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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소리 멈춘 푸른 날 `1127그루 나무들' 반겨
가을비 소리 멈춘 푸른 날 `1127그루 나무들' 반겨
  • 의사신문
  • 승인 2017.11.0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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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20〉  천안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숲길'

겨례의 역사와 함께 숨쉬는 오색 단풍

천안을 대표하는 곳으로 독립기념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벗 삼아 걸을 수 있어 요즘 같은 가을에는 최적의 걷기코스이다. 특히 올해는 일교차가 심한 가을 날씨로 인해 단풍이 더욱 예쁘게 물든다고 하니 오늘의 코스가 더욱 기대된다.

■겨레의 희망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길
가을비 치고는 꽤 많은 양의 비를 뿌리던 10월 하순의 어느 주말, 걷기 일정을 하루 미룬 다음날 아침에 창문 너머 들리던 빗소리가 멈춘 것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쉰다. 비 온 다음날에는 풍경이 더욱 선명해져 걷기에도 좋고 사진 찍는데도 그만이다.

개장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지만 주말 아침인 만큼 교통 혼잡과 인파를 고려해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발걸음을 재촉한다. 목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주변의 풍광에서 이미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노란 은행나무들의 환영을 받으며 아침 일찍 주차장에 도착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위를 날아오를 듯이 우뚝 솟은 겨레의 탑이 저 멀리 보이는 겨레의 집을 배경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통일염원의 동산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어제 내린 비로 바닥을 구르는 낙엽들이 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통일염원의 동산은 가운데 서 있는 통일의 종을 중심으로 세 쌍의 원뿔형 무지개 모양의 통일염원탑이 둘러싸고 있는 인상적인 조형물이다.

동산을 둘러싸고 있는 벽돌담에는 국민들의 통일 염원을 벽돌에 새겨 넣었는데 문구 하나하나가 매우 인상적이다. `조국통일 민족통일' `우리 모두 하나되어' `보고 싶은 내 고향' `아! 가고 싶다 사랑하는 내 고향' 등 많은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깊은 열망이 느껴진다. 정문으로 방향을 바꿔 백련못을 지나 겨레의 집 앞에 태극기 한마당에 서 본다. 가을바람에 펄럭이는 수많은 태극기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나도 모르게 국기에 대한 맹세가 읊어진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도 느낀다. 벽천분수에 이르니 수면 위로 아름다운 가을 경치를 머금은 호수가 보인다. 물 위의 그림을 사진에 담고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으로 향한다.

■푸른 가을 하늘에 수놓은 오색 단풍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이하여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회복하기 위해 철거한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자재로 조성한 공원이다. 공원 중심부에 원형으로 땅을 파서 구 서울시청 첨탑 철거물을 설치했는데 이는 일제의 잔재를 지하에 청산하고 극복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한다. 이윽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단풍나무 숲길에 들어선다.

단풍나무 숲길은 흑성산 일원의 수려한 자연 수림을 최대한 활용하여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길로 총 3164m의 길 주변에 단풍나무 1127 그루를 심어 1996년에 완공한 길이다. 시작점의 울긋불긋 단풍나무들이 화려한 자태를 서로 뽐내기라도 하듯 푸른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일렬로 늘어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긴다.

아직 물들지 않은 녹색의 나무들부터 붉은색이 아닌 노란색의 옷을 입은 나무들까지, 같은 붉은색이라도 검붉은 벽돌색에서부터 붉은 피를 상기시키는 선홍색까지, 말 그대로 오색 단풍 옷을 곱게 차려입었다. 길을 걷다 보니 단풍잎으로 멋지게 장식한 세발자전거를 몰고 아이가 열심히 달려간다. 길가에 앉아 떡을 나눠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없는 아가씨들까지 모두들 즐거워 보인다.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 2시간 여정이 끝나자 종점에 다다른다.

TIP. 단풍나무 숲길은 잘 정비된 아스팔트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흑성산 정상 코스도 가볼만 하다. 유관순 열사의 3.1 독립만세 운동으로 유명한 `아우내 장터' 가 있는 병천이 10분 거리다. 이곳에서 지역 특산 음식인 병천순대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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