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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번 F단조 작품번호 10.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번 F단조 작품번호 10. 
  • 의사신문
  • 승인 2018.01.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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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23〉 

■청년 쇼스타코비치의 과감한 바그너 비판
이 교향곡은 청년 쇼스타코비치의 천재적인 면모가 고루 나타나 있다. 전통적인 형식과 구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신선하고 강렬한 악상과 함께 그만의 감수성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이제 막 음악원을 졸업한 약관의 청년이 이런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만 봐도 그의 천재성을 가늠할 수 있다.

레닌그라드 음악원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이 교향곡은 1926년 5월 레닌그라드에서 니콜라이 말코의 지휘로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초연 후 지휘자 말코는 “교향곡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넘긴 느낌이 든다”며 당시 받은 신선한 충격을 토로하였다. 그 후 이 작품은 서방세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어 브루노 발터,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오토 클렘페러 등 많은 거장들이 지휘하게 되면서 그를 `현대판 모차르트'로 주목하였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대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를 풍자하고자 하였다. 장난기 가득한 트럼펫과 클라리넷, 플루트의 솔로는 풍자와 해학이 넘칠 뿐 아니라 바그너는 물론 후기 낭만주의 음악을 뛰어넘는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제3악장에서 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동경'의 주제와 제4악장에서는 〈니벨룽겐의 반지〉 중 `운명'의 주제를 인용하면서 후기 낭만주의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 풍자의 진정한 의도는 `바그너 숭배'가 아닌 `바그너 비판'이라는 사실이다. 이 4악장 `운명' 동기에서의 팀파니 팡파르는 준엄한 심판에 의해 바그너 시대는 지나갔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들린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그의 타고난 천재성과 함께 음악원 시절 크게 영향을 미친 두 스승의 그림자도 엿볼 수 있다. 먼저 작곡 스승이었던 막시밀리안 스타인베르크 교수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이자 사위로 젊은 시절 학우였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스타인베르크는 제자에게 위대한 러시아 음악의 작곡 전통을 전수하고자 하였다. 또 어린 쇼스타코비치에게 아버지처럼 큰 애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스승은 바로 음악원장이었던 알렉산더 글라주노프였다. 쇼스타코비치는 스승의 숙련된 기량을 어린 시절부터 고스란히 흡수하였다. 제자의 첫 교향곡의 초연과 그 장소를 주선한 것도 글라주노프였다. 스승 역시 44년 전 자신의 첫 교향곡을 레닌그라드에서 초연하였고 이와 함께 러시아 음악계에 데뷔했다.

이 교향곡에는 20세기 초반 구소련의 한가운데 서있는 청년의 시대정신이 그대로 투영된 요소들을 엿볼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도 훗날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 바 있다. “우리 가정은 제1차 세계대전, 2월 혁명, 10월 혁명과 연이어 불거진 사회적 대변혁과 사건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이 시기에 썼던 내 작품에서 이미 무언가 실제 생활을 담아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제1악장 Allegretto - Allegro non troppo 도입부에서 약음기를 끼운 트럼펫에 바순이 가세하는 후기 낭만파적인 악상이 나타난다. 이어 클라리넷 독주로 행진곡풍의 유희적인 모습의 제1주제가 나타난다. 이 주제가 다양한 기법으로 전개된 후 왈츠풍의 제2주제가 등장하는데 이 서정적인 선율은 플루트 독주에서 첼로, 클라리넷, 오보에, 호른, 바순 등으로 이어지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짓궂은 유머,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오묘한 시정 등이 고루 나타난다.

△제2악장 Allegro(moto pepetuo) 경쾌한 질주에 냉소적인 분위기의 `신세대의 주제'와 종종 피아노에 의해 나타나는 온화한 흐름 속에 담긴 풍부한 감성의 `구세대의 주제'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제3악장 Lento 오보에에서 첼로로 이어지는 우울한 선율로 시작되는 이 악장은 차이콥스키를 연상시키는 서정성을 담고 있으면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동경' 동기가 트럼펫, 튜바 등으로 반복해서 부각되면서 의미심장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molto 폭넓은 표현과 다양한 흐름을 아우르면서 격렬한 공격성과 환상적인 서정성을 띤 〈니벨룽겐의 반지〉 중 `운명'의 주제를 인용하면서 호른의 러시아적 선율, 바이올린 솔로, 플루트의 트릴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면서 점차 열광적인 클라이맥스로 치닫다가 팀파니 솔로로 숙명적인 바그너의 `운명' 동기가 나타나며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키릴 콘드라신(지휘),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elodiya, 1972)
△제나디 로제스트벤스키(지휘), USSR 문화성 오케스트라(Melodiya, 1984)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CBS, 1959)
△드미트리 키타옌코(지휘), 퀼른 귀르체니 오케스트라(Capriccio,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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