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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발전 · 사회변화 발맞춘 '미래 엔진' <1>
의학발전 · 사회변화 발맞춘 '미래 엔진' <1>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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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제기 - 의학교육 개혁, 그게 무엇인데

이번 의학교육 칼럼에서는 △의사양성 △의과대학 △교육과정 △교수제도 △예과 및 선발제도 △교육 관련 이슈 △교육/평가방법 등 다양한 주제별 핵심내용이 다뤄진다. 이와함께 △학생 △국가시험/인턴 전공의 선발제도 △졸업 후 교육 △연수교육 실태와 개선방향 △의학교육 연구 등 쟁점사항들이 밀도있게 전개된다.

주요 필진으로는 김선(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교실), 박훈기(한양의대 의학교육실), 신좌섭(서울의대 의학교육실), 안덕선(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양은배(연세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이윤성(서울의대 의학교육실), 임기영(아주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등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교육 전문가 7명이 참여한다. 편집자 주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등 의학교육 환경이 급변하면서 한국 의학교육이 최대 격랑기를 맞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의료전문 언론 최초로 의학교육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하는 `의학교육' 연속 특별기획 시리즈를 마련한다. 한국 의학교육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뜻깊은 교육 공론의 장이 될 이번 특별기획에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기대한다. 이번 기획물은 9월부터 앞으로 1년여 간 매주 월요일판에 진행된다.편집자

 

#엄청난 의학지식으로 평생교육 불가피

 의학교육 개혁'이라는 바람이 최근 7∼8년 동안 전국 의과대학에 거세게 불고 있다. 전국의 41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을 포함) 가운데 의학교육실, 의학교육학과, 의학교육학교실 등으로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의학교육과 관련된 기구를 설치한 대학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은 사실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리고 많은 의과대학에서 여러 가지 이론과 방법을 동원하여 의학교육을 고치는 데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의학교육은 최근에 의과대학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의과대학에서 의학교육은 당연한 업무이고 고유한 의무다. 그런데 왜 중요한 화두가 되었는가? 그 내용은 무엇인가? 의학교육 개선은 크게 양적 변화와 질적 변화로 나눌 수가 있다. 의학교육은 여러 사람들이 믿고 있었듯이, 의과대학 고유의 역할이었다. 의과대학 동안 교육을 받으면 의사가 되었고, 의사가 되면 평생을 의사로 지냈다. 50년 전까지만 하여도 그랬다. 그러나 이제 의학교육은 의학기본교육(BME ; Basic Medical Education), 졸업 후 의학교육(PME ;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평생의학교육(CME ; Continuing Medical Education 또는 CPD ;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으로 나뉜다. 의학기본교육은 예전의 의과대학 교육이고, 졸업 후 의학교육은 전공의 교육과 대학원 교육에 해당한다. 그리고 평생의학교육은 의사로서 자기계발 또는 연수 교육을 의미한다. 이처럼 의학교육을 의과대학 교육에서 평생의학교육까지로 확대한 까닭에는 의학과 의료의 발전이 있다. 의료 지식이 엄청나게 넓어지고 많아졌기에 의과대학에서 모두 교육할 수 없을 뿐더러 의과대학 교육만으로는 급격하게 발전하는 경향에 발맞추어 적절한 의료를 시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의 보건의료 활동의 대부분이 최근 5년 내지 10년에 습득한 내용이라는 보고가 있다.

 

#단순 질병 치료자 역할은 이젠 옛말

의학교육이 변화하는 또 다른 큰 이유는 사회가 원하는 의사의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의사, 즉 질병 치료자(curer)의 수가 턱없이 모자랐던 30년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 사회는 의과대학에서 배출하는 의사를 아무런 제약 없이 모두 수용하였다. 수용할 뿐 아니라 높게 받들었다. 이제 희소가치로는 의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예전에는(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웬만큼) 인체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의술을 시행하기만 하면 충분하였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의사로 하여금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래의 의사'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단순한 질병 치료자의 역할에서 크게 확대하여 ① care provider ② decision maker ③ communicator ④ manager ⑤ community leader로 제시하였다. 또 미국의과대학협의회(AAMC)는 졸업 후 교육의 핵심 교육과정의 내용으로 ① 생명의료 윤리(biomedical ethics) ② 학술적 의료(scholarly medical practice) ③ 의료에서 의사소통(communication in medicine) ④ 의사의 전문가정신(medical professionalism) ⑤ 보건의료제도(health care system)를 선정하였다.

요컨대 전문의로서 전문적인 내용은 각 전문과에서 교육하되, 위에 열거한 내용을 전공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렇다. 내적으로는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지식과 기능과 태도)이 변하였고, 외부적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의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에, 의사를 양성하고 의사로서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 의학교육은 변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소비자 중심의 사회로 변화한다면, 의사라는 `제품'을 만들어 사회에 제공하는 의과대학으로서는 당연히 사회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제품에 대하여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 `제품'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평생토록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라면, 더 무엇을 말하리오!

#'일부 전문가 영역확장 방편' 비난도

한편으로 `의학교육 개혁이라는 미망'을 크게 꾸짖는 목소리도 크다. 의학교육 개혁이란 의학교육 전문가라는 몇몇(일 만들기 좋아하는)인사들이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유지하려는 `부질없는 짓거리'라는 비난이다. 그런 주장의 요체는 지금까지의 교육으로도 훌륭하게 의사를 양성하였는데, 쓸데없이 분란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50년 전의 교육을 그대로 고수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개선하면 충분하며, 그것은 각자 교수들의 책임이자 권한이라는 것이다. 일견 일리가 있다. 어쨌든 의학교육은 변화해야 한다. 개선이든 개혁이든 그 정도는 책임 있는(책임을 느끼는) 사람의 몫이다. 이제 시작하는 이 칼럼은 그런 내용을 다루기로 하였다. 이른바 의학교육 전문가라는 몇 분이 돌아가면서 특별한 체계 없이 집필하게 된다. 특히 `의학교육'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의학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연재하기로 하였다. 어쩌면 너무 생소한 내용도 있을 것이고, 또 진부한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어찌되었든 최근에 큰 화두로 등장한 `의학교육'에 많은 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따가운 질책도 함께 기대한다.






이윤성 <서울의대 의학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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