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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권고안은 총액계약제로 가기위한 지불제도 개편 권고안일 뿐"
"정부 권고안은 총액계약제로 가기위한 지불제도 개편 권고안일 뿐"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8.01.16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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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눈앞 작은 이익 위해 의료계를 더욱 쇠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말길"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 권고문(안)은 의료전달체계개선이 아닌 총액계약제로 가기 위한 지불제도 개편 권고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연구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보다는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권고안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미국에서 시행중인 가치기반 지불제도, 책임진료조직(ACO)를 도입해 최종적으로 총액계약제로 지불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장치를 권고문에 미리 심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즉, “총액계약제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의협에 대해 “부디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져 의료계를 더욱 쇠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연구소는 “의협은 현재 진행 중인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진정 문재인 케어로 더욱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일차진료기관의 활성화를 위한다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찰료를 30% 이상 인상하는 조치 선행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연구소는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의 권고문(안)으로 의료계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의협은 이 권고문이 지난 2년간 의료소비자, 의료공급자(의협, 병협), 보건복지부, 전문가 등이 총 13차에 걸친 논의 끝에 마련된 안으로 일차의료기관에 실익이 많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외과계는 ‘입원실 유지’를 요구하며 권고문 합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연구소는 지난 12월 말 의협이 공개한 2개의 문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권고문(안) 대비표'이며, 두 번째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의 공익대표이면서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로 알려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작성한 '기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제안'이다. 연구소는 이 2개의 문서를 분석,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보다는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권고안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윤 교수의 '기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제안' 문서의 장기 재정적 보상(안)에는 새로운 지불제도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한 예측진료비를 산출하고 환자 실제 진료비와의 차액을 의료공급자와 공유하는 지불제도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윤 교수가 설명한 장기 보상안은 바로 미국 메디케어ㆍ메디케이드 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ACO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진료조직)와 내용과 아주 동일했다.

ACO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면서 들고 나온 지불제도로서 일차진료의사와 병원 등 다양한 의료공급자로 구성된 연합체이다. 1, 2, 3차 의료가 연계되고 여기에 장기요양서비스와 홈케어까지 통합하는 포괄적 의료(comprehensive care)를 핵심으로 한다. 이 ACO는 가치기반 지불제도(Value-based Purchasing)를 기반으로 하면서 지역사회의 일차진료의사와 병원 등 다양한 의료공급자를 하나로 묶어 이 ACO에 맡겨진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한 제도다.

미국의 ACO는 CMS(메디케어ㆍ메디케이드 센터)와 매년 목표 진료비를 계약하고, 실제 진료비가 목표 진료비보다 낮아 비용이 절감된 경우 절감액을 ACO에 소속된 의료공급자들이 나누어 가지도록 하고(인센티브), 비용이 초과했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만큼 의료공급자들로부터 비용을 갹출하는 제도이다(디스인센티브).

즉, 가치기반 지불제도가 하나의 의료기관에 적용하는 제도라면, ACO는 가치기반 지불제도에 근거하여 지역사회 내 새로운 의료전달체계를 형성하는 지불제도다. 정부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보건사회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치기반 지불제도와 ACO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상태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결국 가치기반 지불제도에 근거한 새로운 의료전달체계이자 지불제도인 ACO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라는 우려다.

처음에는 제도 유인을 위해 수가를 조금 인상해주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목표 진료비를 낮게 책정하고 임상적인 과정과 결과 이외에도 환자가 평가한 환자만족도, 환자경험조사 등의 지표를 평가함으로써 얼마든지 진료비 총액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소는 "결국 이번 권고안은 의료전달체계 개선보다는 정부가 그토록 원했던 총액계약제로 지불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권고안이며, 총액계약제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

그러나 미국에서조차 가치기반 지불제도와 ACO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권고문에는 '가치투자', '지역화', '재정중립', '재정의 지속가능성', '지역사회 내 종합병원이나 병원, 의원 간 네트워크화', '지역 거점병원', '환자중심의 포괄적 서비스 제공역량 강화를 위한 일차의료 제공모형의 가능성 모색' 등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 시행 중인 가치기반 지불제도, 책임진료조직(ACO)를 도입하여, 최종적으로 총액계약제로 지불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장치를 권고문에 미리 심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 권고안이 2011년 3월 17일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이 기본계획에 포함된 의료기관 기능 분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금 인상,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선택의원제) 등의 내용이 너무나 비슷하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시행된 보건복지부의 야심찬 의료전달체계 개선 계획은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전혀 억제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더욱 악화되었다. 그 결과 2011년 21.6%에 달하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점유율이 2016년에는 19.5%로 추락했다.

이는 2011년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 시행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가 전혀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미 실패로 드러난 카드를 다시 꺼내어 이번 권고문에 대거 포함시켜 놓고 마치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일차의료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인 양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기본계획과 차이점이 있다면,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장치들을 권고문에 추가한 것일 뿐이다.

연구소는 의협과 일부 의사회가 권고문에 숨어 있는 지불제도 개편 의도를 읽어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이런 의도를 알았다면,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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