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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 신년특집 - “점술가 채용 `날씨 예측하자'는 황당 주장”왜, 의료계는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가
의사신문 | 승인 2018.01.01 00:56

영상의학 판독은 과학적 접근으로 진단과 치료하는 행위
사주·점술 행위와 사상적 기반 같은 한의학과 근본 달라

정세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원숭이와 밀가루를 교배시켜라

흉부엑스선사진에 변화가 생겼다. 폐의 우상엽에 어제까지 없던 흰 음영이 보인다. 74세 여환, 사흘 전 급성 심근 경색에 의한 심정지로 응급실에 내원하여, 경피적 관상동맥 성형술 시행 후 인공호흡기를 적용 중인 환자이다. 저 흰 음영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횡경막과 갈비뼈의 위치를 보건데, 촬영 과정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하루 만에 새로 생겼으니 폐암이나 결절은 아닐 테고, 폐에 감염이 생겼거나 (폐렴) 폐에 물이 찼을 (폐부종) 가능성이 높다.

급성 심근 경색이 심장 기능이나 콩팥 기능에 손상을 주어, 전신 순환이 저해되어 폐에 물이 찬 것일까? 글쎄, 오늘 아침 심초음파나 혈액 요소 질소, 크레아티닌 검사 등에 변화는 없었다. 어제 정맥으로 수액을 너무 많이 준 걸까? 하지만 전신에 수액이 많이 공급된 것이라면 양쪽 폐에 이상이 생겨야 할 텐데, 이 환자는 한 쪽 폐에만 이상이 있지 않은가.

환자를 보러간다. 폐야 청진 상 큰 이상 소견은 없다. 인공 기도에서 누런색 가래가 조금 늘었지만, 감염이라고 하기에는 최근 며칠 열이 난 적도 없다. 하지만 환자의 전신 상태를 고려하였을 때, 열이 없다고 감염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항상 답을 찾는 것은 아니다. 상급 전공의나 교수님과도 상의해 보지만, 일단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한다. 그렇게 경과 관찰을 치료 선택지로 정한다.

내과 전공의로써 하루에도 수많은 흉부엑스선 사진을 보고 환자를 치료하지만, 의과대학에서부터 해부학, 생리학, 영상의학을 다 배웠지만, 나는 아직도 이를 판독하는데 자신이 없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내가 놓친 전문적인 소견을 더 이야기해 주지만, 사실 나는 들어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모르겠는 것이 있다. 도대체 한의사들은 이 흉부엑스선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위의 내용들은 애초에 의학에서 다루는 내용이지, 한의학에서 다루는 내용이 아니다. 물론 수많은 한의학 교과서가 의학 교과서를 표절하여 그 내용을 그대로 갖다 붙여 넣곤 했으니 한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이러한 내용에 대해 들어봤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의사가 영상의학 전문의 수준의 판독 능력을 갖추고 영상 기기를 쓰자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의학에 아무런 과학적 기초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한의학 비판론자인 장궁야오의 저서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에서는 “한의학의 병리 해석은 전혀 해부학과 생리와 관계된 과학으로서의 기초가 없다.”며, “`진단은 현대의료기기로 하고, 치료는 한방으로 한다'는 주장이 너무도 황당한 까닭은 바로 과학 이론의 총체적 원칙과 연관성 원칙을 위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흰 음영 하나에서 시작하여 진단과 치료로 나아가는 과정은 논리이고 과학이며, 의학은 다른 어떤 과학의 분야와도 교류할 수 있고 융합할 수 있다.

그러나 `음양'과 `오행'을 통해 사상적 접근을 하고 있는 한의학과는 그 근본부터가 다르다. 사주와 점술 또한 `음양'과 `오행'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데, 기상청에서 점술가를 뽑아 날씨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어떨까? 이를 반대하는 기상청 직원을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 비난을 해도 될까?

심지어 한의사협회에서 실시하는 설문 조사를 보면, 정말 한의사들은 논리나 과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2014년 11월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한의학정책연구원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8.2%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설문 문항에서는 두 개의 선택지가 제시되었는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므로 한의사의 기본적인 의료기기 활용을 인정해야 한다'와 `한의사는 진맥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만 진단해야하므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였다. 게다가 이 문항의 앞에 `한의사가 한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생리학, 영상진단학 등 현대과학을 필수교육 과정으로 이수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라는 문항을 넣어두었고, 애초에 설문지의 시작에는 `한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이 설문을 실시함에 대해 밝히고 있다. 내가 저 단체의 회원이라면, 이런 객관성을 잃은 설문 조사 결과가 잘 나왔다고 대서특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끄러울 것 같은데 말이다.

이미 한국에는 OECD 평균의 1.5배에 가까운 CT, MRI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6 OECD 건강 통계), 한국은 국가 건강 검진도 잘 시행되고 있는 나라이다.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것은 한의사를 위한 것이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양진한치라, 양의학으로 진단하고 한의학으로 치료한다고? 원숭이와 밀가루를 교배시켜 호빵맨을 만들겠다는 수준의 황당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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