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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 교향곡 제1번 C장조 Op.21
루드비히 판 베토벤 교향곡 제1번 C장조 Op.21
  • 의사신문
  • 승인 2010.05.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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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관악기 비중 높여 독창적 음악세계 선봬


베토벤은 30세가 되어서야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하여 비엔나에서 초연하였다. 이 곡은 당시 황실 도서관장과 제국 교육위원장을 역임하였던 판 슈비텐 남작에게 헌정된다. 베토벤은 이미 비엔나에서 피아니스트로 유명해져 있었고, 작곡에서도 많은 소나타와 실내악곡, 그리고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한 시기였다. 이렇게 그의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데는 모차르트의 음악적인 기법과 스승인 하이든의 주제와 형식 등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 시점에서 베토벤은 새로운 그만의 길을 찾기 위해 교향곡 작곡에 도전하게 된다.

베토벤이 새로운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배경에는 당시 유행하였던 `질풍노도'라는 철학 문학운동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정신사적인 성숙을 적극 수용한 작곡가로 자리매김하는데 소용돌이치는 두 개의 시대, 두 개의 철학의 틈바구니에서 베토벤은 역사적으로 특이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당시 교향곡은 본질적으로 귀족들을 위한 기호품이나 취미 생활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낭만파 작곡가들에게는 거대한 스케일로 자신을 돌출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베토벤에게 있어 교향곡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교향곡의 작업은 개인적이기보다는 인류를 위한 것이었다. 그는 교향곡에서 자유와 우애, 평화에 대한 갈구, 자연에 대한 사랑, 패배와 승리가 뒤엉킨 갈등의 현실들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철학을 현실화하고 그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이제까지 표현되지 않은 새로운 수단인 교향곡의 언어가 필요하였다.

베토벤은 인류에게 금지되었던 불을 인간에게 안겨주려 했던 프로메테우스였고, 인류에게 모든 길이 미로로 막혀버렸을 때 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있음을 제시한 디달루스이었다. 무거운 바위에 눌려 깊은 심연으로 굴러 떨어질 때 불굴의 의지로 그 역경의 바위를 딛고 열망의 불꽃을 태우면서 다시 오르게 하는 오르페우스처럼 그는 온 인류의 가슴을 벅찬 환희로 뛰게 하였으며 인류 모두가 형제가 되는 환희의 세계를 그리고자 하였던 것이다.

교향곡 제1번은 아직 하이든의 교향곡 형식을 이어받았지만 그만의 강한 엑센트가 번뜩이는 작품이다. 목관악기의 비중을 높이면서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못하였던 자신만의 독창적인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몇 년 후 그의 귀가 악화되면서 외부와의 타협보다는 자신의 내적인 충동에 보다 더 충실하게 된다. 이는 교향곡 제3번 `영웅', 제5번 `운명' 등을 작곡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이미 교향곡 제1번 내부에서도 이미 싹트고 있었다. 이 곡이 초연될 당시 라이프치히에서 발행된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린다. “근래에 보기 드문 극히 흥미로운 음악회를 통해 베토벤은 마침내 부르크극장을 혼자 점령하게 되었다. 음악회 후반에는 그가 최초로 작곡한 교향곡이 연주되었는데 많은 기술적인 향상과 풍요한 사상을 보여주었다. 다만 관악기가 너무 많이 사용되어 오케스트라적인 음악 앙상블의 음악이라기보다는 군악대의 음악처럼 들린 것이 흠이었다.”

만약 베토벤이 슈베르트나 모차르트처럼 일찍 죽었더라면 그는 음악사적으로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만일 그가 초기 교향곡을 완성한 다음 곧 죽었더라면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는 훨씬 달라졌을 것이다. 이 작품은 좀 더 음미되고 깊이 연구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교향곡 제1번이 주춧돌이 되어 그 후 그의 거대한 교향곡 8개가 치솟게 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들을만한 음반 : 부르노 발터(지휘), 컬럼비아교향악단(CBS, 1959); 칼 뵘(지휘), 빈 필(DG, 1972);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빈 필(London, 1950);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76);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78);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DG, 200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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