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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드득 눈길 걷다보면 어느새 신선이 된 순간 만끽
뽀드득 눈길 걷다보면 어느새 신선이 된 순간 만끽
  • 의사신문
  • 승인 2018.01.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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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23〉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 하늘길

하늘과 닿은 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다

많은 사람들에서 겨울하면 생각나는 것으로 하얀 눈을 대표적으로 꼽을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면서 좋아하던 것과는 달리 어른이 된 지금에는 운전 걱정부터 하면서 눈이 애물단지 신세가 된지 오래다. 겨울철 산행으로 하얀 눈을 만끽하면서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늘길'이 안성맞춤이다.

■푸른 하늘과 하얀 눈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길
백운산의 하늘길 `하늘이 닿은 곳' 또는 `자연과 하나 되는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길은 시작부터 하늘이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길이다.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이 해발 1131m이니 한국의 웬만한 산 정상보다 훨씬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양지꽃, 박새꽃, 동자꽃 등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야생화 군락지로 아름다운 산길을 수놓고 있다. 지금이 겨울인 것이 정말 아쉬웠지만 꽃들의 모습은 상상 속에 맡기고 예쁜 꽃 이름을 딴 산길들로 여정을 정했다.

하루 전날 출발하여 하늘길의 시작점인 하이원 호텔로 향했다. 다음날의 산행을 위해 푹 숙면을 취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흐렸던 날씨는 맑게 개고 기온도 많이 올라 걷기에 좋은 날씨다. 산행의 시작점인 골프 코스 1번홀 옆의 양지꽃길로 향한다.

새하얀 눈이 내린 그대로 쌓여 있고 여기저기 노루의 발자국만이 남아 있는 아주 조용한 코스다. 노루 발자국을 따라 오르막길로 천천히 발길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기지국이 있는 산중턱에 다다랐다. 이곳부터는 비교적 평평한 산길을 걸으며 주변의 산새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사라진 과거의 흔적과 웅장한 산새가 어우러진 길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다 보니 어디선가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붉은 흙바닥에 아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옆에 폐광산에서 유출되는 갱내수 수질검사를 하는 채수지점이라는 팻말이 우뚝 서 있었다.

넉넉치 않았던 예전에 학교나 집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었던 석탄을 캐내던 곳이다. 이곳은 탄광촌이었다가 연탄의 몰락과 함께 문 닫은 폐광지역으로,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간 뒤 아스라이 남은 과거 흔적을 일깨워 주는 시냇물 소리만 남아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준비해온 따끈한 커피와 쵸코바로 숨을 고르면서 우리가 걸어온 하얀 산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신선이 된 느낌이었다. 길은 어느새 낙엽송길로 바뀌었고 한 두 개의 낙엽만이 외롭게 매달려 있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곳이 어디쯤일까 고민하며 걷다보니 세 갈래 갈림길이 나왔고, 그곳에는 길을 알려 주는 반가운 표지판이 보였다.

우리는 백운산 정상쪽으로 방향을 틀어 처녀치마길로 접어들었다. 이곳부터는 약간의 내리막이면서 많은 사람들의 다녀간 흔적으로 길이 미끄러워 준비해온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었다. 처녀치마길이라는 이름처럼 길의 풍광이 약간은 수줍어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주변 바위 위에 쌓인 눈은 하얀 바다 위에 너울 파도처럼 보인다. 김소월의 산유화 시비 앞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여러 장을 담아봤지만 역시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보이는 만큼의 표현을 할 수는 없었다. 멋진 풍광을 되새기며 내려오다 보니 지붕 위에 눈이 수북이 쌓인 조그만 쉼터가 우리를 반기고 있다. 3시간여의 산행을 정리하며 커피 한잔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마지막 산길로 향한다. 마지막 코너길을 돌아 내리막 언덕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오늘 산행의 종점을 알려주는 등산로 안내판과 표지석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걷기 Tip: 백운산 하늘길은 동반자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내려오거나 오르는 것이 힘든 경우에는 마운틴탑에서 곤돌라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돌아올 때 영월에 들러 한반도 지형이나 선돌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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