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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이송 중 사망 안타까움에 직접 개발”
“응급환자 이송 중 사망 안타까움에 직접 개발”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1.2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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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9〉 - 의정부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관형 교수

 119 신고와 동시 교통 통제·의료기관 협진 호출 시스템 `화제'
 정부에 시스템 도입 설득 불구 `현실적 어려움' 난색에 아쉬움
 그룹 호출 서비스 특허 및 예약·교육 관리시스템 등 개발 박차

 

# 오후 7시 포천시 번화가. 많은 인파 속에 한 남성이 칼에 찔린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성을 에워싸고 있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 때, 한 시민이 119안전신고센터에 휴대폰으로 신고한다. 신고전화를 받은 센터 직원은 `응급환자 이송/협진 관리방법 시스템'을 가동, 전국 119센터를 호출해 포천 응급환자를 담당할 119대원을 선정한다.

119 담당자는 신고한 시민에게 현장 상황과 사건발생 개요, 환자 상태 등에 대해 영상으로 중계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이 응급 환자의 이동 중 처치 치료와 수송 및 최종 치료의 화상 협진에 참여할 등록된 전국의 의료진을 무선 호출한다.

응급환자 협진 의료진의 호출은 `응급 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그룹호출 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응급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진을 유무선 방식으로 호출한다. `그룹호출'을 통해 연락 받은 의료진 중 응답한 각 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화상 협진 진료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119는 신고한 사람의 무선전화 위치 시스템(GPS) 혹은 현장의 주소로 파악한 응급환자 발생 위치와 그 위치에 가장 최단 시간에 도달 할 수 있는 앰뷸런스를 응급차 GPS시스템을 통해 선정한 후 출동시켜 환자를 이송할 준비를 시킨다.

또한, 각 과 의료진들간 협진 진료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정확히 파악되면 119센터는 환자를 가장 적절하게 처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 의료기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의료기관을 연결하고 통보한다.

해당 의료기관은 환자가 도착하기 전 담당 진료과 의료진이 대기한 상태에서 진료검사와 수술실, 중환자실 등을 미리 준비해 응급환자들의 검사와 의료진 호출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로로 만든다.

앰뷸런스는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하면서 환자의 바이탈 및 상태를 의료기관 및 협진 의료진들에게 지속적으로 중계한다.

뿐만 아니라 교통을 담당하는 센터 대원은 1분 1초가 중요한 환자가 교통혼잡으로 생명에 위급한 상황을 겪지 않도록 교통상황을 파악한 뒤, 경찰과의 협조로 교통을 통제해 빠른 시간 내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환자의 출혈이 심해 의료기관 이송 도중 혈액이 급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혈액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인근 의료기관에 호출, 앰뷸런스에 전달해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응급환자 이송 중 환자의 상태가 위급해 헬기를 띄워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바로 헬기를 통해 환자를 신속히 이송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앰뷸런스는 의료기관에 도착하자마자 신속하게 응급환자를 의료기관에 인계하고, 의료기관은 미리 준비한 절차에 따라 담당 의료진이 신속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뒤 바로 수술을 진행한다.

출혈이 많아 생명이 위태로웠던 포천 응급환자는, 사건이 발생한 때부터 수술실까지 119 구급센터와 의료진, 의료기관과 경찰 등의 협조 속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최대한 짧은 시간에 병원으로 이송돼 지체 없이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서 수술을 받아 귀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내용은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한 환자 이송을 위한 가상 시나리오로, 의정부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관형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응급환자 이송 중 사망 `최소화'”

김관형 교수는 2011년 `응급환자 이송/협진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김 교수가 시스템을 고안해 낸 이유는 응급환자가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과정이나 적절한 병원의 선택의 오류, 혹은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 적절한 처치받기까지의 시간의 지연으로 귀중한 생명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외상 및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의료기관의 사정으로 인해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으로 다시 이송되는 문제점을 없애 불필요한 환자 사망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정확한 정보 없이 의료시설에 도착해 여러 사정으로 인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환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경우가 발생되고, 또한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도 실제 적절한 처치까지 준비로 인한 시간의 지연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응급환자 관리 방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치료계획 수립부터 수단까지 한번에”

김관형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은 가상 시나리오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응급환자 발생 시 관련 기관이 동시에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환자를 이송 및 처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응급환자 발생 시 시간이나 거리적인 문제로 즉시 현장에 도착할 수 없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환자에 대한 의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협의 진료해 최단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환자를 이송하면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즉시 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준비할 수 있다”면서 “이송 도중 제한된 장비와 물자를 최대한 동원·활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중간에 필요 장비나 치료수단을 공급하도록 해 환자 진료의 질을 월등히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협진 의료인의 핸드폰을 통해 진료 기록과 결과, 환자의 상태가 실시간 중계돼 협진 의료인들이 장소에 상관없이 화면을 공유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협진 의료인들이 서로 의견을 전달하면서 진단 또는 치료 등의 진료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응급 환자를 위해 많은 전문 의료인의 의견을 신속하게 취합할 수 있다는 것.

김관형 교수는 “국가적으로는 지역의 질 높은 의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어 국가 의료비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에서 공동으로 시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도 많지 않아 실용성면에서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화 높은 정부 단단한 장벽”

2016년 9월 전북지역에서 2살배기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 트럭에 치여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13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한 끝에 사고 7시간 만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김관형 교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면 아까운 생명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 시스템 도입을 위해 정부와 보건복지부,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설명과 설득을 거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거나 `하나씩 차례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말뿐이었다. 또는, `교수님 이야기 잘 들었다. 좋은 제안 감사하다'라는 의사만 밝혔다고.

김 교수는 “외국의 경우 시민들이 `심정지' 환자를 보고 지나칠 경우 `범죄'로 간주되는 나라도 있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과 태도가 남다르다”면서 “우리나라는 여기에 상응하는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고 기관에서도 신경쓰지도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뿐”이라고 말했다.

■“파고드는 성격…끝없는 발명”

김관형 교수는 자신의 기존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관심 분야를 뛰어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낸다.
김 교수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목표가 있으면 그 분야가 `의학'이 아니더라도 책과 자료를 찾아 그 원리를 습득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설명했다. 목표를 향해 `파고드는'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환자를 위한 의료 시스템을 개발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응급환자 이송/협진 관리 시스템 이외에도 의료기관 사이의 환자 관리를 위한 `환자예약 관리 시스템'과 병원 내 외래환자 대기 도중 질병 교육을 위한 `의료정보 영상데이터 디스플레이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그룹호출 서비스 제공 서버' 특허의 경우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팀원의 호출과 그룹 토의 등을 일정한 포맷으로 정립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취합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그룹 내에서도 정보의 수준에 따라 공유의 수준을 정하고 저장, 삭제 등으로 보안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병원 안에서 환자의 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단계가 직종마다 다른 경우 효과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또한, 환자 교육뿐 아니라 의료진간 교육도 필요하다고 느껴 `학습효과 확인 기능이 구비된 교육시스템'을 개발, 의료진의 의무적인 교육을 평가하는 전문가 집단 업그레이드 방안 특허도 출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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