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
  • 의사신문
  • 승인 2017.11.0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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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 〈9〉 
유 형 준 한림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시인·수필가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인 기대 수명에 관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출생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자 84.2세, 남자 77.1세고,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 여자의 기대수명은 90.8세, 남자는 84.1세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세계보건기구가 4월 1일자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OECD 서른다섯 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1960년 우리나라 여자와 남자의 기대수명이 각각 57.8세, 50.3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길어졌다. 이렇게 우리네 수명이 길어진 데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발표된 남녀의 기대수명의 차이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사는 덕분이다.

그러면 왜 여자가 더 오래 사는가?

우선 잘 알려진 학설은 염색체의 강인성이다. 남자와 여자의 성염색체는 다르다. 여자는 X염색체가 두 개인 XX, 남자는 X염색체 1개와 Y염색체 1개로 XY다. XY로 임신되는 경우가 XX로 임신되는 경우보다 1.8배나 많다. 즉 임신은 아들 쪽으로 더 잘 된다. Y염색체를 지닌 정자가 임신이 더 잘 되는 까닭이다. 임신은 이렇게 아들 쪽으로 훨씬 더 많이 되지만 임신 중의 유산율도 아들 쪽이 높아 출생 시의 남녀 비는 106대 100 정도로 남자가 약간 많은 정도이다. 즉, 여자의 XX는 남자의 XY 보다 강인하여 딸 쪽이 임신 중에 더 잘 생존한다는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남녀 간의 행동양식의 차이로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잘 알다시피 사내아이가 여자 애보다 입 떼는 것이 늦다. 말하는 게 늦어 그저 울어만 대니 `젖을 달라는 건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지' 얼른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욕망의 언어 표현이 더디니 뒷전에 밀려 울기만 한다. 일반적으로 소년들이 수학을 소녀들이 어학을 상대적으로 잘 한다는 현상이 성별 수명의 길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귀설고 입설은 낯선 곳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배우고 익히는 고생은 물론이고 급박한 생존본능을 눌러가며 고난을 겪어본 이는 긴 설명 없이 공감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비롯한 외부자극에 남자가 더 노출되기 쉽고 이것이 바로 삶의 길이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이 있다. 면역기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X염색체에는 감염 면역 작용에 없어선 안 될 유전자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X염색체가 1개인 남자에서 X염색체의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여자에 비해 감염 면역기능이 더 쉽게 더 중하게 손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X염색체가 둘인 여자에선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자가면역성 갑상선염과 같은 자가면역성 질환이 남자보다 잘 발병한다. 하지만 유방암과 같은 부인과 질환을 제외한 나머지의 모든 질병의 사망률은 남자가 여자보다 대체로 높아 여자보다 오래 못산다는 것이다. 즉, 여자에서 자가면역성 질환은 많이 발병하지만 사망과 직결되는 질병의 발생은 적다는 학설이다. 여성호르몬의 역할도 거론된다. 실제로 여자에서 폐경기 이전까지는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의 빈도가 남자보다 훨씬 낮다.

`할머니 효과'도 한 몫 한다. `어린 아이를 기르고 양식을 수집하여 축적하는 일을 할아버지보다 할머니가 훨씬 더 잘 한다. 할머니가 자식의 번성과 보육에 할아버지보다 더 필요하다. 그래서 여성의 수명이 더 길다'는 학설이다. 폐경 이후에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생존하는 것은 선택된 적응이라는 관점에 바탕을 둔 설명이다. 부연하면 개체와 종족을 보존하려는 본능을 현실적으로 또한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데에 할머니가 더 값진 역할을 하므로 여자가 더 오래 사는 것이 개인과 사회를 위하여 더 목적에 맞는다는 논리다. 문득 토마스 컬크우드의 `노화는 생식성의 대가', 즉 `사람은 신체적 성적 생산능력을 발휘하고 나면 그 대가로 서서히 늙어간다'는 `일회용 신체(disposable soma)' 이론은 남자에게 더 적용되는 게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딸, 며느리의 출산과 육아를 도맡는 할머니가 아기의 기를 받아 건강히 오래 산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물론, 앞서 이른 연구는 대다수 조사 대상국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하는 동시에 남녀 간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는 예상도 제시하고 있다. 2010년에 여자의 기대수명이 남자의 기대수명보다 7.12세 더 긴데 비하여 2030년엔 그 차가 6.75세로 줄어든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논문의 교신저자인 마지드 에자티 박사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남자는 전통적으로 음주와 흡연 등과 같은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으로 여자보다 기대수명이 짧다. 그러나 남녀 간 생활 스타일이 점차 비슷해지면서 기대수명의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

지금도 성별 수명길이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남녀 생활양식의 변화 정도에 따라 현재의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가 역전될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한 가지 분명한 현재 진행형이 있다. `할머니 수가 할아버지 수보다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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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acca 2020-06-24 12:58:16
결론적스로 남자는 폐기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