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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 신년특집-한의학 원리·유효성 부정하는 `엄청난 자가모순'
■2018년 무술년 신년특집-한의학 원리·유효성 부정하는 `엄청난 자가모순'
  • 의사신문
  • 승인 2018.01.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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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료계는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가

현대 의료기기로 체질·음양오행 등 한방원리 증명 못해
“고도의 의학지식 무시한 의사 흉내 내기로 오진 위험성”

최준일 대한영상의학회 보험간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한의학계의 의과의료기기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비록 보류되었지만 국회에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기존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 책임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의사, 치과의사, 방사선사로 제한되고 있었으나 여기에 한의사를 추가하자는 개정안이었다. 또 한의학계에서는 기존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외에 한방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 신설도 주장하였다.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특히 한의학계가 집요하게 요구하는 영상검사의 전문가로서 이러한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는 점 자체가 매우 유감스럽다.

이전부터 일부 한방 전문가들은 “양진한치(洋診韓治)”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현대의학을 이용하여 진단하고 한방으로 치료한다는 개념을 주장하고 있었다. 현대의학의 우수한 진단기술을 이용하여 진단한 뒤, 치료는 한방의 침이나 탕약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이는 한의학적 진단의 원리 및 유효성을 부정하는 엄청난 자가모순적인 주장이다. 한방의료행위는 “한의약육성법”에 의하면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라고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의사가 현대의학에서 이용되는 X선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이들 영상검사가 한의학적인 진단에 이용이 가능한 것인가부터 증명해야 한다. 현대의학의 영상검사로 기의 흐름, 체질, 음양오행의 원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가? 또 이를 증명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누가 생각해도 명약관화할 것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의과의료기기를 이용한 영상검사의 학문적 원리는 한의학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한의학 이론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절, 폐렴, 간경화 등을 진단하기 위해 의학의 영상검사를 시행하고 진단하였다면 그것은 의사를 흉내 내는 행위로 붑법의료행위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의과의료기기를 의학의 전문가인 의사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은 이유는 이러한 장비가 의학의 생리학, 병리학, 해부학 등의 기초 이론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를 임상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있는 의사가 사용할 때에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한의사들은 X선 검사 및 초음파 검사가 의사라면 누구나 손쉽게 해석할 수 있는 검사라고 폄하하고 있으며, 따라서 한의사도 당연히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X선 검사 및 초음파검사는 각 검사의 물리학적 원리, 심도 있는 해부, 병리, 생리학적 지식 및 고도의 훈련된 판단 능력이 요구되는 진료 행위로, 체중계나 체온계를 보는 것 같이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누구나 눈금만 읽으면 해석할 수 있는 단순한 검사가 아니다. 한방 측에서 주장하는 “골절 등의 진단은 단순해서 누구나 할 수 있다”와 같은 주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진단이 어려워 CT 등을 촬영해야 하는, 영상판독이 매우 어려운 골절 등이 결코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 나오는 무지의 산물이다. 골절도 단순한 뼈의 이탈이 아닌 주변 조직의 미세한 변화 등으로 의심할 수 있으며, 이런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소견을 알기 위해서는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 등 의학 지식을 충분한 경험과 함께 터득해야만 한다.

또한 한의학 교과과정에 영상의학 등 의학 교육이 포함되어 있으니 영상장비를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그 교육이 자격 있는 교육자에 의해 적절한 방법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루어지는지를 논의하기 이전에, 누구나 교육만 받으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면허 제도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에서 의료에 관련된 면허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자격자들의 무분별한 의료행위에 의한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단순히 밥그릇 싸움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서 한 한의사가 자궁근종을 한방으로 치료한다면서 자궁초음파를 수십 회 시행하였으나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에 대한 한의학 측의 주장은 “자궁암을 진단하기 위한 초음파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진은 아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환자는 의사가 검사를 시행할 때 의사의 “의학적 지식”을 신뢰하며 그 결과를 기대하며 의사는 의학 지식에 근거하는 진단을 내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러한 환자와 의사 관계는 의사면허제도를 통해 성립된 신뢰에서 비롯된다.

위 소송에서 환자는 한의사가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를 의사가 시행하는 그것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를 신뢰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의사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으며 이것이 한의사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환자를 기망하는 무책임한 불법의료행위인 이유이다.

한방신의료기술평가 제도 신설 주장 또한 한의학은 기존의 엄정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략하고 그 문턱이 낮은 평가시스템을 새로 만들자는 주장으로, 한방의 과학화를 부르짖는 한의학계의 주장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그 민낯을 보여준다. 의료의 모든 분야에서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은 환자에게 효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고통과 부작용이 많은 행위는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이 원칙에는 한의학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으나 한의학은 지금까지 이런 원칙을 회피해 왔다. 한의학의 국제화, 과학화는 결코 “한의사가 의사처럼 보이거나 진료하는 것” 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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