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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높고 부작용 적은 술기·기기 개발 박차”
“효과 높고 부작용 적은 술기·기기 개발 박차”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12.1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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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별난 사람들> `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7〉 - 주·정형외과의원 주의탁 원장 

미국 연수 후 관절경 관심 술기 개발 매진·의료기기 개발 고민
견봉성형술 천공장치·의료기기 개발 미국 특허증까지 받게 돼
두산베어스 팀닥터로도 활동 스포츠 손상·재활의학 연구 관심

옛 속담에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의 외모는 물론, 성격이나 행동, 습관과 습성 등 닮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닮아간다. 특히 의사들은 아버지의 삶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경우도 많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병원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면서 자연스럽게 의대에 진학하고, 아버지와 같은 전공 분야를 선택해 전문의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처럼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인의 모습을 닮아간다.

`견봉성형술용 천공장치'와 `견봉성형술용 의료기기'를 개발한 주·정형외과의원 주의탁 원장(사진)도 아버지를 따라 의대에 진학했고,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땄다. 그리고 대학교수와 봉직의를 거쳐 그의 아버지처럼 개원해 지역 주민들의 주치의가 됐다.

주 원장은 “아버지를 닮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길을 가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이 길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재능을 의학 발전과 환자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아버지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정교하고 섬세했던 손재주를 물려받지 못했다면, 아버지가 나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았다면 농부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릎관절 환자나 어깨충돌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더 나은 치료법과 의료기기 개발이 훨씬 늦어졌을 것 같다고도 했다.

■“농부의 꿈에서 한층 업, 의사로”

주의탁 원장은 정형외과 의사였던 아버지를 닮아 `손재주'가 뛰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만들고 깎기를 좋아해 밖에서 뛰어 노는 시간보다 프라모델을 조립하는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다람쥐 집과 닭장을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산에서 나무를 뽑아 집에다 심고 기르는 등 서울 안에서 `시골 농장놀이'를 즐겨했다. 어릴 적 꿈이 `농부'였을 정도다.

그러던 어느날, 주 원장의 손재주를 유심히 지켜보던 아버지가 주 원장에게 `치과의사'가 되길 권유했다. 치아를 만들고, 붙이는 일을 하는 치과의사가 손재주 좋은 주 원장에게 제격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는 치과의사를 권유하고 한 해가 지난 뒤 정형외과 의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한 분야만 다루는 치과의사보다는 분야가 넓은 `의과'를 제안했다. 주 원장은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정형외과 수술실을 참관하던 중 뼈를 깎고, 나사를 박고, 자르고, 재건하는 것을 보고 내가 해야할 `진료과'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환자의 고통과 아픔을 치료해 주며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다보니,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해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형외과 의사'가 됐다.

■“미국 연수로 `관절경' 특화 길 걸어”

일반적으로 관절하면 `무릎'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체에는 무릎 말고도 어깨, 발목, 손목 등 200여개의 관절이 있다. 때문에 정형외과 전문의들도 다루는 전문분야가 다양하다. 이중 주 원장은 무릎, 어깨, 발목, 손목, 그 외 원인 미상의 각종 관절증과 스포츠 의학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특히 주 원장은 `관절경' 전문의사로 미국관절경학회 정회원이면서 유럽 외상학 및 관절경학회 정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 원장이 관절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의료기기까지 개발하게 된 것은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부터다.

관절경수술은 환자의 관절 부위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집어넣은 다음 손상된 물렁뼈를 제거하거나 꿰매고 잇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의 절개로 수술하는 방식이다.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관절경 수술이 활성화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관절경 및 스포츠의학 분야 관련 전문가도 많지 않았다. 특히 국내에 비해 관절경 분야가 발달한 미국에서 연수받으면서 많은 임상환자를 진료·수술하면서 수술테크닉도 자연스럽게 늘게 됐다. 무릎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나라 국민 생활에 관절경수술은 획기적이었다.

주 원장은 1999년 주·정형외과를 개원한 뒤 무릎과 어깨를 중점적으로 진료 및 수술을 시행했고, 어깨충돌 증후군 시술을 진행하면서 발생되는 군뼈(골극, spur) 제거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방안을 고안하다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됐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견봉 제거”
주 원장은 지난 30년간 정형외과 전문의(관절경)로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면서 좀 더 획기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해 왔다. 1997년 주부들이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걸레질을 하기 때문에 관절막의 주름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져 관절질환이 생긴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97년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방사선을 쬐어 연골판이나 활액막 등을 다듬는 시술도 도입한 바 있다. 주 원장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견봉성형술용 천공장치'와 `견봉성형술 의료기기'를 내놓았다. 최근 미국 특허출원이 되어 미국 특허증을 받았다.

최근 스포츠 활동이 보다 보편화 되고 스포츠 활동으로 인한 어깨 통증의 원인으로 충돌증후군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생명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화 현상에 따라 견봉하부로 뼈가 자라는 경우도 많다.

젊을 때는 어깨 관절이 건강하기 때문에 견봉과 상완골 사이의 간격이 충분하고 군뼈들이 생겨나지 않지만, 어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잦은 마찰로 인해 견봉 하부로 군뼈가 자라나고 상완골과 충돌이 발생하면서 힘줄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고 파열이 발생되기도 한다. 어깨충돌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을 통해 `군뼈'를 제거해야 한다.

주 원장은 30년간 이런 어깨충돌증후군 환자를 수술하면서 군뼈를 정확히 자르는데 답답함이 있었다. 견봉성형술을 위해서는 수술 전 먼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견봉 하부로 자라나온 군뼈를 어느 정도의 깊이만큼 깎아내야 하는지 측정하고, 측정된 깊이만큼 실제 견봉성형술을 통해 군뻐를 깎아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견봉성형술을 함에 있어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파악된 깊이만큼 정확하게 깎아내는 것은 오랜 경험을 쌓은 의사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견봉성형술의 경험이 적은 의사의 경우에는 더욱 힘든 일이다.

이는 관절내시경의 시야는 실제보다 확대되어 보이고 군뼈가 자라나 견봉 하부를 다듬는 과정에서 분쇄돼 분산되는 뼛가루들이 관절내시경 시술 중 집도의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출혈 등으로 견봉의 뼈 절삭 시 절삭 정도의 정확한 측정을 방해하게 된다.

특히 견봉성형술을 하면서 과하게 깎아내게 되면 견봉은 골격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견봉을 원하는 만큼 깎아내지 못하게 되면 어깨충돌증후군이 남거나 쉽게 재발될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주 원장은 수술중 깎아낼 견봉 하부의 제거해야 할 뼈의 깊이와 양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그는 2013년 `견봉성형술 천공장치'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견봉성형술 중 발생되는 분쇄된 뼛가루들을 효과적으로 배출시켜 집도의의 시야확보를 개선하기 위한 `견봉성형술용 의료기기'도 만들었다.

주 원장의 개발품은 현재 국내 특허는 물론 미국 의료기기업체에서 제작·상품화해 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관절경 수술도구 국내 無”

주 원장이 견봉성형술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어깨충돌증후군 치료에 있어 의사는 물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관절경 수술도구가 제작되지 않다보니, 해외 의료기기회사가 제작한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매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한 몫 했다.

뿐만 아니라 주 원장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제작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국내 관절경 기구 회사가 없다보니, 함께 제작을 진행할 회사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타겟으로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의료기기 회사와 손을 잡고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계의 `명의', 팀닥터 활약”

주 원장이 운영하는 주·정형외과의원에는 스포츠손상클리닉이 있다. 두산 베어스 프로야구단 지정병원이면서 팀 닥터이기도 하다. 그는 운동선수들의 `명의'이자 `주치의'이다.

그는 2000년부터 운동선수들과 인연을 맺고 그들의 어깨와 무릎, 손목, 팔꿈치 등 스포츠손상 및 관절치료 분야를 치료·수술해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운동팀 트레이너들은 물리치료사이다 보니 재활의학이나 정형외과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선수들을 잘 치료해 줄 수 있는 팀 닥터를 학회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 원장은 “고령화가 되면서 환자의 질병군이 다양해지고, 여기에 맞춰 의료계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치료법과 의료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며 “앞으로 환자에게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적고, 의료인들에게는 치료 성적을 높이면서 어렵지 않게 치료 및 수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개발하는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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