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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환자 입장서 고민, 패혈증 진단 성과”<의료계의 별난 사람들> `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8〉 - 건양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종욱 교수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1.08 15:21

펠로우 시절 인하대 배수환 원장 조언에 `내 연구'에 대한 고민
당시 전량 수입하던 헬리코박터 진단시약 연구 돌입 국산화 성공
CBC 분석 좋아해 자료 수집 패혈증 진단 `델타뉴트로필'도 개발

`호기심'은 `최고의 재능'이라는 말이 있다. 호기심은 무언가를 탐구해 보고자 하는 욕구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허기, 그리고 모르는 것에 대한 흥미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발명왕 에디슨도 1868년부터 세상을 떠난 1931년까지 63년간 1093개, 한 해 평균 17개의 발명품을 만들어 특허를 취득했다고 한다. 궁금한 것은 체험을 통해 몸소 해결해야 하는 에디슨의 `호기심'과 `열정'이 낳은 결과물이다.

대전 건양대병원에도 에디슨처럼 `호기심이 왕성한 의사'가 있다. 그는 진단검사의학과 이종욱 교수(사진)다. 국내외 진단검사의학분야에서 한 번이라도 `이종욱'이란 이름 석 자를 들어보지 못했다면 아마도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독일 지멘스사의 CBC장비인 ADVIA2120i장비에서 패혈증, 패혈증 쇼크, 특히 백혈구 수와 중성구수가 정상범위안에 있는 패혈증 환자를 매우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델타뉴트로필 인덱스'를 바로 이종욱 교수가 개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델타뉴트로필 인덱스는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수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 교수가 델타뉴트로필 인덱스를 개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을 해라”
이종욱 교수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모든 사물을 보게 된 건 배수환 원장(인하대병원 제3대 의료원장) 덕분이다. 그에 따르면 인턴부터 교수까지 미국에서 보낸 배수환 원장은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배 원장은 뭐든지 겪어 보게 하고 열린 마음으로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방향 제시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이런 배 원장이 이종욱 교수에게 늘 하던 말은 `남의 것을 하지 말고 내가 할 것을 해라'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내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마침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원 교수의 도움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1998년 펠로우 시절, 국내 최초 `CLO검사 키트'를 개발했다.

■“헬리코박터 진단시약 국내시장 `석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염, 위궤양, 위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장 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높은 빈도로 분포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1983년 호주의 병리학자 마셀과 워런이 발견했으며, 과거 헬리코박터 균을 진단하는 CLO시약은 호주에서 전량 수입해 사용됐다.
그러나 수입시약을 통한 검사 방법은 시약가격이 매우 비싼 단점이 있었다. 이종욱 교수는 성인 약 70%가 보균자인 우리 국민들을 위해 한국에서만큼은 낮은 가격으로 정확도 높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요소분해 효소는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를 생성함으로써 ph를 상승시키는 활동을 한다'는 사실과 `낮은 ph에서 다른 오염세균이 억제된다'는 두가지 가정을 착안해 연구해 나갔다.

연구를 시작할 때는 검체가 바뀌는 직원의 실수로 연구가 실패될 위기에서 문뜩 CLO검사에 요소를 넣지 않고 위조직 안에 있는 요소 만으로 요소분해반응이 일어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종욱 교수가 개발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검사 방법은 한 제약회사에서 판매를 맡았고, 수년째 이 분야를 독점해오던 마셀 박사의 수입 시약을 밀어냈다.

■“환자의 입장에서, 발명품 쏟아내다”
이종욱 교수는 의사이지만 `환자' 역할도 많이 했다. 인턴시절 간염을 앓았고, 콩팥이 좋지 않아져서 아내로부터 콩팥을 받아 세브란스병원 김유선 교수에게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콩팥 수술 1년 후 다시 간염에 걸린 것도 모자라 결핵까지 찾아왔다.

그는 “내가 많이 아파 봐서 환자의 마음을 더 잘 아는 것 같다”며 “환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들을 찾아 하나씩 개발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 교수는 휴대용 수액공급장치, 토니캣, 소변배양용기, 소변채취용기, 수분 공급마스크 등을 연달아 내놨다.

휴대용 수액공급장치는 이 교수가 몸이 아파 입원했을 때 생각해낸 것이다. 이 제품은 수액팩을 고정하기 위한 스탠드를 이동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최소화 한 것이다. 가방에 인공장치를 부착해 수액이 자동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돼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수액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외출 시 바로 착용하고 나갈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제품은 상품화 되진 못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채혈 시 아이들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토니켓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진단검사의학실 옆 채혈실에서 악을 쓰며 우는 아이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피 뽑는게 겁이 나 우는 아이들을 달랠 수 있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선 그는 아이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남자아이에게는 태권브이, 여자아이는 캔디 등 만화를 넣은 동영상도 제작했다. 하지만 예전 만화라 그런지 큰 역할을 하진 못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채혈이나 혈관주사를 놓기 위해 팔을 묶는 토니켓에 동물 얼굴을 넣어 제작했다. 또한, 음향 기능을 넣어 아이들이 시선을 분산시켰다. 이 동물 토니켓은 몇몇 대학병원에서 위력을 발휘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고 한다.

이종욱 교수는 환자가 편했으면, 직원들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제품들이 수가를 받지 못하거나, 개발하겠다는 회사를 찾지 못해 사라져야 할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기침을 멈추게 하는 수분 공급마스크도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몇 년 전 일본에서 상품화가 됐다.

■“폐혈증 진단 분야 `최고 권위자'”
이종욱 교수는 레지던트 시절부터 CBC 장비로 검사 결과를 보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틈만 나면 CBC 장비에서 프린트되는 백혈구, 적혈구 그림을 보며 진단을 내는 등의 공부를 할 만큼 진단검사의학이 그에게 잘 맞았다.

건양대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2001년, 죽은 사람들의 CBC 그림은 어떤가 하는 호기심에 직원들에게 매일 사망하는 환자들의 CBC결과를 장비에서 그림으로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CBC 그림에서 사망 환자들의 백혈구 그림이 일반 환자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여 혈액 내의 호중구(Neutrophil)를 이용한 특정한 지표(Delta Neutrophil Index:DNI)를 만들었고 이 값이 40%이상 높을 경우 패혈증으로 80%의 환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패혈증은 혈액이 세균에 감염되고 세균이나 진균이 증식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로 혈액감염을 신속히 진단해 패혈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측하고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패혈증은 백혈구 수치 등 다양한 검사를 확인한 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진단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진단기간이 길다보니 환자가 패혈증 때문에 합병증이 생겨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일부 패혈증 환자는 백혈구와 중성구 수치가 정상이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이 교수는 2008년에 지멘스 혈구분석기 `아드비아(ADVIA) 2120i'의 DNI(Delta Neutrophil Index) 지표를 통해 패혈증 환자의 중증도 평가라는 첫 논문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지멘스와 함께 아드비아(ADVIA) 2120i에 DNI 지표를 넣을 수 있도록 협력해서 CBC장비 중 유일하게 임상에서 패혈증을 진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델타뉴트로필 인덱스의 검사 소요시간은 1회 30초로, 365일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 교수는 2010년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의료진과 공동연구를 진행, 델타뉴트로필 인덱스가 중환자에서는 6.5%를 넘으면 중증패혈증일 확률이 높고 중증패혈증이 있기 12시간전에 델타뉴트로필 인덱스가 올라간다는 결과를 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델타뉴트로필 인덱스가 3일 이상 높게 유지되면 사망률이 증가하며, 특히 신생아패혈증에서는 72시간까지 델타뉴트로필 인덱스가 8.4% 이상이면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procalcitonin보다 매우 우수하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DNI 논문은 전세계적으로 60여편이 출판됐고 또 지금도 많은 국내외 대학병원의 교수들이 패혈증 관련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자신이라면서 전국 병원에서 하루에 5000건이 넘는 혈액을 테스트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DNI를 이용해서 패혈증 진단 및 치료하고 연구하시는 의료진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라고 말했다.

현재 CBC 델타뉴트로필 인덱스 검사비는 수가가 인정되지 않아 무료로 검사되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환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으로 간이배양검사법과 혈당을 눈으로 잴 수 있는 안경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학구적인 연구는 물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미현 기자  mi97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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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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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termd 2018-01-10 23: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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