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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수묵화 속을 거닐다 마음을 씻어 본 하루
한 폭의 수묵화 속을 거닐다 마음을 씻어 본 하루
  • 의사신문
  • 승인 2017.11.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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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21〉  `두물머리 물래길'

태고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이 간직한 곳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이름이다. 인기 드라마에 등장하여 더욱 유명해진 두물머리는 400년 수령을 자랑하는 느티나무와 황포돛배로 경치가 아름다워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다. 요즘 같이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는 신비로운 아침 물안개까지 볼 수 있어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출사지로 손꼽힌다.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두물머리
아침 물안개 위로 떠오르는 멋진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부터 서둘러서 양수리로 향한다. 일출 시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으나 좋은 자리에는 벌써 자리를 잡고 있는 사진작가들이 수두룩하다.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물안개를 사진에 몇 장 담아보며 햇님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잠시 후 강 너머 푸른 하늘을 붉게 물들이더니 산 능선 위로 머리를 삐죽 내밀며 반갑게 인사한다. 붉게 물든 강 물 위의 황포돛배와 물에 잠긴 고사목의 나란히 선 풍경은 보는 사람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두물머리의 명물인 커다란 사각액자 포토존에서 강물과 나무를 모델 삼아 작품을 몇 개 만들어 본다. 예전에는 나루터였던 이곳은 겸재 정선 선생이 독백탄을 그린 명소로 태고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는 소중한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넓게 트인 두물경 광장에 다다르니 바닥에 그려진 해동지도가 눈길을 끈다. 강가에는 바람에 따라 춤추는 금빛 물결의 갈대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 뽐내며 늘어서 있다.

연구소 담장길을 따라 길 가의 코스모스들을 만나고 나니 강 위에 비춰진 양수대교가 기다린다. 가을을 알리는 낙엽들이 떨어져 쌓인 환경생태공원에는 가을의 향기가 가득하다. 철교로 올라 자전거 도로를 따라 양수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화창한 가을 날씨를 즐기려 나온 자전거 애호가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길을 앞서 간다. 시골의 한적한 풍광 속에 배추밭에는 김장철이 다가왔음을 알리듯 속이 꽉 찬 배추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담장 옆 호박은 누렇게 익은 얼굴로 미소를 가득 머금고 우리를 반긴다.

■물과 꽃의 아름다운 조화로 만들어진 세미원
양수역 앞에 갈대밭 나무데크 길로 들어서니 황금빛 갈대 사이로 누런 소세지 같은 열매가 달린 부들이 눈에 들어온다. 데크 길이 끝나고 흙길로 바뀌니 흰 들국화들이 길 가에 늘어서 우리를 응원해준다. 은행나무 밑 벤치에는 노란 나뭇잎 방석이 만들어져 있다. 길을 건너 세미원 찻집으로 가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잠시 휴식을 갖는다.

태극문양의 세미원 입구를 지나 시냇가의 징검다리를 건너니 분수대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항아리로 만들어진 장독대 분수이다. 숨 쉬는 도자기인 옹기는 물을 정화시켜 주는 의미도 있고 옛날 어머니들이 자손이 잘 되길 장독대 앞에 두 손 모아 빌던 그런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아름다운 연꽃들이 가득할 연못에는 앙상한 가지와 꽃대만이 남아있지만 나름 멋스럽다. 소풍 나온 아이들은 낙엽을 밟으며 신나게 뛰놀고 있다.

마음을 씻는 길인 세심로(洗心路)의 바닥은 돌로 만든 빨래판이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으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라는 의미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세미원의 가르침이 담긴 길이다. 세심로가 끝나면 두물머리로 건너 갈 수 있는 배를 이어서 만든 배다리가 나타난다. 늘 봄과 같은 뜰을 유지한다고 하는 상춘원에 들어가서 봄의 정기를 느끼고 금강전도를 실물화하여 돌로 만들었다는 조형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오늘의 걷기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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