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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장관의 총액계약제 발언, 문재인 케어 실패 가능성 자인한 것"
"복지부 장관의 총액계약제 발언, 문재인 케어 실패 가능성 자인한 것"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7.10.17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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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대만이 총액계액제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볼수 없다" 반박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의 총액계약제 검토 발언과 관련, 바른의료연구소가 “이는 문재인 케어의 실패 가능성을 자인한 것”이라며 “당장 문 케어 시행을 백지화할 것”을 주장, 귀추가 주목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대만은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의료비 지출이 지속 증가,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과 실질 건강보험료율도 대만이 한국보다 높다”며 “대만이 총액계약제를 시행, 의료비 지출을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의료계가 총액계약제 시행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은 건보재정의 위험요인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진료비를 더 깎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못 미더운 상황에서 총액계약제까지 시행할 경우, 대한민국 의료는 폭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로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할 수 없다.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 건보재정 부담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입이 어려운 제도이기는 하지만 참고는 해야 한다"는 질의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답한데 따른 후폭풍이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의료이용이 급증,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만에서 시행 중인 총액계약제를 포함해 지불체계를 개편하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박 장관의 총액계약제 검토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9일 비급여의 풍선효과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60% 초반에서 정체하고 있다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포함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의료계는 문 케어 소요재정으로 추계한 30.6조원은 과소추계되었고, 보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급증할 의료이용량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력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장관은 "추가로 필요한 재원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수백 차례 시뮬레이션 해서 정밀하게 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늘어날 의료 수요까지도 고려한 수치"라고 해명하였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러한 해명과는 달리 문 케어로 의료수요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총액계약제 등 지불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것은 아주 모순되는 답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보건복지부 스스로 건강보험 지출 급증으로 문 케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건복지가 문 케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면, 괜히 총액계약제를 들먹거리지 말고 문 케어 시행을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바른의료연구소는 “그렇다면 총액계약제는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는 특효약인가?”라고 되묻고는 “아직까지 총액계약제의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가 정답”이라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총액계약제를 시행한지 가장 오래된 국가인 독일의 경우, 외래는 의원에서 진료하고 의원의 의뢰가 없으면 응급을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율이 15.5%로 한국의 6.12%보다 2배 이상 높고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비율 역시 11.3%로 한국의 7.7%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의 일부 전문가들이 의료비를 가장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는 총액계약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그러하다. 이렇게 높은 보험료율로도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개별의료보험조합이 추가보험료를 징수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국고보조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1년 의원급, 2002년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총액계약제를 확대•시행한 대만 정부는 총액계약제를 성공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연도별 예산총액 증가율이 5% 미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총액계약제가 의료비용의 증가를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비 지출은 점점 늘어나 재정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총액계약제 일괄 적용한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재정흑자였으나 흑자폭은 점차 낮아졌고, 결국 2007년부터는 상황이 역전돼 지출비용이 보험료 수입을 앞질렀고, 재정 적자상태가 수년간 이어졌다.

대만 정부는 총액계약제가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2013년 1월 제2세대 전민건강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해 월급 외에 임대나 이자소득, 주식을 통해 얻은 부가소득에도 보험료를 산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보험료 수입액의 36% 이상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전민건강보험법에 명문화하였다. 보험료 수입액의 15%에도 못 미치게 지원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는 천지차이이다.

지난 2016년도 대만 보건복지보고서에 의하면,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1인당 경상의료비가 2013년에 대만이 2,621달러로서 한국의 2,275달러보다 더 많았음에도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6%로서 한국(6.9%)보다 낮았다.

이는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대만의 1인당 GDP가 43,813달러로서 한국(33,089달러)보다 훨씬 높아서 나오는 착시현상으로 결국 대만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우리나라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대만은 피부양자수에 따라 보험료 부담에 차이가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2014)이 발표한 대만의 실질 건강보험료율은 8.35% 수준으로 한국(5.99%)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대만에서 총액계약제 시행 후 병원의 소유 형태에 따라 심뇌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할당된 의료자원의 양과 이들 환자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Kan K 등의 논문(2014)에 의하면, 민간병원은 2002년 총액계약제 시행 후 심뇌혈관계 질환자에 대한 그들의 치료강도를 증가시켰으나 이들 환자들의 사망률을 감소시키지는 못하였다.

이는 결국 의료자원의 낭비이므로,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막으려면 다른 디자인에 의해 총액계약제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대만에서 총액계약제 시행 전후 병원들의 의료자원 이용결과를 비교한 Chen(2009)의 연구에 의하면, 시행 전보다 퇴원당 평균 진료비, 입원 기간이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폐렴 환자의 입원율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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