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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한 `생각의 전환'을 현실화 시킨다”
“환자를 위한 `생각의 전환'을 현실화 시킨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10.3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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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별난 사람들> `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4〉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장경술 교수

전공의 시절부터 기관 삽관 튜브 교체시 불편함·위험성 우려
 `이중 튜브' 아이디어 떠올라 바로 산학협력단 지원받아 발명
 “현재 미국 특허출원 중…전세계 의료진이 사용하게 만들 것”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발명은 작은 모티브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발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는 단계'에서 멈춘다. 반면 발명가들은 한 발짝 더 나아가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기구나 제품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생각의 전환'으로 발명품이 된다.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장경술 교수(사진)도 그랬다. 그는 환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평소 발명을 하겠다는 생각도, 발명을 한 적도 없었지만 환자를 위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을 뿐이다.

■“환자와 의사 `편리함'을 위해”

장경술 교수는 2015년 `기관 삽관 이중 튜브'에 대한 국내 특허를 취득한데 이어 미국 의료기기특허도 출원해 놓고 있다.

장 교수가 개발한 이 제품은 중환자에게 새로운 기관 삽관 튜브를 삽입하지 않고 이너 튜브만 교체해 튜브 내의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가 기관 삽관 이중 튜브를 개발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전공의 시절부터 중환자 치료에 있어 필수품인 기관 삽관 튜브에 대한 환자들의 불편함과 위험성을 생각할 때마다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기관 삽관은 의사는 물론 환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고된 시술이기 때문이다. 직경 2.5㎝ 에 불과한 기관에 튜브를 넣는 작업은 그야말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진땀 흘리는 작업이다. 기관지에 튜브가 한 번에 들어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러 번 시도할 경우 기관지가 좁아져 잘 들어가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더군다나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 다물어진 입을 벌리고 튜브를 넣어야 하는데 이 경우 치아가 깨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 여러 번 삽관을 시도하다보면 환자의 기관지에 상처가 나 후두부종이나 출혈이 일어날 경우 호흡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관 튜브를 삽입할 때 환자들은 호흡이 멈춰지게 되는데, 복압상승으로 정맥압이 올라서 뇌압까지 상승시킬 수 있는 뇌부종 환자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 교수가 기관 삽관 이중 튜브를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부산물로 인한 튜브 막힘으로 튜브를 지속적으로 갈아줘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폐출혈(객혈), 폐부종, 폐렴 등의 환자는 주기적인 suction을 통해 피나 점액성 객담 등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핏덩이나 점액성 부산물이 굳어져 기관 삽관 튜브가 막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관 삽관 튜브 막힘의 원인이 되는 물질들은 세균증식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해 폐렴을 악화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환자들에게는 호흡장애로 인한 여러 질병들이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이 있는 환자의 경우 고통을 호소해 질병 악화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환자에게 다시 새로운 튜브를 삽입해야 하며 이 과정은 환자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합병증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기관 내 튜브의 거치 기간을 줄이고 빨리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장 교수는 중환자실 환자들의 기관 삽관 튜브 교체를 보던 중 순간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삽관 튜브를 이중으로 만들면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모든 의료진들은 그동안 환자에게 기관 삽관 튜브를 삽입한 뒤 이물질이 끼면 새로운 튜브를 기관지에 다시 넣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었고 교과서적 이론이었기에 문제점을 개선하려 들진 않았다.

장 교수는 달랐다. `새로운 튜브의 교체 없이 기관 삽관 튜브 내의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튜브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도면으로 그렸다.

장 교수가 고안해 낸 `아이디어'는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중환자에게 새로운 기관 삽관 튜브를 삽입하지 않고 `이너 튜브' 제거만으로 튜브 내의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장 교수는 “기관 삽관 이중 튜브는 환자가 새로운 튜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오는 고통을 줄이는 동시에 2차적인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너 튜브는 아우터 튜브에 밀착되도록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기관의 막힘을 발생시키는 핏덩이나 점액성 부산물이 아우터 튜브와 이너 튜브의 사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중 튜브의 경우 환자가 전체 튜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고통 받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상태로 호흡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며 “의사들도 어려움 없이 쉽게 튜브를 교체할 수 있어 환자와 의사 모두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약간은 급하지만, 진취적이고 호탕한 성격을 지닌 장경술 교수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발명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2013년 9월 관련 도면을 만들고 그해 12월 대학 내 산학협력단으로부터 개발 특허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열었다. 그리고 2015년 `기관 삽관 이중 튜브'에 대한 국내 특허를 받았다.

장 교수는 “제품 특허를 받은 순간 환자들이 떠올랐다.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에게 기관 삽입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하면서 수술 도구를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나의 경우도 그랬다. 환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기존의 수술도구를 변형해 사용하는 것이 발명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그의 첫 작품 `두피 및 측두근 견인고리'에서부터”

장경술 교수의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 교수의 첫 개발품(?)은 `두피 및 측두근 견인고리'를 개조한 상품이다.

갈고리 형태로 된 이 도구는 뇌혈관 수술을 할 때 사용되는 도구다.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용이하도록 피부에 갈고리를 걸어 잡아당기면서 시술하고자 하는 부위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이 도구의 단점은 갈고리 밑에 형성되어 있는 전화선 모양의 스프링이 문제였다. 그는 “이 도구는 피부에 갈고리를 걸어 잡아당기면서 시술을 해야 하는데, 여러 번 사용하다보면 스프링이 늘어나 수술을 할 때나, 하는 도중에도 늘어난 줄을 수시로 최대한 잡아당겨줘야 해 불편함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장 교수는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스프링을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무줄'로 대체해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곧바로 수술장으로 향했다.

장 교수는 “두피 및 측두근 견인고리 도구의 갈고리 밑 스프링을 고무줄로 바꿔 사용했고, 한 번 사용하면 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과거처럼 스프링이 늘어나거나 느슨해져서 수술 때 마다 최대한으로 잡아당겨 사용해야 하는 것과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제품에 대해 “기존의 상품을 조금 변형해, 내 수술장에서 내가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이것을 발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기관 삽관 이중 튜브가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기초 작업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손재주 좋은 아이, 생명에 빛을 넣다”

장경술 교수는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외과의사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 호기심이 왕성한 개구쟁이 소년이었다. 집안의 모든 물건 중 장 교수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장 교수는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집안의 멀쩡한 물건을 뜯고 붙이고 조립하기를 지속적으로 반복했던 것 같다. 이런 손재주 덕분인지 초등학교 시절 우연한 기회에 디자인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부끄럽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외과의사를 선택한 데에는 손재주의 역할도 컸다. 언젠가 신경외과의는 `doctor of doctor'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신경외과가 대단한 진료과라는 생각이 머리에 인식됐고, 손재주가 있었기에 외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을 향한 첫 걸음 띄다”

기관 삽관 이중 튜브의 최종 목표는 `세계 시장'을 점유하는 것이다. 장 교수는 미국 의료기기 특허 출원을 해 놓은 상태다.

장 교수는 “기관 삽관 이중 튜브는 신경외과 수술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구”라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의료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특허를 받는 시기에 맞춰 기관 삽관 이중 튜브를 제품화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나에게 발명은 환자와 의사 모두 고통 받지 않는 시술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발명을 해야겠다는 의식을 가지고 개발에 매달리지는 않겠지만, 환자와 의사를 위해 `생각의 전환'을 통해 편리함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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