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인터뷰] '첫 여성 심장내과 전문의' 출신의 심완주 신임 대한심장학회장
[인터뷰] '첫 여성 심장내과 전문의' 출신의 심완주 신임 대한심장학회장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8.02.01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여성 전문의라서 지난 30년간 어렵지 않았냐고 묻지만 이득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신임 심완주 심장학회장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심완주 교수가 최근 1900명의 회원을 가진 대한심장학회 제61대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지난 1월1일부터 오는 12월31일 까지 1년간이다.

신임 심 회장은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의 첫 여성 심장내과(순환기내과) 전문의로 혈관질환 영상진단 및 치료 등 국내 심장영상의학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끈 주역의 한 사람이다.

특히 심 회장은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여성으로서 뚜렷한 의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자기 분야에서 맡은바 임무를 적극 수행하는 것은 물론 선도자로서의 역할도 충실, 오늘과 같은 양성평등의 시대를 앞당긴 개척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장을 비롯 내과 과장, 내과 주임교수, 고혈압학회 부회장과 심초음파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최근에는 여성심장연구회를 설립, 국내 여성심질질환의 특징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심 회장은 취임 소감을 통해 “심혈관 건강증진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로 심장학을 선도, 사회로 부터 존경받는 심장학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심 회장은 “고령화와 생활습관의 변화로 심혈관 질환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 조만간 심혈관 질환이 제 1의 사망원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등 학회의 사회적 책무가 막중하다”며 “학회가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역학 및 정책관련 연구들이 급변하는 의료 수요 및 의료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자의사들의 리더로서 학교와 학회에서 남다른 리더쉽을 보여주고 있는 심완주 회장을 지난 19일 오전 고대안암병원 심도자실내 소회의실에서 만나 신임 회장으로서의 각오와 여자의사로서의 삶과 후배여자의사들을 향한 충고 그리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그녀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심장학회장으로서 취임 소감이라면?
-학교 때 부터 심장이나 심혈관에 관심이 많았다. 또 운 좋게 그 일을 할 수 있었다. 수십년을 그냥 그 일을 한 것에 대한, 심장학회의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심장학회내에서 여성이고 하다보니 어찌보면 소수자였었다. 의견을 피력하기가 쉽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심장학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여성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심장학회에서 모자라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장학회는 굉장히 앞서 나갔지만 기반이 부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홍보자료의 대중 접근성이나 늘어나는 여성 의사의 ‘롤모델 제시’ 등이 부족했다. 이를 더 단단하게 할 계획이다.

더욱이 회장 임기 1년이라는 기간은 길지 않은 만큼 메인스트림을 바꿀 기간은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심장학회의 인정은 보람을 느끼게 한다. 내가 하던 일을 하는 것이고 번외로 심장학회 전체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써보겠다. 심장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심장학회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면?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인의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고혈압, 비만 등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데이터를 환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과연 ‘외국 데이터가 한국 환자들에도 맞을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맞는 가이드 라인과 약물 투여 등이 필요하다. 이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은 환자 맞춤형 의료에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된다. 우리나라는 계층이나 지역에 따라 환자 질병 분포가 다르다. 세분화한 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숙제다. 또 이어가야 할 과제다.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할 일인 것 같다.

✛여성심장질환연구회 활동에 대해 말해 달라.
-5년 셋업해서 이끌어 오다가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여성심장 질환은 남성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여성은 매달 사이클이 있다. 또 이 사이클이 끝나는 폐경이 있다. 그 사이에 임신·출산도 한다. 여자한테 더 안좋은 질환이 있고 남성에 비해 덜 생기는 질환도 있다. 폐경 전후에 따라 질병 분포가 다르다.

여자들은 특징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데이터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0%에 불과한 데이터도 그대로 적용한다. 외국 여성과 한국 여성이 또 다르다.

그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7∼8개 논문도 발표됐다. 흉통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같은 병도 남성과 여자가 다르다. 진단율이 다르고 진단했을 때 모습이 다르다.

현재 50여명 활동하고 있다. 모이는 것보다 데이터화하는게 중요하다. 7개 병원에서 액티브하게 활동하고 있다.

✛은퇴가 얼마 안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은퇴 후 계획은?
-내년이면 은퇴한다. 의과대학은 연구·교육·진료 세 가지를 한다. 연구는 나이가 들수록 약해진다. 하지만 교육과 진료는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경험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대학병원 내과는 굉장히 전문화 돼 있다. 환자가 대학병원을 찾을 때 소화기내과, 심장내과, 신장내과를 찾아간다. 어느 대학병원이나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과로 갔느냐에 따라 진단하는 방식이 다르고 병명도 달라진다. 이것은 다른 병을 놓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를 일반내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공의 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은 분야별로 몇 개월씩 돌아가면서 한다. 모든 트레이닝을 해당 과에서 한다. 전체적인 수련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종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벤치마킹도 해야 한다.

이 문제를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자체가 전체적으로 변해야겠지만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 수련과정에서 내과 내에 수련 파트가 따로 있어야 한다. 지금은 각과가 협의하기 어렵다.

✛내과 전공의 수련이 3년으로 줄었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견해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굳건히 믿는다. 한번 쯤 열정적인 수련을 해야 환자를 보는 관점이 어느 순간 확 뜬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그것이 모자라다.

전체 수련 시간에 문제라기 보다는 책임의 문제다. 내가 24시간 이 환자를 봐야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해결한다. 하지만 교대를 한다고 생각하면 본질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문제만 생기지 않게 처리한다. 이것은 굉장히 큰 문제다.

전공의법은 연속수련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주일 80시간은 한다 해도 12시간 연속수련 제한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혈압이 떨어지면 다른 생각 안하고 협압만 높인다. 본질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교수가 해결하기를 기다리기 보다 본인이 막판까지 가서 해결하는 수련이 필요하다. 연속수련 12시간 가지고는 모자란다.

✛심장내과 최초의 여성 전문의로서 30년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나는 굉장한 행운아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매우 좋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우리 과의 분위기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여자라고 소외시키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 사람이 하는 일로 판단하는 분위기’에서 평행 의사 일을 해왔다.

‘첫 여성 전문의라 어려웠지 않았냐“고 많이들 묻는다. 그러한 물음에 ”이득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답하곤 한다. 알게 모르게 받은 이득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생각해볼 때 아쉬운 점이라면 좀 더 목표를 높게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마음만 먹으면 (목표를 향해)달려갈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지나가서 하는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심 회장님 이후로 여성 심장 전문의가 늘었났는가.
-동기로는 이화의대에 한 분이 있다. 나는 전공의 1년차부터 순환기내과에 관심이 많아 쫓아 다녔다. 그분은 전공의 과정이 끝나고 순환기내과로 왔다. 이어 서울시립보라매병원에도 한 분이 있었다. 그 뒤로 많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이라면?
-막말로 하면 ’할 수 있을 때 최대로 하라‘가 조언이다. 전력을 다해라. 비행기도 전력을 다해야 가다가 뜬다. 그러나 대개는 주저 앉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 번 뜨는 느낌을 알면 다음 번에 또 뜨려고 할 것이다.

특별히 여자 의사들에게 할 얘기는 ’당신의 커리어를 지키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이라 불이익 받지 않으려고 '(정 안되면) 집에 가서 애나 보지 뭐'와 같은 말을 하면 절대 안된다.

(내 자신이) 지금은 많이 여성스러워졌다. 하지만 예전에는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중성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여성스러운 것은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서는 여성이라는 생각을 버렸다. 배려도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로 불이익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내 주위부터 고치겠다가 (나의) 전략이었다. ’뚜벅이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 자신은 남녀차별에 대해 정면돌파했었다.

✛심 회장님은 심장 영상진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심장내과가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듣고 싶다.
-진료분야의 경우, 현재 시스템이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한다. 이는 정밀의료와 유전자의 분자단위 연구가 합쳐진 치료가 될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치료 또한 큰 흐름이 예방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운동이나 고혈압 치료, 다이어트 등이다. 외국은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 이쪽으로 근거자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보험회사에서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유전자와 환경이 얼마나 이 질환을 예방하느냐에 대한 데이터다. 우리도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똑같은 것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건강하고 어떤 사람은 아닌 경우가 있다.

✛보험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신지...
-의료분야의 경험을 보상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쓸데없는 검사를 많이 하고 의료가 이상해지고 있다. 경험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똑같은 검사를 하는데 처음하는 의사와 경험이 많은 의사의 가격이 똑같다. 이는 말이 안 된다.

또 한 가지는 (치료비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더)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미니멈 테라피는 누구에게나 해야한다. 하지만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용을 더 지불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의료를 서비스로 보는 것이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서비스는 비용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구분이 안되어 있다. 동일한 메디컬 케어를 해야겠지만 서비스는 다르다는게 나의 판단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