울이 어느 성능 좋은 에어컨보다 깔끔하게 마를 것이라 생각되는 곳, 왠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곳, 그곳이 4계절의 산이라고 노 회장은 말했다.

서울시의사산악회 신임 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묻는 질문에는 큰 부담이지만 산악회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변을 시작했다. 노 회장은 “여러모로 부족한 내가 23년 전통의 서울시의사산악회 회장이 된다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회장 취임은 회원들의 과분한 애정과 격려가 아니었다면 아예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취임한 이상, 그 동안 선배들이 쌓아놓은 명성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노회장은 서울시의사산악회에 대해 연 4회 전체 회원들이 참가하는 정기산행과 더불어 산행 준비를 위한 답사 및 훈련 월 2회를 상임진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 동호회와 다른 점에 대한 질문에는 “서울시의사산악회에는 산행 지를 결정하고 산행을 총지휘하는 듬직한 등반대장이 있어 회원들의 산행을 적극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도 밝혔다. 노 회장은 자신의 임기 중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여름에는 중국 원정 산행(6월 13일 예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입 및 여성회원들이 적극 참여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노 회장은 “신입회원과 여성회원들이 좀 더 많이 참여해줬으면 한다. 젊은 회원의 참여는 회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여성회원들은 같이 산행하는 다른 여성회원들이 없으면 또 점차 참여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부부 의사들의 참여는 더욱 환영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 회장은 웃으며 등산은 아무런 기술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고 그 효과도 어느 운동보다 좋다고 답했다. 또한 자신도 그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산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며 여러 장점이 많으니 모쪼록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지난 1월 28일 서울시의사산악회 낙가산 시산제에서 모습

등산 경험담을 듣고 있자니 좋아하는 취미를 갖는다는 것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졌다. 정적인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입김 같다고나 할까. 허나 이에 걸맞게 어떤 취미를 갖는가를 고르는 과정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이 때로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비온 후 땅이 굳듯이 그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열정 안에서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취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그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돼 있지 않을까? 다음 주말에는 서울시의사산악회와 함께 산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하경대 기자  hablack91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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