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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2번 D단조 `1917년' 작품번호 112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2번 D단조 `1917년' 작품번호 112 
  • 의사신문
  • 승인 2018.01.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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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25〉 

■10월 볼셰비키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의 초상
쇼스타코비치는 1927년 `10월 혁명'을 주제로 교향곡 제2번 〈10월에의 바침〉을 발표한 후 오랜 세월이 지난 뒤 1961년 같은 주제로 교향곡 제12번 작곡을 착수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1939년 자필 문서에 남아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레닌에게 바치는 교향악적인 작품쓰기를 꿈꿔왔으며 1년 전부터 그 일에 착수했다. 대본작가는 레닌에 대한 풍부한 민족 전통적 소재를 모아 지금 대본을 쓰고 있는 중이다. 레닌에 대한 교향곡은 합창과 독창, 낭독자도 참여하는 4악장의 작품으로 구상 중이다.

제1악장은 일리치의 청년시절, 제2악장은 10월 혁명을 이끄는 레닌, 제3악장은 레닌의 죽음, 제4악장은 레닌 사후 그의 행적을 쫓다 로 구상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1960년 10월 다시 작곡을 착수하면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이 레닌에게 헌정되는 곡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1961년 제22차 소련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소비에트연방작곡가연맹 사무총장으로 임명되고 공산당원이 될 예정이었지만 막상 이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여기는 상황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레닌에게 바치는 교향곡이었지만 이미 초고에서 교향곡 제12번을 풍자적인 성격이 강한 곡으로 구상하였던 터였다. 이런 풍자는 음악에 대해 아둔한 공산당 관료들조차 알 수 있었던 만큼 그는 다시 초고를 급히 개작하여 〈1917년〉이라는 부제를 붙여 이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 교향곡이 1961년 10월 초연되자 순식간에 이 작품은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는 공산당 전당대회에 초대되어 대대적인 환영과 찬사를 받았지만 반면 서방세계에서는 결국 공산당에 굴복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교향곡 제11번이 1905년 `피의 일요일'을 기념하고 제1차 러시아혁명의 실패에 대한 경종을 울린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1917년 제2차 러시아혁명의 성공을 축하하며 레닌에게 헌정된 작품이었다. 그런 만큼 10월 볼셰비키 혁명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그해 2월 혁명으로 니콜라이 2세는 퇴위하였고 제정시대는 붕괴되었지만 레닌은 아직 혁명의 과도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러시아 임시정부는 전쟁지속정책을 취했고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대중의 불만은 높아져갔다. 당시 취리히에 머물고 있던 레닌은 즉각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임시정부가 귀국을 막자 당시 반정부 세력인 혁명가들의 입국을 돕던 독일 정부의 승인 하에 볼셰비키 19명을 포함한 혁명가 32명이 함께 열차로 스웨덴을 거쳐 러시아에 입국하게 된다. 페트로그라드에서 레닌은 자신을 지지하는 군중을 향해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를 외치자 군중은 “레닌 만세!”를 외치며 임시정부에 대항했다. 임시정부가 레닌을 독일 스파이로 몰아치자 그는 러시아 국경 근처 라즈라프의 오두막에 은신한 채 `국가와 혁명'을 집필한다. 당시 코르닐로프 장군의 쿠데타 실패로 부르주아 진영이 지리멸렬하자 레닌은 확신에 차서 대중들을 선동하면서 10월24일 봉기가 시작되었고 러시아 전함 오로라에서는 하급 장교와 수병들이 반란을 일으켜 귀족 장교들을 제거하고 배를 점령하여 공포탄을 쏘았다. 이 공포탄 소리는 군대가 민중을 지지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혁명군은 거의 무혈로 수도에 입성하였고 임시정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10월26일 투항하였다.

교향곡 제12번은 이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의 초상'이다. 훗날 이 사실을 엮은 솔로몬 볼코프의 회고록 `증언'에서 쇼스타코비치가 그린 레닌의 초상을 읽을 수 있다. “인류의 은인을 음악으로 묘사하고 음악을 통해 그를 평가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다. 베토벤은 음악적인 관점에서 그런 일을 해냈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잘못을 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향곡 제12번이 성공한 작품이 아닌 줄은 나도 안다. 한 가지 창작목표를 설정하고 시작했는데 끝날 때는 완전히 다른 구조가 되어버렸다. 작곡 소재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아 예정된 구상을 실현시킬 수 없었다. 지도자 이미지를 음악으로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알았다”

△제1악장 Revolutionary `Petrograd'(혁명의 페트로그라드) Moderato - Allegro 두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는데 그 중 두 번째 주제는 마치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환희의 송가' 처럼 저음현으로 조용하게 제시되면서 점차 고조된다. 러시아 민요풍인 두 번째 주제가 소박한 러시아 농민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레닌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

△제2악장 Razliv(라즈리프) Adagio 레닌의 은신처였던 라즈리프를 표제로 악장 중간에 제3악장 `오로라' 주제가 미리 나오는데 이는 레닌이 숨어서 `오로라 작전'을 계획했음을 암시한다.

△제3악장 Aurora(오로라) Allegro 처음 현악의 피치카토로 비밀스런 계획을 암시하고 중간부분에서 강물의 흐름과 함께 팀파니, 큰 북, 작은 북의 강렬한 리듬은 전함 오로라가 쏘아올린 공포탄과 함께 그 당당한 모습을 묘사하면서 힘찬 전진을 묘사한다.

△제4악장 Dawn of Humanity(인류의 새벽) Allegro - Allegretto 승리와 환희에 넘치며 제1악장에 나왔던 두 주제가 다시 회상된다. 마지막은 장렬하고 화려한 음향으로 마무리된다.

■들을 만한 음반
△에프게니 므라빈스키(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rato, 1984) △키릴 콘드라신(지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elodiya, 1972) △드미드리 키타옌코(지휘), 쾰른 귀체니히 오케스트라(Capriccio, 2005)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지휘),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Decca,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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