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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총궐기대회 3만 명 결집…청와대 앞까지 행진
의사총궐기대회 3만 명 결집…청와대 앞까지 행진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12.1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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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철회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

정부의 무리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비전문가인 한의사에 대한 의료기기 사용 허용으로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붕괴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심각히 위협당할 것을 우려하는 3만여 전문가들의 절규의 목소리가 쌀쌀한 겨울 날씨의 광화문 광장을 뒤덮었다.

대한의사협회(회장·추무진)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이필수)는 전국의 의사회원 3만여 명이 결집한 가운데 ‘문재인 케어와 한방 의과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12월 10일(일) 오후 1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하고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대정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사회원 3만여 명이 대한문 앞에 집결을 완료했고 밴드 다섯손가락의 사전공연 연주곡 김광석의 '일어나'와 드라마 하얀거탑 OST '소나무'가 울려 퍼지며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어 사회를 맡은 나인수 서대문구의사회 부회장과 김지민 아나운서가 오후 1시경 개회 선언으로 시작을 알리며 본격적인 궐기대회가 시작됐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간신히 지탱하는 의료 왜곡 외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 추운 날씨에 전국의 의사, 의대생들이 길거리에 모여야 하는 현실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총회는 문재인 케어 저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절대금지를 목표로 비대위 구성을 의결하여 오늘 궐기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고 이날 행사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의사들은 국민의 보장성 강화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문재인 케어가 지금보다 더 국민의 건강을 바르게 지켜줄 수 있는 길이었다면 우리 의사들은 지금처럼 추운 거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문재인 케어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지금도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면서 지금의 왜곡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의사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원칙 없는 무자비한 삭감, 건보공단의 횡포에 가까운 현지조사에 고통받아 왔음에도 남은 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비급여를 유지해 온 파렴치범이라는 낙인뿐”이라면서 “필수 진료과 의원들은 사라져가고 있고 대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진료 분야의 의사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에게 남겨진 건 구멍나고 왜곡된 의료체계이고 의사는 그 범인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의료계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정책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정책 입안 참여자 리스트가 공개됐는데 대부분의 의료계 인사들은 참여 사실을 부인했다. 그럼 대체 누구와 협의한 정책이란 말인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보장성 강화를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져야 하는데 재정이 많이 들면 국민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함에도 정부는 국민을 설득한 적도 없고 당장 건강보험료 인상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이제 당당하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국민을 설득하며 대한민국 의료체계도 저부담, 저급여, 저수가의 틀을 깨고 적정부담, 적정급여, 적정수가로 가야 한다. 정부가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천문학적 재정 추계와 건보재정이 빠르게 고갈될 것이라고 국민 앞에 솔직히 말하고 이에 걸 맞는 적정부담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국종 교수가 최근 진료비 삭감 통지서에 대한 글을 기고한 것처럼 단지 중증외상센터의 예산을 증액하여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저희는 알 수 있고 정부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원칙 없는 심평원 삭감철폐와 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심평원의 올해 청렴도는 5등급으로 최하위 수준인데 누가 누구를 심사한다는 말인가? 공정한 심사체계와 심사실명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일침했다.

끝으로 이필수 위원장은 “의료계는 제대로 된 진료를 위해 오랫동안 정상수가를 요구해 왔는데 정상수가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온데간데 없다”며 “최근 건정심에서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은 모두 건보료 3.2% 인상안이 아닌 2.04% 인상안에 투표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국고보조금 2200억원을 감액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외면당해도 우리의 정당한 주장을 이야기해 국민의 건강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위원장의 대회사가 끝나고는 의료계 지도자들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의사 권익 아닌 국민 위한 궐기대회…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해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그동안 의사들은 열악한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에 대한 무거운 사명감으로 묵묵히 진료에만 임해 왔지만 ‘건보 보장성 강화정책’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진료실에만 있을 수 없게 됐다”며 “오늘 궐기대회는 우리 의사들의 권익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국민에게 무거운 재정부담이 된다는 것과 한의사에 대한 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는 것, 불법의료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시도이자 의료인 면허체계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는 것, 국민건강에 위해가 된다는 것을 호소한다”며 “보장성 강화정책은 의료현실과 의료계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추 회장은 “의사회원들에게도 인내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제 우리 의사들도 더 이상 희생을 강요당하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오늘 궐기대회에서 적극 대항함으로써 의사도 존중받고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는 제도 마련의 출발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전면 급여화는 결국 국민 부담…한방사 의료기기는 세 살 아기에 칼 쥐어주는 것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우리나라에 전 국민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래로 단 한 번도 원가 이상의 적정수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전국 의료기관의 90%가 넘는 민간의료기관을 자신들의 소유인 양 억압하고 통제하는 말도 안되는 관치의료 구조하에서도 의사들은 국민 건강만 생각하며 진료실, 연구실, 병실을 지켜왔지만 오늘 이렇게 거리로 나왔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의사들이 그동안 수 차례 경고해 왔음에도 보장성 강화정책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기형적인 현 의료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에 대한 논의도 없었고 적절한 재원 마련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도 없다”며 “지금까지 의사들의 희생으로 버텨오던 우리의료는 이제 그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의료 선택권은 박탈되고 정부의 의료에 대한 통제와 압박은 더 심해져 진료권은 박탈되고 사회주의 의료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결국 그 고통은 국민들이, 힘없는 환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격도 없는 한방사들에게 의과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것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 손에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과 다름 없다”며 “특정집단의 이기적 목적에 부화뇌동하여 국민건강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게 할 법안의 통과 시도를 우리는 목숨을 걸고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희생 강요와 국민 건강권·건보재정 위협
한의사가 의료기기 쓰려면 지금이라도 의사 면허 따라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도 격려사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가 부러워한다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주말도 없고 근로시간 준수도 없으며 보건의료정책수립에 있어서도 철저히 배제되며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 40시간만 근무하면 전국 병원이 모두 망할 것”이라며 “의사들도 보험료 적게 내고 최상의 진료를 해드리고 싶다. 의사들도 환자이고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의사들은 의약분업, 포괄수가제 등 수많은 규제 위주 보건의료정책들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아왔지만 사명감 하나로 기나긴 인고의 나날을 버텨왔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런 우리에게 보장성 강화라는 선심성 정책으로 희생을 다시 한 번 강요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대한민국 건강보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국민 여러분들도 잠시 달콤한 유혹에 휘둘리지 마시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의사들의 외치는 소리를 들으셔야 한다”고 읍소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국민 수준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진료와 검사를 받을 권리가 있기에 이것은 논의의 대상도 협의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김 회장은 “국민들에게 고한다. 중증필수의료 수가보장도 못하면서 전면 급여화를 한다는 것은 기만이고 눈속임이다. 재정절감만을 목적으로 하므로 의료의 질이 떨어져 낙후된 의료로 전락할 것이고 무분별한 급여화는 건강보험의 재정위기를 초래하여 국민이 부담할 세금이 늘게 될 것이며 의료공급체계 중심인 개원가 붕괴로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에 대해서는 “전면 급여화 비용이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해야 한다. 저수가에 무차별 삭감으로 제2의 이국종 교수는 없다. 구체적인 적정수가 제시와 정확한 재정추계를 제시한 후,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백년대계 건보정책을 수립할 것을 건의한다”며 “13만 의사들이 추운 날씨에 전국에서 모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계속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끊임 없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의사들에게도 “의사는 의료를, 한의사는 한방진료를 해야 한다. 의사는 의사이고 한의사는 한의사이다. 그게 법”이라면서 “한의사들이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의사면허를 따기 바란다”고 일침했다.

격려사에 이어 ‘나는 의사다’라는 제목의 영상 상영과 ‘비급여 전면 급여화’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철회를 외치는 김승진 투쟁위원회 사무총장의 구호 제창, 그리고 이동욱 사무총장의 경과보고가 진행돼 회원들의 투쟁심을 고취시켰다. 또한 문재인 케어의 위험성과 부당함을 알리는 ‘뭉케어’ 영상도 상영됐다. 각 의료계 연자들의 연설도 이어졌다.

국민 위한 정상적 의료시스템 원한다!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집회가 만들어지기까지 힘든 점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젊은 의사들이 단순히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13만 전체 의사들을 위해 실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기 위원장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이다. 환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병실과 진료실을 지켜야 할 우리가 대한문 광장 앞에 모여야 했던 이유를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우리 의사들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아주 상식적이고 지극히 정상적으로 의료시스템이 회복되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기 위원장은 또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크게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통한 실질적 의료통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취약계층 의료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취약계층 의료지원에 대한 정책은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이행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다르다. 이 제도의 시행은 결국 폭발적인 의료량 증가로 이어져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신포괄제도를 통한 의료통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끝으로 기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계에 필요한 것은 가짜 전면급여화인 10%만 보장하는 예비급여가 아니다. 국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 진료과를 살리고 법에 적힌 대로 의료인 양성에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정책은 절대 환자가 행복할 수 없다. 의사들이 뭉쳐 ‘비급여 전면급여화’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사의 '의사 코스프레' 멈춰야...한방사 의료기기 허용 절대 불가

이용민 비상대책위원/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다. 한방요법사들이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의사 코스프레’가 목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스스로를 믿을 수 없어서다. 한방사로서 한계를 느끼고 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한의사들이 일단 의료기기를 들여 놓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고 진단과 치료에 대한 책임감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에는 한방 검진, 치매 진단 및 치료, 난임치료 사업 등 생애주기별 한방치료와 한방 활성화도 포함되어 있다. 하나를 침탈하면 이를 교두보로 삼아 안방까지 넘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근거 없는 한방에 예산 퍼주기는 여·야나 정부 국회가 따로 없다. 최근 복지부는 영유아, 한의약건강증진 프로그램 사업을 전국 지정 보건소에서 시행하며 영, 유아들에게 도인치료, 한의약체험 등을 하게 하는 등 어린아이들에게까지 검증 없는 한방을 장려하고 있고, 김명연  의원, 인재근 의원의 한방 엑스선의료기기 허용 법안 발의는 물론 최근 국회는 한의약선도기술 연구 개발 명목으로 증액 결정했는데,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한방의 의료기기 사용은 위법으로 김명연 의원, 인재근 의원 그리고 관련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들에게 고하며,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무시할 정도로 국민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하지만 부당입법시도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의대 학생들이나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의학을 교육하는 의사들도 반성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와 정부가 모든 의료행위를 강제로 통제하려 하는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문재인 케어의 가장 핵심 문제는 ‘자유의 억압이자, 자유의 완전한 박탈’”이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절대로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제도들이 의사들에게 본유적인, 본질적인 자유를 박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건강보험 강제 지정제도 모자라서 이제는 모든 의료행위를 강제로 통제하겠다고 한다. 이는 우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우리가 누려야 할 자유를 빼앗는 것이고 의사라는 직업을 수행하는 국민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완전히 박탈해 버리는 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기만적 예비급여 제도의 전면 철폐는 우리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며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우리들의 생존의 문제”라며 “의사들이 죽느냐 사느냐하는 생존 자체의 문제이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진료비로 인해 의사들의 진료 행태에 왜곡 현상이 이미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가 단기간 내에 모두 급여화되면 대부분의 중소병원은 즉각 도산하고, 의원급 의료기관도 최소한 40%는 단기간 내 파산하게 될 것이다. 의사들의 경제적 파산, 고통을 넘어서 민간 의료기관에 국가 의료체계를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우리 의료계의 생존을 위해서 더 나아가 국가 의료체계의 보존을 위해서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대생들도 끊임 없는 회한과 자책감 느껴

현직 의사들뿐만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 의료를 책임질 예비 의사들도 강의실을 박차고 나와 정부가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류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환경은 문제가 있다고 누구나 외치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의사들은 지쳐가고 환자들은 아파한다”며 “이로 인해 우리 의대생들도 끊임 없는 회한과 자책감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논어 자로편의 메시지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지만, 소인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어울리지 못하고 똑같기만을 요구한다)'를 비틀어 현 의료계 현실에 대한 울분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군자 동이부화(君子 同而不和). 모두가 본인을 군자라고 칭하는 현실이다. 책장을 넘기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본 강의실 유리창은 매우 걱정스러웠다”며 “올바른 보건의료환경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은 부재했고 소통과 공감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만 울려 퍼지고 있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환자들의 고통 섞인 절규를 모른 체하고 아직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들의 희생을 모른척 해 왔었다. 우리는 의사들과 국민들의 고통 섞인 절규를 무시한 소인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자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어 류 회장은 “올바른 보건의료 환경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리고 더 이상 슬퍼하고 있을 수만 없다고 생각하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해 나갈 것이다. 국민과 의사가 모두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꿈꾸며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사태에 대해 침묵한다면 결국 그 책임은 환자에게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소인 화이부동(小人 和而不同), 이제 우리가 일어날 것이다.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의 침묵이 미래의 후회로 이뤄지지 않도록 행동해 나갈 것”이라며 "이는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설 중간에는 서울대 의대 동아리 ‘문하늘’의 공연이 펼쳐져 칼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날씨에 장시간 동안 야외에서 진행된 궐기대회로 지친 선배 의사들을 응원했다.

청와대 앞까지 행진...'대정부 요구사항' 및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 발표
수가 정상화·정책 재검토·한의사 의료기기 불가·심사평가체계-공단 개혁 등 요구
궐기대회에서 격려사와 연자 연설이 진행되던 중에 비대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담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급여의 정상화 △비급여의 급여화 및 예비급여 원점 재검토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불가 △소신진료를 위한 심사평가체계 및 건보공단 개혁 등이다.

이어 오후 3시경 진행된 행사 마지막 순서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 행진'. 이날 결집한 3만 의사회원들 중 상당수가 참여한 시위대는 대한문 앞 궐기대회가 끝나고 마침 비가 내리는 와중에 대한문 - 세종R - 내자R - 신교R - 효자치안센터로 이어지는 코스를 약 두 시간에 걸쳐 돌면서 의료계의 뜻을 전달했다.

이필수 위원장은 청와대 앞 100미터 지점인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하의 공개서한을 낭독하며 “왜곡될 대로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가 이제 붕괴될 것을 우려해 칼바람이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 의사들과 예비의사들까지 이곳에 모였다”면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앞으로 더 단단히 국민들을 지킬 수 있도록 저희의 목소리를 꼭 들어 달라”고 읍소했다.

청와대 앞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오후 5시 10분 경 대한문 앞으로 복귀, 정리집회를 갖고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필수 위원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하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 이 자리는 투쟁의 마지막이 아니다. 정부가 의사들의 진정성 있는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다면 제2, 3의 총궐기대회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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