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3 (금)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제5번 Bb장조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제5번 Bb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17.11.13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418〉

■중세와 가톨릭의 환상곡풍 회귀
브루크너는 교향곡 제4번을 완성한 후 베토벤의 교향곡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였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교향곡 내부에서 형식이 지니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새롭고 확고한 신념을 체득했다. 이미 습작인 교향곡 제0번을 포함해 교향곡 제4번까지 여섯 곡의 교향곡을 발표했지만, 이들 작품에서 형식과 틀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나머지 부수적인 것들은 미련 없이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하이든 이후로 내려온 교향곡의 고전적인 통일성, 즉 각 악장을 이어주는 일관성이나 유기적인 고리의 연결고리 등은 자신이 추구하는 내용을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으로 이 교향곡에서는 내용이 형식을 지배하지 않고 형식과 내용이 동등한 조화를 이루는 자신만의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즉, 사용된 대위법이 간소하고 소박하여 바로크보다는 그 이전의 중세적인 느낌이 난다. 화려하게 분출되는 제4악장에서의 브루크너적인 코랄 선율의 표면적인 모습 때문에 이 곡은 `중세', `가톨릭', 또는 `코랄' 등 종교적인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이와 달리 이 작품을 가리켜 `환상곡풍의 교향곡'이라며 이 작품에서 보여준 교향곡의 형식적 통일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1악장에서부터 제4악장의 코랄까지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면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 구조가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모양이 환상곡 형식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는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에 이례적으로 서주 부분을 붙여 놓았다. 현의 피치카토로 차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제1악장 서주의 선율은 화려하고 복잡한 성당의 거대한 대문을 여는 열쇠와도 같다. 이 선율은 순환동기로 네 개의 악장에 일관성을 부여하면서 제1악장과 제4악장을 연결하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또 오보에의 선율에 이어지는 제2악장의 아름다운 현악의 아다지오와 제3악장의 렌틀러 춤곡풍의 스케르초가 두 악장 사이에서 대비를 이룸으로써 통일과 대칭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는 위대한 구조물로 완성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룩한 음악의 논리와 구조적인 완결성에 대해 대단히 흡족해하였다. 이런 만족감은 교향곡 제5번의 초연을 뒤로 미룬 채 바로 앞서 작곡했던 교향곡 제2번, 제3번, 제4번의 수정 작업에 돌입했는데 교향곡 제5번에서 이룩한 고결한 형식미를 이들 작품들에도 주입하고자 하였다.

이 작품은 완성된 해인 1878년에서 16년이 흐른 뒤인 1894년에서야 초연이 이루어졌다. 당시 중병을 앓았던 그를 대신하여 제자이자 누구보다 그를 잘 이해하던 프란츠 샬크가 지휘를 맡았다. 문제는 초연에 사용된 악보였다. 샬크는 브루크너가 쓴 악보를 쓰지 않고 자신이 바그너풍으로 편곡하면서 이 작품의 대칭과 조화의 마지막 보루인 제4악장의 피날레를 자신이 엉터리로 편곡한 악보를 사용했던 것이다. 늦은 나이에 자신만의 형식미를 찾았다며 만족감에 잠겨 있던 브루크너는 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 비록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최대의 불쾌감의 표현으로 병을 핑계로 초연에 참석하지 않았다.

△제1악장 Introduction(Adagio) - Allegro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로 시작된 후 비올라, 바이올린이 합류하는 트레몰로 서주는 이 부분의 분위기를 어떻게 전개하는지와 뒤따라오는 금관의 상승 음형들과 어떤 관계를 구축하면서 이행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전반적인 판도가 바뀌게 된다. 반복되면서 점점 긴장감이 상승하는 찬송가 구절과도 같은 첫 주제는 제1악장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점층적인 확대 양식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제2악장 Adagio. Sehr langsam 브루크너 곡들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현의 피치카토가 분위기를 잡으면서 오보에의 애절한 선율이 그 위로 겹친다. 현과 클라리넷의 대화가 이어지고 현악으로만 이루어진 아름다운 아다지오가 등장하는데 이 선율과 화음이 지니고 있는 심금을 울리는 호소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제3악장 Scherzo. Molto vivace 렌틀러를 기초로 하는 전형적인 브루크너 스케르초이다. 제1악장의 서주 및 주제와 관계를 맺고 있다. 단순한 음형이지만 템포와 현악과 관악의 설정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트리오에서는 목관의 활약에 따라 그의 대비 효과가 달라진다.

△제4악장 Finale(Adagio) - Allegro moderato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부이다. 제1악장에서와 같은 서주에 이어 제2악장을 회상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곡 처음부터 계속 고조되어 왔던 모든 갈등을 마무리 짓는 것이 난해한 만큼 희열과 감동은 그만큼 커진다.

■들을 만한 음반
△오이겐 요훔(지휘), 드레스덴 스타카펠레(EMI, 1980)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6) △귄터 반트(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CA, 1996)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93) △칼 슈리히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63)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