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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 신년특집 - 왜, 의료계는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가〔총론〕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허용 법안 쟁점은 무엇인가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1.01 00:38

김명연·인재근 의원 진단용 방사선장치 한의사 허용 발의
의료계 격렬 반대로 의·한 협의체에 떠넘긴 채 잠시 보류


2017년 마지막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23일(목) 국회의사당 6층 보건복지위 소회의실.

이날 법안소위 위원들은 121개의 의료법, 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법률 개정안을 심사했다. 이 중 의료계에 가장 큰 관심을 불러 모으며 논란이 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심사를 보류했다. 대신 의료계와 한의계가 협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이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의료계도 이날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법안소위 시작에 앞서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등은 소위가 열린 국회의사당 본관 6층 보건복지위 소회의실을 방문해 여야 위원들에게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후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지난 9월 6일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한의사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9월 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관리, 운용,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숱한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결정적으로 못 박은 최초의 법안으로 기록됐다.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사용을 허용하고 보건복지부에 신한방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설치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이 동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방의료기기를 포함해 한방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평가를 실시토록 했다.

여야 의원이 잇따라 판박이 내용이나 다름없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의료계는 당혹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며 개정안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그동안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각종 판례에서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사용이 명백히 불법이라고 판결된 사안임에도 개정안은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것.

특히 개정안은 지난 12월 10일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한 `제1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3만여 의사회원들이 모이는 결정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날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의사는 의료를, 한의사는 한방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쓰고 싶다면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지 말고 의대에 입학해 공부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하시라”고 일침했다.

당장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하지는 않아 의료계 입장에서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어디까지나 법안 `폐기'가 아니라 `심사 보류'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심사가 재개돼 법안소위 통과의 벽을 넘은 후 국회 본 회의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11월 23일 법안소위가 열린 당시 복지부 측이 의협 측에 한의계와 협의체를 구성할 뜻이 있음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법안소위 위원들도 심사를 보류하고 이후 협의상황을 지켜보기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0대 국회 임기가 아직 2년 5개월이나 남아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19대 국회보다 훨씬 적으며, 20대 국회의 법률안 처리 실적이 19대 국회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도 의료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후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1년 6개월 동안 처리한 법안 건수는 총 2598건. 같은 기간 19대 국회가 처리한 법안 건수인 1492건보다 무려 74.1%나 많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간사)은 법안소위 종료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의-한 협의체에서 결론내리지 못할 경우 심사를 재개하여 국회에서 결론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의료계와 한의계가 협의를 통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낼 것을 촉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8월경 구성됐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11월 19일 이후 중단됐던 의-한(醫韓) 협의체가 재개될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현재까지 의료계의 기본 입장은 `수용 불가'다. 한방적 이론과 방사선 진단의 이론적 체계가 전혀 맞지 않는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이 사안이 정치적 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의 전권을 갖고 있는 의협 비대위는 “전문가단체 간 협의를 통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한정 협의체 재개에 의협이 동의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위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라는 지엽적인 사항만을 논의하기 위해 시기를 한정하여 면피용으로 강행하려는 협의체에는 절대로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대위는 특히 “김필건 전 한의협 회장의 초음파 골밀도 측정 오진 시연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바와 같이, 한방에서 엑스레이와 같은 현대 의료기기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자격과 전문성이 결여된 집단과 논의하라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를 정치적 협의를 통해 결론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인재근 의원실 관계자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협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27일 밝힘에 따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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