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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설득하기<4>
환자 설득하기<4>
  • 의사신문
  • 승인 2010.05.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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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상지질혈증으로 약을 드시던 50대 여자환자분이 1년이 지난 후 병원에 방문하셨다. 그동안 왜 안오셨냐고 질문하니 나름대로 다른 치료를 해보셨다며 혈액검사 받기를 원하셨다. 다음날 다시 방문하여 검사 결과를 확인하니 내 예상대로 총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무척 많이 올라가 있었다.

궁금해서 받으신 치료가 무엇이냐고 질문 하였더니 환자분은 양파치료를 해왔다고 대답하셨다. 단순히 요리에 양파를 많이 넣는 것뿐 아니라 생양파와 양파즙 등을 무척 많이 드셨다고 한다. 양파도 좋은 음식이지만 꼭 약은 꼭 드셔야 된다고 한참을 설득한 후 처방을 했다. 이제는 설명으로 끝나지 않고 설득을 해야 처방을 할 수 있다. 역시 설명보다는 설득이 좀 더 힘들다.

환자분이 가신 후 무엇 때문에 이 분이 약을 거부하게 되는지 고민해 보았다. 결론은 불신이었다. 지금은 의사를 믿지 않는 환자가 너무 많다. 그리고 신문, 방송 등의 매스미디어들도 불신을 조장한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불신에 빠져있다.

그러면 왜 의사에 대한 불신이 이렇게 만연해있을까? 의사들이 돈만 밝히는 사기꾼들이라서일까? 그러면 그 공부 잘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사기꾼들이 되기 위해 의대에 가고 싶어하고 의대에 들어가서는 사기꾼이 되는 공부를 하는 걸까? 아니면 환자들이 병원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양파 까먹으며 지내는 것을 이 사회가 더 좋아하는 걸까?

그래서 의도적으로 환자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막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것일까? 그래도 국민소득이 2만불에 가깝다면 집에서 양파 까먹다가 큰 병이 생겨 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도 못하게 되는 것 보다는 의사와 함께 건강을 지키며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이 사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러 생각에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얼마전 여러 단체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얼마나 좋은지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았다. 예전에 의사들을 사기꾼처럼 몰아가던 단체들도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너무 훌륭하다고 한다. 이 훌륭한 제도에 가장 큰 희생을 하는 사람들이 의사라는 것을 아는 건지 아니면 사기꾼들이 모여 있지만 제도는 훌륭하다는 건지 헷갈린다.

그 환자분이 가신 후 동네 의원에서 고혈압 치료중인 환자분이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해 오셨다. 환자분은 죽염이 혈압에 좋으냐고 질문을 했다. 그리고 또 양파 얘기도 했다. 양약을 많이 먹으니 몸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환자분 얘기를 듣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오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설득을 시작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설득을 했다. 진료실 밖에서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혈압약이 양파 뿐 아니라 산삼, 녹용보다 더 몸에 좋은 약이란 것을 시인할 때까지 설득을 했다. 결국에는 내가 이겼다. 다니는 병원에서 계속 혈압약을 드시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 보내드렸다. 역시 설명보다는 설득이 훨씬 더 힘들다.

조재범<성애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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