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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문재인 케어, 어떻게 볼 것인가【특집】 위기의 `문재인 케어', 원점에서 재논의 하자
의사신문 | 승인 2017.12.05 11:13

저부담·저수가 정책기조 혁신 없으면 건보·의료체계만 붕괴
실손보험 통·폐합 및 건정심 체계 개편 등 다각적 대책 필요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 핵심은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통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을 통한 신규 비급여 발생 차단이다.

기존 비급여 가운데 횟수나 갯수의 제한은 2018년까지 우선 해소하며, MRI나 초음파의 경우 별도 로드맵을 수립해 2020년까지 급여화한다는 것이다. 일부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의 경우 본인부담 차등화(50%, 70%, 90%)를 통해 예비적으로 급여화(예비 급여제도)하고, 3∼5년 후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대해 의료계는 몇 가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첫째, 건강보험재정 악화 문제다. 전면적 급여화 정책이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진행될 경우 보험재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재정 절감정책 등을 통해 의료공급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둘째, 현재 저부담·저수가·저보장 정책 기조에서 보장성 제고에 앞서, 원가를 밑도는 현행 의료수가 개선이 없다면 경영상태가 열악한 1차 의료기관의 줄도산 및 3차 대형병원 쏠림 현상 심화로 의료공급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 보장성 강화와 함께 신포괄수가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자칫 비용절감만을 목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월 1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의 급여화 정책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압도적 지지로 결의한 바 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에서 지적되고 있는 것이 현행 실손보험의 문제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료보험 출범 이래 장기적 목표 중 하나이지만 지난 참여정부 이래 시작된 실손보험제도로 인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민간 실손보험사의 이익이 확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실손보험 3천만명 가입 시대에 보장성 강화로 인한 국민들의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자칫 국민 세금과도 같은 건강보험료가 민간보험회사로 흘러 들어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항간에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하기에 앞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통합하거나 민간보험시장 자체가 철회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과감히 내건 전면 급여화 정책이 현저히 평가절하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실손보험 등을 운용하는 민간의료보험사들은 여러 측면에서 의료계와 마찰을 빚어온 바 있다. 보험료 지급을 둘러싸고 보험사가 의사 및 의료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보험료 지급을 미루고, 보험회사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환자 개인정보인 진료기록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 민간보험사의 횡포에 맞서 의사들은 2014년 초 `의료민영화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손보험제도 자체에 그다지 호의적일 수 없는 현 의료계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 도입된 실손보험 제도는 신정부의 전면 급여화 정책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여러모로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실손보험은 자칫 보장성 강화의 목표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원죄(原罪)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실손보험에 가입해버린 현 시점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낳은 실손보험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대처해나갈 것인가? 정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보장성 강화가 선언적 의미일 뿐 현실적 한계가 노정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제가 강력히 대두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참여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우선 보장률에 관한 수치적 목표에의 집착이다(윤희숙 2007).

국내에서 보장률로 주로 이용되는 `건강보험 급여율'은 총 의료비중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형선 등에 따르면, OECD에서 말하는 보장성이란 설비투자 등 자본비용을 포함한 총 국민의료비에서 공적 재원이 부담하는 비율로서, 건강보험 급여율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요컨대 보장성 지표는 다양하며, 보건의료 공공기여가 낮은 국내 현실에서 급여화 정책만으로 보장률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로도 꾸준히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보장률은 70% 미만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이는 보장률 확대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필수의료가 아닌 선택적 의료에 대한 급여화 문제도 문재인케어의 한계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건보 개혁, 정부·의료계·국민의 상호 신뢰가 중요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정책 실행보다는 의료공급자를 포함한 국민들이 숙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발표한 문재인 케어는 정권 초기 보건의료 관련 국정방향성을 밝히는데 의의가 있겠으나, 역설적으로 현행 건정심 체제의 종말을 앞당기는 측면도 존재한다. 2000년대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에 의거하여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서 기능해왔지만 최근 그 의미가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비급여의 급여화' 라는 논제는 건정심에서 다루어져야 할 주요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단독발표에 가려진 형국이다.
앞으로 건정심 내부에서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재정추계 및 세부 항목 조율 등의 산적한 과제들을 잘 처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향후 보건의료 영역에서 현재까지 지속되어온 건정심 체제를 비롯한 국가적 의사 결정 구조가 해체 및 새롭게 재편되는 등의 예기치 못한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가능성은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정심 이외에 차관이 주재하는 새로운 `문재인 케어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의사협회에 제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부정적 요인을 해소하고 정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수가를 보장하고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아도 의료기관이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의료계와 함께 복지부 차관 주재의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재정추계와 정책수행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기관별 총량심사,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 회원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질의했다. 복지부는 기관별 총량심사에 대해 기존 청구건별 심사를 기관별 경향심사로 전환해 급여기준을 일부 벗어나더라도 의학적 필요가 인정된 환자에 대해 의사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포괄수가제가 동네의원에 적용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수술과 입원환자 위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점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1963년 의료보험법이 처음 제정되어 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장기려의 청십자조합이 68년 설립되어 활동했다. 1977년 500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직장의료보험이 실시되었다.

1989년 7월 1일 다른 보호 대상자를 뺀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공무원과 교원은 별도의 법에서 규정하고 있었다. 1998년에는 227개 지역의료보험조합과 공교의료보험관리공단을 통합해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을 설립하고 직장의료보험조합들은 140개로 통합했다.

2000년 국민의료보험과 직장 의료보험을 통합하면서 보험제도를 국민건강보험으로 개칭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위키백과,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의 역사 속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라는 주제는 보건의료계의 매우 오래된 목표 중 하나였다. 구호를 외치기는 쉬우나 실현하기는 어려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의료 공급자와 전체 국민의 합심된 노력이 요구된다.

흔히들 문재인 케어를 전임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주도했던 `오바마 케어'에 비교하고는 한다. 오바마 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 PPACA)는 2010년 3월 승인된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이다.

전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미국 내 3200만명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자 했다. 미국 국민에게 2014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오바마 케어는 2010년 미 의회를 통과하였으나 2014년 시행 이후 지금까지도 각종 정치적 논란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들과 옹호자들은 꾸준히 개혁 정책들이 사회에 뿌리내리게끔 헌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스스로 오바마케어 관련 논문을 직접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실을 정도로 다방면으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요컨대 새로운 정책이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을 둘러싼 새로운 개혁 국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험자로서의 정부, 공급자로서의 의료계, 그리고 국민들의 상호 신뢰와 연대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정책이 현실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재원 마련의 문제로 인해 문재인 케어가 단시간에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실현을 위한 정책비용 대부분이 현재 적립된 건강보험료라 그 재원이 취약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거론되었던 것을 상기해보면 심각하게 느껴진다.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지원액이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을 보면 보장성 강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수준은 여전히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은커녕 대만보다도 적은 상황이다. 결국 문재인 케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공급자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국가 단일 공보험인 건강보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건강보험 제도 개혁을 위한 급선무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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