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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설경·눈꽃 매력에 빠져 칼바람 추위도 잊어
도도한 설경·눈꽃 매력에 빠져 칼바람 추위도 잊어
  • 의사신문
  • 승인 2018.01.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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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24〉  덕유산 능선길

아름다운 눈꽃의 향연
 

신년 새 희망에 어울리는 그곳, 설경이 아름다운 덕유산 능선길이 제격이다. 덕유산을 가기로 한 일주일 전 스마트폰 날씨 앱을 보니 당일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는 예보다. 새벽에 집을 나서려는데 뉴스 속의 기상캐스터가 낭랑한 목소리로 오늘이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며 단단히 무장하란다. 최저 기온이 영하 10℃를 밑도니, 바람까지 분다면 체감온도는 영하 20℃까지도 거뜬히 내려갈 듯하다. 기상캐스터의 말에 손난로, 양말용 핫팩,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귀마개까지 온갖 방한 장비에 비장한 마음까지 더해 무주로 향한다.

■새해, 덕으로 만인을 살리는 기를 받는 덕유산 산행
무주로 가는 길은 새로운 고속도로 덕에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졌다. 도로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들은 하얀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모두 푸르렀다. `눈꽃 보기 그른 거 아니야?' 하는 걱정은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안심으로 변했다. 이미 스키시즌이 되어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인파로 스키장은 대만원이다. 곤돌라를 타고 천천히 올라가며 보니 저 멀리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덕유산은 예로부터 덕으로 만인을 살릴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봉인 향적봉은 높이 1614m로 소백산맥의 중앙에 우뚝 솟아 있으며 해발 1300m의 장중한 능선이 30km에 걸쳐 이어져 있다. 덕유산 능선길은 봄에는 예쁜 철쭉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으로,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길이다. 고산식물인 주목나무, 구상나무, 희귀고산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살아서 천년, 죽어서 또 천년을 간다는 푸른 주목의 당당한 모습은 하얀 설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고, 껍질이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은백색의 사스래나무들은 흰 눈 사이로 그 도도한 매력을 뽐낸다.

■중봉, 아름다운 눈꽃 설경이 손짓하는 능선길
곤돌라에서 내리면 설천봉이다. 설천봉 왼편에 우뚝 솟은 봉이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이다. 쌓인 눈은 미끄럽고 오르막 계단이라 숨이 찼다. 설상가상 향적봉을 향해 오를수록 바람이 세지는가 싶었는데 정상에서는 그야말로 `칼바람'이 불었다. 장갑을 벗고 사진기를 꺼내니 손가락이 금세 굳는 느낌이다. 그래도 주변 설경에 감탄하다보면 어느새 최고봉에 다다르게 된다. 이것이 겨울 산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향적봉 주변을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은 더욱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이젠을 차고 향적봉 대피소로 방향을 틀었다. 오늘 산행의 최종 목표인 중봉까지는 언덕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능선길로 걷기에 적격이었다. 해를 등지고 있는 나무 위에서 아름다운 눈꽃들이 어서 오라고 나를 반겼다. 어느 고사목 안에는 추위를 피해 이사 온 이끼 식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고, 여름 나절 푸른 잎을 자랑했을 나뭇가지 끝에는 빛바랜 잎들이 눈과 함께 매달려 있다.

어느덧 중봉 전망대에 다다랐다. 전망대에서 저 멀리 보이는 산 정상들을 감상하고 아쉬움을 뒤로하며 발길을 돌렸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기념사진을 찍으려 사진기를 세워두니 바람에 카메라가 쓰러져 버린다. 추위로 잊고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시려고 배낭에서 꺼내 보니 통째 얼어있다. `제대로 추운 날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시간이 채 안 되는 여정으로 돌아와 다시 곤돌라 탑승장에 다다르니 눈가루의 반사로 만들어지는 환상적인 일곱 빛깔 무지개가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걷기 TIP. 시간 여유가 있다면 중봉에서 오수자굴, 백련사를 거쳐 다시 향적봉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따라가는 것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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