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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사법이 아니다이명진 의사평론가_"의사가 환자편서 전문-윤리적 판단시 인정해주는 시스템 필요"
김기원 기자 | 승인 2018.02.09 11:33
    이명진 원장

의사평론가
초대 의료윤리연구회장
명이비인후과의원장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다.
의료인으로서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의사로서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연명의료결정법의 개념을 바로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법은 사망하는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을 가진 "말기환자"에게만 적용된다. “말기환자”란 어떤 의료 시술을 하더라도 수개월 내에 급속하게 사망에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생의 말기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음으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하고, 무의미한 치료비용을 절감하며,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이득을 얻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이다.

연명의료에는 일반 연명의료와 특수 연명의료가 있다. 이번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일반 연명의료인 영양, 수분, 산소 등은 그대로 공급하고, 특수 연명의료인 항암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은 유보(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먼저 분류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죽음은 크게 자연사(질병사, 노화사)와 비자연사(사고사, 자살, 타살, 안락사)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비자연사에 속하는 안락사는 자신의 의사로 죽음을 결정하는 자의적(voluntary) 안락사, 자신은 원하지 않지만 강제로 시행되는 반자의적(involuntary) 안락사, 사전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사람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자의와 무관한(non-voluntary) 안락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직접 했는지(killing) 간접적인 행위에 해당되는 지(let kill)에 따라 적극적 안락사(약물주사... )와 소극적 안락사(시술유보, 시술중단…)가 있고, 의사가 자살을 하는 약이나 기구를 제공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의사조력자살( 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 eg,미국 존엄사)등이 있다.

이번 무의미한 연명의료결정법을 존엄사법으로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고 있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우리가 막연히 고상하게 생각하는 존엄사라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존엄사라는 개념은 미국 오레곤주의 존엄사법의 이름을 내용은 살펴보지 않고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는 말은 미국 오래곤주에서 처음 존엄사가 허용될 때 환자에게 극약을 스스로 먹게 하는 의사조력자살이었고, 그 후 식물인간의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음식물을 중단하여 사망케하는 사례도 있었다.
단지 존엄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기에 좀 고상해보이니까 언론에서 그냥 가져다가 사용하는데 현재 무의미한 연명의료결정법에는 적용할 수 없다. 자연스러운 죽음 혹은 무의미한 연명의료중단이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진료현장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나 유보를 시행하는데 절차나 문서가 복잡하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법은 일단 시행이 되었지만 의사들이 환자들의 편에 서서 환자에게 가장 유익이 되는 방법을 택했을 때 의사의 전문적인이고 윤리적인 판단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솔직히 이것은 법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다. 대대적인 국민들에게 대 국민 홍보와 함께 전문가 단체의 전문지식과 의사윤리지침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관료주의적이고 법만능주의 사고에서 전문가주의로 발전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의사나 국민모두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을 계기로 누구나가 맞이하는 죽음을 어떻게 아름답게 마무리 할 것인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피하고 가족과 사랑하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귀중한 시간을 공유했으면 한다.
그 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것들을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평안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었으면 한다.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마감하는 귀중한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기원 기자  kiki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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